한국 재계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가부장제도 또 하나의 ‘하렘’은 아닐까. 남성 중심 문화 속에서 ‘오너 경영’ 자리는 항상 아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졌다. 국내 굴지 그룹 상당수가 여전히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한다. 여성에게는 내조가 미덕으로 여겨졌고, 경영 전면에서 배제되기 일쑤였다. 어쩌다 경영자로 등장해도 의심 어린 시선을 받곤 했다.



오너 4·5세로 내려오면 더 과감해진다. 정유경 회장의 장녀 문서윤 씨는 지난 6월 케이팝 혼성 아이돌 그룹 ‘올데이 프로젝트’로 데뷔해 데뷔 10일만에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전통적으로 ‘재계 딸’에게 기대되던 조용한 이미지와 달리, 그는 화려한 화장과 파격적 의상으로 무대에 서고, 예능에 출연해 일상을 공개하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미국에서 로스쿨을 다니고 있는 DL그룹 4세 이주영 씨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14만명을 거느린 파워 인플루언서다. 패션·화장품 등 각종 명품 브랜드로부터 협찬과 광고를 당당히 공개한다. 연애 또한 더 이상 비밀로 하지 않는다. 박진원 두산밥캣코리아 부회장의 딸이자 두산 5세인 상효 씨는 축구선수 이강인과 데이트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고루한 가부장제를 당당히 걷어차는 그들을 보며 MZ세대의 문화 맞닿은 자유로움을 확인한다. 그들은 숨지 않고 공개된 광장으로 나아간다. 낡은 승계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커리어를 스스로 결정하는 현명함을 과시한다.
비록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지만, 술탄 여성들이 겪었던 것처럼 그들에게도 문중 ‘유리천장’은 아직 견고하기만 하다. 이들의 파격은 순간의 일탈이나 해프닝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그리고 ‘라떼’가 시작된다. 과거 현대그룹 정씨 일가 여성들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온가족 아침을 준비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고. 그런 모습이 재벌가 여성의 바람직한 덕목으로 칭송되던 시절이 있었다.
신혜주 한국금융신문 기자 hjs0509@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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