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은 매각설에 선을 긋고 자금 지원까지 단행하는 등 SK시그넷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SK시그넷도 지난해 그룹 내 전략가 김종우 신임 대표를 선임하고 경영 정상화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SK시그넷은 지난달 ‘SK시그넷 2.0’ 체제를 선언했다. 제조 역량 강화, 품질 고도화, 원가 구조 혁신, 조직문화 재정립 등 전사 운영 전반에 걸친 구조적 혁신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나아가 초고속 충전 기술 고도화와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해 미국, 중동 등 글로벌 시장 확대도 추진할 방침이다.
SK시그넷은 2021년 8월 SK그룹이 전기차 충전기 제조 업체 ‘시그넷EV’를 인수하며 계열사에 편입됐다. 당시 SK그룹 지주사 SK(주)는 리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시그넷EV 지분 162만87주를 810억원에 인수하고, 시그넷EV가 신규 발행한 전환우선주(CPS) 592만주를 2122억원에 매입하는 등 약 3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를 대비해 충전기 등 인프라 사업 밸류체인 확대를 위한 미래 투자였다.

SK시그넷은 SK그룹 편입 직후 연도 2022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30억원을 기록했지만 2023년 영업손실 149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2427억원으로 적자폭이 더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623억원에서 838억원으로 약 50% 줄었다.
지속된 실적 악화로 재무 여건도 한계에 봉착한 상황이다. SK시그넷의 총자본은 2022년 2619억원에서 2023년 1373억원으로 줄더니 2024년에는 -(마이너스)1027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총자산 중 회사의 자본보다 부채가 더 많다는 의미다.
차입금을 충당할 SK시그넷 보유 현금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회사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보유 현금도 2022년 892억원에서 지난해 기준 335억원으로 줄었다. 수익은 내지 못하고 오히려 적자가 누적되면서 결손금 규모는 2022년 13억원에서 지난해 기준 3750억원으로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SK시그넷이 고전을 면치 못하자 매각설까지 흘러나왔다. SK그룹이 지난해부터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리밸런싱을 선언하고 비수익 사업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SK그룹은 매각설에 선을 그었다. 오히려 자금 지원에 나서며 경영 정상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SK(주)는 지난달 SK시그넷이 진행한 약 1500억원 규모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해 보유 지분을 기존 약 52%에서 약 63%로 높였다. SK주는 SK시그넷 정상화에 집중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SK시그넷도 지난해 12월 그룹 내 전략가 김종우 신임 대표를 선임하고 체질 개선이 한창이다. 김종우 대표는 1998년 SK네트웍스에 입사해 SK엔펄스, SKC, SK홀딩스 등 SK그룹 핵심 계열사에서 능력을 입증했다.
그는 SK엔펄스 대표이사 재직 중 반도체 전 공정용 첨단 소재 사업을 성공적으로 성장시켜 업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SKC에서는 비즈니스모델(BM) 혁신추진단장과 솔믹스(주) 사업개발본부장을 겸임하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SK홀딩스에서는 포트폴리오 매니지먼트 역할을 맡았다. 또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재직 시에는 위기관리 및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에 강점을 보였다.
김종우 대표는 SK시그넷 임기 시작과 함께 품질 경영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그 결과 SK시그넷은 필드 불량률을 개선해 2025년 환경공단 공공급속충전시설 기준 고장률 0.1%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재료비 비중을 19% 이상 절감함으로써 품질 및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김종우 대표는 “조직을 리빌딩하고 고객이 신뢰하는 품질 중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2026년까지 품질 중심의 경쟁력을 고도화하고, 2027년부터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 구조로 전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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