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완성차 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도 중고차 사업 확대에 본격 나섰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모두 신규 사업목적에 ‘부동산 개발업’을 추가하며 중고차 사업 확대에 돌입했다. 그동안 집중했던 온라인 인증 중고차 사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규모 중고차 매매, 매집 등 관련 사업장 확장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2023년 말 온라인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하며 경기도 용인, 경남 양산에 초대형 상품화센터를 마련한데 이어 지난해 8월 전북 군산 센터도 개소했다.
송호선 기아 사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사업목적 추가에 대해 “고객들 차량 구매 및 정비, 서비스·브랜드 체험을 위한 통합 전시장 플래그십 스토어와 같은 신규 사업장 개발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 시장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는 중고차 시장 규모가 이미 신차 시장 규모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위축으로 실리를 추구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비슷한 사양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고차 소비가 더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데이터플랫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준 중고차 거래 대수는 243만대로 신차 거래 163만대를 월등히 앞섰다.
레몬마켓은 판매자가 차량 주행거리나 성능 상태 등 정보를 독점함으로써 소비자와 정보 비대칭이 상대적으로 심한 시장을 의미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판매자가 정확한 제품 정보 등을 속이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진작부터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기업 진출 요구가 높았다. 실제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 시장 진출이 본격화됐을 당시 각종 커뮤니티상에서는 “그동안 소비자를 기만하던 중고차 딜러들은 큰일 났다” “조금 비싸지더라고 믿음 가는 대기업 중고차 이용한다” 등 반응이 주를 이뤘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022년 중고차의 대기업 진출 금지가 해제되자 2023년 말 중고차 시장에 발을 들였다. 당시 양사는 “소비자 보호와 신뢰 제고를 최우선으로 중고차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며 “전체적인 중고차 품질과 성능 수준을 향상시켜 시장 신뢰를 높이고 중고차산업이 매매업 중심에서 벗어나 산업의 외연이 확장될 수 있도록 기존 중고차업계와 다양한 협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세 중고차 업체들 반발을 의식해 ‘출고 기간 5년에 주행거리 10만㎞ 이내’ 인증 중고차만을 온라인으로 판매했다. 여기에 정부도 영세 중고차 업체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대차는 4.1% 기아는 2.9% 수준 중고차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런 한계로 현대차·기아가 중고차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기 어려웠는데, 해당 규제가 이달 부로 해제되면서 현대차와 기아 중고차 사업 확대가 가능해진 것이다.
한편 중고차 시장은 현대차와 기아뿐만 아니라 KG모빌리티 등 국내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독일 3사(벤츠·BMW·아우디) 등 수입차 기업들 점유율 확대를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신규 경쟁자들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전기차를 중심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 중인 중국 BYD도 올해 한국에 중고차법인을 신규 설립하며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가격경쟁력을 내세운 전기차를 주력으로 하는 만큼 가성비로 틈새시장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렌트카 업체들도 중고차 시장에 눈독을 들이며 경쟁을 한층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국내 렌터카 1위 롯데렌탈은 지난해 11월 서울 강서구에 첫 중고차 매매센터를 개소하고, 지난달 경기 부천시에 두 번째 센터를 설립했다. 롯데렌탈은 “올해 상반기 중 수도권에 추가 센터를 개소할 예정”으로 “올해 중고차 판매 목표는 9000대로, 2028년에는 연간 4만3000대 판매가 목표”라고 전했다.
SK렌터카도 사업 확대 방안으로 중고차 사업을 점찍었다. SK렌터카는 오는 7월 충남 천안에 딜러 대상 첫 중고차 경매장을 개장한다. 수입차 딜러사인 코오롱모빌리티도 올해 3분기 중 수입차 인프라 기반으로 BMW, 볼보, 아우디 등 수입 중고차 온라인 판매를 개시할 계획이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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