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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3(월)

LGD 기대주 반전 vs “아! 옛날이여~” 삼성전자

기사입력 : 2025-06-23 05:00

(최종수정 2025-06-23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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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돈 빌린 두 대기업 이야기
中공장 매각 LGD, 조기상환·국내투자
삼성전자, 불황·부진 겹쳐…만기연장?

LGD 기대주 반전 vs “아! 옛날이여~” 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2년 전 계열사로부터 조 단위 자금을 장기차입했다. 아직 적자에 시달리는 LG디스플레이는 최근 대출금을 조기 상환했다. 현금 풍부하기로 소문 난 삼성전자는 만기 연장이나 추가 대출을 고민하고 있다. 체급이 다르긴 하지만 사정상 계열사 돈을 빌린 두 회사 이야기다.

갈 길 멀지만 도약 준비하는 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는 지난 6일 모회사 LG전자로부터 빌린 1조원을 상환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2023년 3월 차입 당시엔 2026년 3월까지 1년 단위 분할 상환을 약속했다. 그런데 만기 1년을 앞두고 조기 상환한 것이다.

이 과정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최근 몇 년 사이 LG디스플레이가 그룹 내 고민거리가 됐기 때문이다. 중국발 저가 LCD 공세에 밀려 2022~2024년 3년간 누적 영업적자가 무려 5조원이 넘는다.

2010년 중반부터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패널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시작했지만, 벌려놓은 TV용 대형 LCD 사업 규모가 커서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러다가 지난해 11월 중국 광저우 대형 LCD 공장을 현지 TCL그룹 자회사 CSOT에 매각했다.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대형 LCD 공장으로 이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한 것을 의미한다.

매각 대금은 2조2466억원이다. 누적된 적자와 OLED 전환을 위한 차입금으로 빨간불 들어온 재무 구조에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의 대출금 조기상환 결정은 이자 비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LG전자와 계약한 연 이자율은 6.06%로 산업은행 등 외부보다 불리한 조건이었다.

LG디스플레이는 아울러 OLED 투자에 과감하게 나서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지난 18일 “OLED 신기술을 위해 1조2600억원을 투자하기로 이사회 의결했다”며 “파주 사업장을 중심으로 OLED 설비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 금액은 광저우 공장 매각대금(2조2466억원)에서 LG전자 대출금 상환(1조원)을 제외하고 남은 수치와 거의 비슷하다.

중국 공장을 매각한 금액 가운데 상당수를 국내 재투자한다는 점에서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복귀) 사례로 꼽힌다.

이에 정부 차원 지원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투자를 발표하며 “중소 협력업체와 연계 효과와 지역 상권 활성화 등 국가 경제 회복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국내 유턴 기업에 대한 지원액(국비·지방비 포함 최대 500억원)을 상향하는 등 첨단산업 육성에 목말라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830억원, 330억원으로 ‘깜짝’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실적 흐름도 나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재무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긴 아직 힘들다. 올 1분기말 순차입금은 13조5950억원이다. 중국 공장 매각 대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조4000억원에 불과하다. LG디스플레이도 “투자와 별개로 재무구조 개선 노력은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투자 급한데 예전 같지 않은 체력, 삼성전자
삼성전자도 계열사에서 대규모 자금을 차입했다.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빌린 21조9900억원 규모 장기차입금 만기일은 오는 8월 16일이다. 2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3년 2월 삼성디스플레이와 20조원 규모 차입 계약을 체결했다. 만기 일시 상환을 전제로 하되 조기상환도 가능하다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차입 규모는 증가했고, 조기상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삼성전자는 반도체 다운사이클(하강국면)을 맞아 빡빡해질 현금흐름에 대비해 계열사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빌리는 결정을 내렸다.

실제 지난 2022년 55조6500억원에 이르던 삼성전자 당기순이익은 이듬해 15조4900억원으로 72% 급감했다. 대대적 시설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반도체 장치산업 특성상 이익이 일시 줄었다고 투자를 줄일 수는 없다. 삼성전자 시설투자(CAPEX)는 ▲2022년 53조1000억원 ▲2023년 53조1000억원 ▲2024년 53조6000억원으로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4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며 “다가올 상승국면을 예상하면 계열사 자금 대출은 그리 어렵지 않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상황이 불황 그 이상이라는데 있다. 경기침체와 트럼프닫기트럼프기사 모아보기 행정부 관세 전쟁 등 대외 리스크 속에서 반도체 산업에 그나마 희망을 주는 게 AI(인공지능) 분야인데 삼성전자는 아직 그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힘을 준 비메모리 사업마저 성과가 미미하다. NH투자증권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설계)·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 영업적자가 지난해 4조2000억원에 이어 올해 5조4000억원 규모로 불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런 사정이긴 하지만 삼성전자가 재무 위기를 걱정할 정도는 물론 아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미처리 이익잉여금(순이익 가운데 배당·시설투자 등을 제외한 자금)이 146조원에 달할 정도 ‘현금 부자’다.

다만 이는 각 해외 법인이 쌓아둔 돈을 모두 더한 것이다. 당장 국내 본사가 필요할 때 마음대로 꺼내 쓰기 어려운 구조다.

별도기준 삼성전자 현금 및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올 1분기말 기준 4조7032억원이다. 2021년말 18조9194억원과 비교하면 75%나 급감했다. 과거처럼 여유롭지는 않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지난달 산업은행으로부터 2조원 규모 자금을 대출받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느긋한 대출자 상황도 삼성전자 부담을 줄여준다. 2024 삼성디스플레이 별도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3조7981억원이다. 대규모 OLED 투자 집행 영향으로 전년보다 14% 가량 줄긴 했지만 아직 괜찮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연간 시설투자에 5조원 안팎을 집행하고 있다.

벌어들이는 현금흐름도 괜찮다. 영업이익은 2021년 4조3600억원, 2022년 5조8800억원, 2023년 5조5000억원, 2024년 3조68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실적이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핵심 고객사 애플이 신제품을 내놓는 올 하반기부터 반등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에 22조원을 빌려줄 때 합의한 이자율은 4.6%로, 연간 이자만 1조원 규모”라며 “삼성디스플레이가 쏠쏠한 이자를 챙기며 조용히 웃고 있는 그림이 됐다”고 말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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