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 ENM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콘텐츠 산업에서 새로운 변화의 시작점을 알렸다. 과거 콘텐츠 산업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흑백에서 컬러로 진일보하면서 대변혁을 일궈냈다. 1970년대 들어서는 컴퓨터 기술력에 기반한 3D 그래픽을 도입해 비현실적 세계관인 공상과학(SF) 영역도 구현했다.
이를 위해 CJ ENM은 그룹 내 ‘AI 스튜디오’를 신설, 30명 정도의 인력을 배치했다. 추진팀은 AI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AI 콘텐츠 디렉터’와 AI 콘텐츠 기술력을 담당하는 ‘AI 테크 디렉터’, AI 콘텐츠를 사업화하는 ‘AI 비즈 디렉터’로 구성됐다. 올 하반기 100% AI 기술로 만든 애니메이션 ‘캣 비기(Cat Biggie)’와 헤라클레스 일대기를 담은 ‘레전드’, 한국형 스릴러 ‘아파트’ 등을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CJ ENM은 AI 기술 시스템도 공개했다. 우선 ‘시네마틱 AI’는 드라마와 영화 등 내러티브 콘텐츠에 최적화된 AI 영상 제작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각각 AI 툴로 작업해야 했던 이미지와 비디오, 사운드, 보이스 등을 원스톱(One-Stop)으로 해결해준다. AI 콘텐츠 제작의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또한 CJ ENM은 AI 특유의 어색한 느낌마저 지우기 위해 ‘3D 360 SOLUTION’을 개발했다. 캐릭터와 배경을 앵글이나 포즈, 스타일에 따라 3D로 자동 데이터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를테면 3차원 이미지를 자동 생성할 수 있고, 원하는 이미지나 포즈 혹은 스타일에 맞게 화면 구성이 가능하다. 기존 AI 콘텐츠에서 한계로 지적됐던 캐릭터의 일관성도 이 기술로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국내 기술특허 출원을 마친 CJ ENM은 향후 AI 관련 연구개발(R&D) 투자를 더욱 늘릴 계획이다.
CJ ENM은 AI 콘텐츠 산업의 첫 시작으로, 3D 애니메이션 ‘캣 비기’를 소개했다. 이 작품은 숏폼 애니메이션으로, 편당 약 2분 분량의 시리즈물이다. 총 30편으로 구성됐으며, 오는 7월 중순 나온다. 여기에는 CJ ENM 자체 AI 기술력이 집약됐다. 일반적으로 5분 분량의 3D 애니메이션을 만들려면 약 3~4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그러나 CJ ENM은 AI를 활용, 6명의 인력으로 약 5개월 만에 완성했다.

미국에서도 AI 저작물 관련 논쟁이 소송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작가 단체가 메타를 상대로 낸 ‘생성형 AI 라마 학습에 텍스트·이미지 등 무단 수집 및 활용 여부’와 뉴욕타임스가 챗GPT에 제기한 ‘기사 콘텐츠 저작권 침해 여부’ 등이 그 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디즈니와 유니버셜 두 회사는 생성형 AI가 만들어주는 그림체가 자사 영화 캐릭터를 무단 사용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CJ ENM 역시 미국의 AI 저작물 관련 판결을 예의주시하며, 국내 실정법이 구체적으로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임상혁 변호사는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K-콘텐츠가 AI 콘텐츠 시대를 리드할 수 있으려면 창의성을 가진, CJ ENM과 같은 기업이 산업 성장을 주도할 수 있게 육성해야 한다”며 “AI 콘텐츠 산업 맞춤형 가이드 수립, 저작권 및 데이터 보호를 위한 전담 부서 신설 등 법과 제도를 정비해 글로벌 AI 콘텐츠 시장을 선도할 생태계 기반을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AI 산업 관련 TDM(Text·Data Mining) 면책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I의 학습 과정에서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도 복제와 전송을 허용해달라는 내용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는 글로벌 소프트파워 ‘BIG 5’ 문화강국을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는데, 콘텐츠 산업에서 AI는 필수 불가결의 요소이다.
CJ ENM은 한국 정서를 AI 기술로 구현한 장편 영화와 세계 곳곳의 신화에 숨겨진 어드벤처 스토리를 담은 AI 드라마 시리즈도 연내 공개하는 등 AI 콘텐츠 투자를 계속해서 강화한다.
백현정 팀장은 “CJ ENM은 종합 콘텐츠 회사로서 드라마나 영화, 예능 등 다양한 장르물을 만들고 있다”며 “디지털 AI 기술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만큼 CJ ENM도 이러한 AI 기술력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신진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고, 소비자들에겐 더 많은 소재를 전달해 글로벌로 확산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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