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심은 오는 203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 60% 이상 달성 등 글로벌 비전 계획을 수립한 바 있다. 특히 경쟁업체인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으로 흥행 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농심의 이번 공장 투자가 실적 반등의 전환점이 될지 기대가 쏠린다.
오는 2026년 하반기 완공이 목표다. 앞서 농심은 부산 사상구 부산공장에서 약 6억 봉의 수출용 라면을 생산해왔다. 이번에 착공한 녹산공장엔 3개 라인이 신규 증설되며, 여기서 5억 봉의 수출용 라면이 추가로 나온다.
이로써 농심은 부산에서만 11억 봉의 수출용 라면을 만들게 됐다. 구미공장 수출 생산량 1억 봉을 합하면 농심의 수출용 라면 생산량은 총 12억 봉으로 늘어난다.
이외에 농심은 녹산공장에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을 탑재하고, AI 품질검사 시스템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상황별 대응 시스템도 가동한다. 또 세계 각국의 규제에 대응해 RSPO(지속 가능한 팜유 협의체)와 할랄 인증을 받을 계획이다.
녹산공장에 앞서 농심은 현재 국내 6곳과 해외 6곳에 공장을 뒀다. 국내는 안양과 안성, 아산, 부산, 구미, 포승(평택)에 있다. 해외는 중국 4곳과 미국 2곳에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아울러 농심은 중국과 미국, 베트남, 일본,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등 7곳에 해외 판매법인을 마련했다.
농심은 아시아와 미국에 이어 유럽을 K-라면 교두보로 삼았다. 올 들어 농심은 ‘비전 2030’을 선포, ‘Global Change & Challenge’라는 경영지침 하에 2030년까지 매출과 영업이익률을 두 배 성장시키고, 해외 매출 비중을 61%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해외 비중을 높여 내수 의존도를 그만큼 낮추겠다는 전략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농심은 지난 3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유럽법인인 ‘농심 유럽(Nongshim Europe B.V.)’을 설립했다.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은 유럽 내 물동량 1위인 로테르담항이 있으며, 항구를 비롯해 철도와 육상 교통망 등을 갖추고 있다.
농심이 유럽시장에 눈독을 들이게 된 것은 그 성장세에 주목한 결과다. 유럽 라면시장은 지난 2023년 기준 약 20억 달러(2조7000억 원) 규모로, 최근 5년간(2019년~2023년) 연평균 12%의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농심의 유럽 매출 또한 연평균 25% 성장세를 그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약 40% 뛰었다.
농심의 스테디셀러 제품인 신라면과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신라면 툼바’가 그 주역이다. 농심은 유럽 내 유통 채널인 테스코(Tesco, 영국)와 레베(Rewe, 독일), 알버트 하인(Albert Heijn, 네덜란드), 까르푸(Carrefour, 프랑스) 등을 집중적으로 공략 중이다.
지난해 농심은 연결 기준 매출이 3조4387억 원으로, 전년(3조4106억 원) 대비 0.8% 오르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631억 원으로 23.1% 감소했다.
농심의 저성장 요인으로는 높은 내수 의존도가 꼽힌다. 내수 침체 장기화 타격이 컸다.
지난해 농심의 수출액은 3442억 원, 해외 매출은 9595억 원으로 총 1조3037억 원이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37.9%로, 나머지 62.1%가 국내에서 나온다.
이에 비해 농심과 경쟁업체인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인기에 해외 비중이 77.3%에 달한다. 지난해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으로만 해외에서 1조를 벌어들였다.
올 들어서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올 1분기 농심 매출은 8930억 원으로, 전년(8725억 원) 대비 2.3% 증가에서 멈췄다.
이 기간 삼양식품은 전년 3857억 원에서 37.2% 뛴 5290억 원을 써냈다. 역시 불닭볶음면이 한몫했는데, 수출로만 4240억 원을 벌어들였다. 이로써 삼양식품의 해외 비중은 80%대를 돌파했다.
농심은 1분기 수출액이 921억 원, 해외 매출이 2542억 원으로 해외에서 총 3463억 원을 팔았다. 농심의 해외 비중은 38.8%다. 여전히 60%가 넘는 매출이 국내로 잡히는 셈이다. 실적 희비는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삼양식품은 주당 주가가 100만 원이 넘는 식품 황제주에 등극했다. 국내 식품업계로는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시가총액이 9조에 육박, 2조 중반대인 농심 시총과는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농심은 신라면을 주축으로, 후속작인 ‘신라면 툼바’를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신라면 툼바는 지난해 9월 선보인 제품으로, 기존 신라면에다 우유와 치즈 등을 가미했다. 소비자 사이에서 ‘모디슈머 레시피(기존의 제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변형해 만드는 요리법)’로 인기를 끈 것을 용기로 선보였다.
이후 출시 두 달 만에 판매량 1000만 개를 넘기면서 봉지 라면을 추가로 내놨다. 매콤 꾸덕한 맛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농심은 여세를 몰아 미국 현지 생산을 시작했으며, 대만과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권과 유럽으로도 전선을 넓혔다. 농심은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처럼 신라면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태국 현지에 출시했던 ‘신라면 똠얌’도 그 일환으로, 현재 14개 국가로 수출 중이다.
농심 측은 “신라면 툼바를 중심으로 제2의 글로벌 도약을 준비하고, 그에 걸맞은 생산능력을 갖춰 K-라면 대표기업으로서 위상을 굳건히 하겠다”며 “유럽에서 농심 주요 제품의 입점을 늘리고, 현지 식문화 맞춤 개발이라는 투트랙으로 오는 2030년 3억 불 매출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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