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 서강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AI로 부처간 불통 해소…핀테크 유니콘 등장 찬스” [2025 한국금융미래포럼]

[한국금융신문 전하경 기자] “마이데이터2.0 혁신이 나오면서 이종산업 데이터 간 결합 길이 열렸지만 의료 데이터만 여전히 부처 간 칸막이로 애를 먹고 있습니다. 유니콘 기업이 나오려면 이종산업 간 결합이 활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부처 간 칸막이를 뚫어야 합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20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25 한국금융미래포럼 : 비욘드 AI, K금융의 미래, 금융혁신 대전환기 새 지평을 연다’ 패널 토론에서 “국내 유니콘 기업 탄생 정체를 타개하기 위한 벤처 투자 생태계 회복이 시급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유신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핀테크 혁신 3.0 혁신 시대의 개막’이라는 주제로 국내 핀테크 발전과 성과, AI와 금융 결합으로 발생한 새로운 핀테크 동향을 진단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방안을 제언했다.

정유신 교수는 “유니콘 기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기업 가치 제고가 필요하다”라며 “이종산업 간 협업과 결합으로 혁신 서비스가 나오고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지만 문제는 부처 간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유신 교수는 중국 AI 서비스 딥시크 등장에서 보듯이 생성형 AI에서도 대기업보다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이 혁신 서비스를 통해 유니콘 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진단했다.

딥시크는 고성능이면서도 비용이 덜 드는 만큼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이 AI를 활용해 혁신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여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유신 교수는 “2000년대 닷컴버블 당시에도 그렇지만 AI 시대에도 핵심은 개인간 서비스, 즉 퍼스널(Personal)이다”며 “딥시크가 나오면서 고성능이지만 저비용으로 생성형 AI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B2B혁신에서 B2B2C 혁신 모델이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신 교수는 중소기업, 벤처기업이 AI로 혁신 서비스를 만들어 규모가 커지면 고용 창출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신 교수는 “작은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적은 비용으로도 AI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 닷컴버블 때에 국한됐던 PC 혁명이 스마트폰은 물론 더 다양한 디바이스까지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며 “서비스 확산이 빠르고 기업이 발전하면 고용 창출 효과가 커진다”고 강조했다.

정유신 교수는 타다 사례가 다시 나타나는 것을 막고, AI로 촉발되는 금융과 이종산업 간 결합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유니콘을 등장시키려면 부처 간 칸막이를 해소하는데 기여한 공무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유신 교수는 “타다에서 좌초된 혁신 서비스를 AI로 활성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만큼 반드시 부처 간 칸막이를 뚫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부처 간 영역을 넘나들어 정책을 펼치는 공무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유신 교수는 부처 칸막이 혁신을 시작으로 유니콘이 탄생하기 위한 정책은 기업가치 제고, M&A 시장 활성화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유신 교수는 글로벌 시장을 진출할 수 있도록 기업 가치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기업 가치를 올리려면 업종 간 시너지를 내야 하고 업종 간 시너지를 갖고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종 산업 간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부처 간 칸막이로 시너지가 나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유신 교수는 “지금처럼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 IPO 시기에 도달했을 때 해당 서비스가 혁신적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기존 금융회사가 핀테크와 협업하거나 투자, M&A를 헐 수 있도록 M&A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글로벌 시장 진출 공동 펀드 만들어서 좀 더 과감하게, 성장 단계별로 정책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유신 교수는 글로벌 시장 양상과 달리 우리나라 핀테크 유니콘이 정체돼 있다고 봤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유니콘 전체에서 핀테크 유니콘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은 50%, 영국은 16.6%, 중국은 6.6%, 인도는 6.6%인 반면, 한국은 1.6%에 불과하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다양한 분야 핀테크 유니콘이 탄생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핀테크 유니콘 탄생이 더디다는 얘기다. 보험 분야 인슈어테크는 오히려 퇴화하고 있다고 정유신 교수는 지적했다.

정유신 교수는 한국 인슈어테크 핀테크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으로 보험산업 특유의 보수성과 의료 데이터 폐쇄성을 들었다. 정유신 교수는 “보험산업은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가장 보수적 분야”라며 “변화에 적극적이기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해외 보험산업에서 인슈어테크 혁신 기업이 등장할 수 있는 이유는 산업 간 데이터 교류가 활발하기 때문이라고 정유신 교수는 설명했다.

정유신 교수는 “보험사는 빅데이터가 가장 잘 발달돼 있는 곳”이라며 “AI 시대에 가장 가성비 좋게 혁신을 할 수 있는 분야인데, 데이터가 잘 열려있지 않는 등 여러가지 이슈로 보험사들이 혁신에 소극적이다”라고 말했다.

정유신 교수는 보험사들 혁신을 위한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험사들이 마이데이터 협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정유신 교수는 설명했다. 마이데이터 등장으로 많은 금융사들이 데이터 중개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지만 보험사들은 마이데이터로 수익을 낼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정유신 교수는 “보험사들이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건 사실상 없다.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건 GA를 통한 것 뿐”이라며 “보험사들이 데이터 활용, 구축 등으로 인센티브를 얻을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의료기관과의 협업도 중요하다고 정유신 교수는 강조했다.

실제 중국 핑안보험은 보험사가 병원을 직접 설립할 수 있을 정도로 의료 부문과 활발한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정유신 교수는 “의료 데이터와 보험 데이터 결합이 중요하지만 국내에서는 마이데이터2.0 정책에도 의료기관들이 여전히 데이터를 개방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정유신 교수는 “생명보험은 바이오 쪽으로 발전 잠재력이 크다”며 “보험사가 직접 병원 설립할 수 있도록 해주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전하경 한국금융신문 기자 ceciplus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