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ce 1992

대한민국 최고 금융경제지

닫기
한국금융신문 facebook 한국금융신문 naverblog

2025.05.16(금)

‘우유 역성장’에 외식 키우는 매일유업, '사업 다각화' 빛 볼까

기사입력 : 2025-05-16 16:21

  • kakao share
  • facebook share
  • telegram share
  • twitter share
  • clipboard copy

매일유업, 우유 대신해 카페·레스토랑 힘줘
해외서 커피·곡물 음료 인기에 수출 40%↑
흰 우유 시장 감소에 식자재 사업으로 진출
김선희 "우유만 파는 중소기업은 없어질 것"

매일유업 제품들. /사진=매일유업 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매일유업 제품들. /사진=매일유업 홈페이지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매일유업이 본업인 우유를 대신해 외식 브랜드로 사업을 다각화, 실적을 가까스로 끌어올렸다. 유소년 인구가 감소하면서 유업 시장이 정체기를 맞고 있지만, 외식 시장은 매해 그 덩치를 불리고 있다. 매일유업은 카페와 레스토랑, 베이커리 등 외식사업을 확장하면서 돌파구 마련에 들어갔다.

16일 매일유업에 따르면, 지주사인 매일홀딩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2조1464억 원에서 2.0% 오른 2조1902억 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822억 원에서 4.7% 줄며 783억 원에 그쳤다. 저출산 여파로 유소년 인구가 급감하면서 유업 시장이 어려워진 점과 내수 침체 현상이 장기화한 점이 영향을 줬다.

사업별로 보면, 매일홀딩스는 지난해 본업인 유가공 부문 매출이 1조909억 원으로, 전년(1조969억 원) 대비 0.5% 떨어졌다. 반면 외식 부문 매출은 2023억 원에서 1.8% 증가한 2060억 원을, 기타 부문은 8472억 원에서 5.4% 뛴 8933억 원을 나타냈다. 매일홀딩스 기타 부문에는 식자재 사업과 커피·곡물 음료, 건강기능식품, 가정간편식(HMR), 초콜릿(페레로로쉐) 사업 등이 있다.

매일홀딩스 주력 자회사인 매일유업은 지난해 1조8114억 원을 벌어들였다. 그중 내수 사업이 1조7178억 원으로, 전년(1조7171억 원)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수출에서는 936억 원을 기록, 전년(659억 원) 대비 42.0% 늘었다. 매일유업은 지난 1981년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중국과 베트남 등 10여 개 국가에 진출했다. 조제분유와 이유식, 발효유, 커피·곡물 음료를 수출한다.

앞서 매일유업은 지난 2023년 4월 스타벅스차이나와 파트너십을 맺고, ‘어메이징 오트’와 ‘아몬드 브리즈 바리스타’ 등을 공급해왔다. 그 결과 매일유업의 아시아권 수출액은 805억 원으로, 전년(578억 원)보다 39.3% 성장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수출 사업이 전체 해외 실적을 견인한 셈이다. 다만, 이는 매일유업의 기타 부문에 들어가는 사업 영역이다.

매일유업의 관계사이자 외식사업을 영위하는 엠즈씨드도 성장세다. 엠즈씨드는 매일유업이 지난 2013년 카페 브랜드 ‘폴바셋’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해 세운 회사다. 현재 폴바셋과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키친일뽀르노’, 중식당 ‘크리스탈제이드’ 등을 운영한다. 올해 3월 기준 폴바셋은 전국 147개 매장, 더키친일뽀르노는 9개 매장, 크리스탈제이드는 16개의 매장을 뒀다. 지난해 연 매출 2060억 원으로, 이 중 폴바셋에서만 1600억 원이 나왔다.

매일유업 측은 “지난해 국내 커피 시장이 약 9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올해의 경우 9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며 “프리미엄 라인업 확대와 드라이브스루 및 배달 전용 매장 도입,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고객 경험 개선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의 커피전문점 시장은 미국(280억 달러), 중국(60억 달러)에 이어 세계 3위다. 또 한국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약 400잔으로, 전 국민이 하루 커피 한 잔 이상을 마신다. 매일유업은 이 같은 커피 시장에 주목하며, 폴바셋을 주축으로 한 프리미엄 스페셜티를 두드리고 있다. 매일유업은 여세를 몰아 지난해 서울 성수동의 유명 식빵 업체인 '밀도'를 인수했다. 매일유업은 밀도를 통해 B2B(기업 간 거래)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을 두루 공략한다.

