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 자산관리와 가업승계 등 부모 세대에 대한 지원을 넘어 자녀 세대의 성장을 도모하고 영리치 세대의 고도화된 금융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전용 프로그램들이 속속 선을 보이며 영리치들의 발걸음을 은행으로 끌어모으는 모습이다.

가상자산도 OK, 영리치 가파른 증가
하나금융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은행에 10억원 이상을 예치한 자산가 가운데 49세 이하 ‘영리치’ 증가 속도가 50대 이상 자산가 ‘올드리치’보다 2배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올드리치’ 자산가가 연간 3%씩 늘어나는 동안, ‘영리치’ 자산는 1년에 6%씩 늘었다.
영리치는 금, 예술품 등 실물자산에도 올드리치보다 높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투자자산으로서 예술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금의 가치가 크게 상승하면서 2022년(29%) 이후 높아진 관심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2024년 말 기준 영리치의 실물자산 보유율은 41%였다.
또한 최근 떠오르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등 가상자산에 대해 영리치는 ‘위험하지만 도전해 볼만한 새로운 투자영역’이라고 인식해 올드리치의 약 3배 수준으로 가상자산을 보유(29%)하고 있었다.

2%대 기준금리, 비이자이익 늘릴 핵심 승부처 WM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인하하며,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도 빠른 속도로 하락해 현재는 세전이자율 기준 2%를 받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7일 기준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최고금리(1년 만기 기준)는 연 2.50∼2.85%다. 그러나 지난달 말 기준금리 인하 이후 주요 은행들이 추가적인 예금금리 인하를 예고한 바, 예금금리가 1%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따라서 은행들은 기존의 주요 수익원이던 이자이익 대신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WM) 등 비이자이익에 의존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여기에 수신금리가 낮아지면서 가상자산이나 주식 등 타 업권으로의 머니무브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에 은행들이 가져가던 비이자이익은 주로 플랫폼 등의 수수료수익에서 기인했지만, 지난해 기준 비이자이익에서 자산관리 부문의 비중이 30%대 이상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미래의 우량고객에 해당하는 젊은 자산가들에게 주목하고 있는 이유도 이 지점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 시기가 맞물리면서 상속이나 신탁 등 업무에 관심을 갖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 세대의 특징은 평상시 비금융 부분에 대한 세심한 관리도 중요시여긴다는 점”이라고 설명하며 “금융만이 아닌 각종 세미나나 모임 등을 주선함으로써 평소 은행에 대한 이미지를 쌓고, 고객과의 장기간 거래를 위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부연했다.

‘영앤리치’ 잡아라, 금융 넘어 골프·봉사 프로그램까지
하나은행은 차세대 고액자산가 손님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반영한 맞춤형 금융교육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가고 있는 대표적인 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13일, 고액자산가 자녀와 영리치를 위한 맞춤형 금융연수 프로그램 ‘하나더넥스트 LEADERS’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번달부터 3개월간 총 8회차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하나은행의 자산관리 전문가와 하나금융그룹 계열사의 분야별 최고 전문가가 함께 협업 강사진을 구성해 ▲상속/증여 ▲가족법인 설립 ▲주식/채권 전망 ▲비상장투자 전략 ▲블록체인의 이해 등 전문적인 강의를 진행한다.

여기에 영리치 손님들의 다양한 관심사를 반영해 미술품‧시계‧주얼리 등 비금융 대체시장에 대한 교육과 함께 ▲하나은행 딜링룸 탐방 ▲하나자산운용 펀드매니저와의 만남 등 특색있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하나은행은 더 나아가 향후 해외 현지투어와 글로벌 자산관리로 내용을 확장한 ‘하나더넥스트 Global Young Leaders’ 등도 제공할 계획이다.
신한금융그룹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영리치 고객들을 위한 ‘신한 넥스트 리더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올해로 2기를 맞이하는 신한 넥스트 리더스는 1985년 이후 출생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경영 전략, 승계, 세무, 리더십 등 전문가 초청 강연뿐 아니라 골프투어, 도슨트 갤러리 투어, 봉사 등의 다양한 활동도 커리큘럼에 포함됐다.
신한은행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과의 협업을 7년째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비영리 법인의 가상자산 관리 서비스도 개시하며 영업 저변을 넓혔다.
KB국민은행의 프리미엄 자산관리 서비스인 ‘골드앤와이즈(GOLD&WISE)’는 전문자격증을 보유한 프라이빗 뱅커와 국세청 출신의 세무사, 다양한 투자경험의 부동산 전문가, 법률 전문가의 1:1 맞춤 종합자산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계열사 VIP 고객들을 대상으로 음악 콘서트·골프·쿠킹 클래스 등도 진행된다.
우리은행은 프라이빗 뱅킹 브랜드 ‘투체어스’를 통해 다양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투체어스에서는 세무, 법률, 부동산 전문가 네트워크를 통한 종합 자산관리뿐만 아니라 투자 세미나, 네트워킹 이벤트, 아트와 레저 등 젊은 고객들이 선호할만한 서비스도 다수 제공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우리은행은 결혼정보회사 가연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의 투체어스익스클루시브(TCE) 등급 고객 본인 또는 자녀를 대상으로 선착순 100명에게 가연의 특별서비스를 제공해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투체어스는 지난해 배우 김희애에 이어 아이유를 모델로 기용하며 젊은층에 어필할 수 있는 포진을 갖췄다. 여기에 우리은행은 AI 활용에 익숙한 젊은층을 위해 AI 활용 투자상품 평가모델 '와이즈'를 자체 개발하며 영리치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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