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행 퇴직연금 제도는 개별 가입자가 민간 금융기관 사업자와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대안적인 운용 거버넌스로 국민연금처럼 적립금을 모아 기금화하고 전문 수탁법인에 맡겨 운용하는 기금형 구조 전환 논의가 부상하고 있다.
미국·호주의 '성공 사례'…퇴직연금 대안 '기금형' 부상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 등은 23일 여의도 국회에서 '노후소득 강화를 위한 퇴직연금제도 개선방안'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이날 토론회는 퇴직연금의 기금화 도입 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발표를 맡은 정창률 단국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국민연금이 충분한 소득 유지 기능을 하는 제도로 역할을 한다면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지 말고 개인에 자산 증식 기회를 주도록 자율에 맡길 수 있지만, 지금처럼 국민연금 만으로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면 퇴직연금이 보편적으로 그 역할을 하도록 적극적인 규제자 역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디폴트옵션'에 대해서도 정 교수는 "미국 등에서 성공적 평가도 있으나, 한국의 경우 업권 간 경쟁 과정에서 결국 원리금 보장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도입되면서 제도 변화가 형해화 됐다"고 판단했다.
퇴직연금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우선 순위로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필요성이 높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태일 고려대 교수는 "현재 퇴직연금이 제 기능을 못하는 근본 이유는 낮은 수익률"이라며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면 현재 계약형 유지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401(k) DC(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의 80%는 디폴트옵션이고, 2023년까지 10년 평균 수익률이 7%라고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또 호주 등 퇴직연금 모범운용 국가의 디폴트옵션 수익률도 다른 DC형 수익률보다 높다고 했다.
김 교수는 "기금형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높은 수익률이 달성되는 것은 아니나, 공공참여, 영리/비영리, 집합적 DC, 기금의 수 등 어떤 형태의 기금을, 어떤 방식으로 도입하는 지가 중요하다"며 "기금형의 유형과 운영 설계는 해외 성공사례 참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대선을 앞두고 퇴직연금 기금화가 쟁점이 될 지도 주목된다.
이날 민주당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의원이 퇴직연금 기금화 입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안 의원은 민주당 미래경제성장전략위 수석부위원장과, '이재명 캠프'의 정책부본부장을 맡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이 400조원에 달하고 있지만, 연금이 아닌 일시금 형태 수령이 90%에 달할 만큼 높고, 가장 큰 문제점은 지나치게 운용 수익률이 낮다는 점이라고 안 의원 측은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퇴직연금의 최근 5년 연환산 수익률은 2.35%에 불과했다. 이는 같은 기간 7% 수준의 국민연금 수익률보다 크게 낮다.
현재 계약형 방식으로는 전체 적립금의 90% 가까이 은행, 보험 등의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집중돼 수익률 제고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안 의원은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되면 현행 계약형에서 기금형으로 전환돼 다수의 가입자 퇴직연금자산을 전문가가 통합 운용할 수 있게 된다"고 제시했다.
기금형 도입시 국민연금 등판 여부 '최대 관심사'
기금형 제도가 도입될 경우 쟁점도 여럿 있다.이날 김태일 교수의 토론회 발표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의 참여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우선 찬성 쪽에서는 국민연금공단의 '메기' 효과가 기금형 도입 확산과 수익률 제고에 유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 반면, 국민연금이 퇴직연금까지 더해 운용할 경우 리스크 측면을 우려하는 견해도 있다.
둘째, 영리기관의 참여 여부가 꼽힌다. 김 교수는 "한국은 민간 금융기관 계약형만 있는 상태에서 기금형을 도입하려고 하면, 민간 금융기관의 기금 수탁 법인 참여를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며 "금융당국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기금 대형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꼽혔다. 또 기금형 장점을 살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 수익 실현을 위해 '집합적 DC' 방식이 유효하다고 봤다.
김 교수는 "기금형 도입 취지를 달성하려면 미국, 호주 등 사례의 장점을 취하고, 일본 기금형은 반면교사 삼아야 하며, 우리의 현실도 반영해야 한다"며 "금융기관의 이해관계가 아닌 근로자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 강화 관점에서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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