이처럼 매일유업은 국내 외식 시장이 지속 성장하는 추세에 주목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외식 시장 규모는 약 160조 원으로, 올해는 170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프랜차이즈 외식산업과 배달·포장 특화 매장의 빠른 성장세가 이 같은 흐름을 주도했다. 매일유업이 계속해서 외식 브랜드에 힘을 기울이는 이유다. 지난달엔 전북 고창군에 있는 농촌 체험형 테마파크 ‘상하농원’의 식자재를 활용한 샤브식당 ‘상하’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이 지난해 7월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강연을 하는 모습. /사진=대한상공회의소이미지 확대보기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이 지난해 7월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강연을 하는 모습.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우리나라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는 지난 2월 기준 542만8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0.6% 수준이다. 이는 인구 4000만 명 이상을 보유한 세계 37개 국가 중 가장 낮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적인 초저출산 국가로 꼽힌다. 우유 주력 소비층인 유소년 인구가 급감하면서 유업계의 시름도 깊어졌다. 식품산업통계정보(FIS) 소매점 판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근 3년간 흰 우유 시장 규모는 2022년 1조9843억 원에서 2023년 1조9639억 원, 2024년 1조9182억 원으로 점차 축소되고 있다.

김선희 매일유업 부회장은 지난해 7월 대한상공회의소 포럼에서 “우유만 파는 중소기업은 2026년 이후 다 없어질 것”이라며 “저출산이 심각해지면서 우유 수요가 줄어드는 반면 낙농가는 계속 우유를 공급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매일유업은 외식사업 외에 식자재 쪽으로도 눈길을 돌렸다. 매일유업의 B2B 식자재 사업을 담당하는 엠즈푸드시스템이 그 주인공이다. 엠즈푸드시스템은 엠즈씨드와 같이 지난 2013년 설립된 식자재 판매 회사다. 현재 전국 150여 개의 카페·베이커리·프랜차이즈 업체와 이들이 보유한 9000여 개 매장에 식자재 납품을 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2043억 원으로, 전년(1771억 원) 대비 15.4% 늘면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62조 원을 넘긴 국내 B2B 식자재 유통시장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다.

또한, 매일유업은 이러한 식자재 사업 외에 농촌 체험형 테마파크 ‘상하농원’에 공들이고 있다. 상하농원은 농림축산식품부와 전북 고창군, 매일유업이 공동 투자해 지난 2016년 4월 개장한 곳이다. 농촌의 고령화 현상이 심각해지면서 농·축·수산업(1차)과 제조업(2차), 서비스업(3차)을 융합한 6차 산업을 지향한다. 농산물의 생산과 가공, 유통, 서비스를 하나로 해결하는 구조다. 총 3만 평 부지에 농장과 목장은 물론 공방과 숙박 시설도 갖췄다.

다만, 외식 및 식자재 등 유업 외 사업의 호조세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올해 1분기 실적에서 위기감이 엿보인다. 매일홀딩스는 이번 1분기 매출이 5349억 원으로, 전년(5342억 원) 실적에서 제자리걸음 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23억 원에서 반 토막이 난 118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본업인 유업에서 정체된 흐름을 보인 가운데 외식사업마저 소비 침체 여파로 고꾸라진 영향이다. 외식 부문 매출이 500억 원에서 494억 원으로 밀려났고, 기타 부문은 2179억 원에서 2186억 원으로 횡보에 그쳤다. 유가공 부문 매출은 전년(2663억 원)과 비슷한 수준인 2669억 원을 유지했다.

이인기 매일유업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속적인 원가 상승과 출산율 감소, 내수 불황 등으로 유업이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며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흰 우유와 발효유 성장에 역량을 집중하고, 두유·아몬드·오트 등 식물성 음료와 셀렉스·메디웰 등 뉴트리션(건기식) 사업에도 힘을 쓰겠다"고 밝혔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

issue
issue

손원태 기자기사 더보기

유통·부동산 BEST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