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퇴직연금인 '401(k)'의 적립금 규모 확대는 뮤추얼 펀드 시장 성장과 궤를 같이 했다.
반면, 한국은 퇴직연금이 규모 면에서는 400조원대로 가파르게 성장했음에도 원리금 보장형 '쏠림'에 따라 자본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형편이다.
실적배당형 투자를 통해 자금을 끌어올 수 있도록 자산운용사들이 수익률로 운용 성과를 입증하는 게 급선무다.
美 증시 고공행진, 401(k) 가입자도 ‘활짝’
13일 미국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미국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은 2024년 12월 말 기준 12조4000억 달러이며, 이 중 401(k)가 차지하는 비중은 8조9000억 달러 규모다.구성 자산 비중을 보면, 뮤추얼 펀드가 401(k) 보유자산의 60%인 5조3000억 달러를 차지한다. 주식형 펀드(equity fund)가 3조1000억 달러 규모로, 401(k) 플랜의 가장 일반적인 펀드 유형으로 올라와 있다.
다음은 디폴트옵션의 코어(core) 펀드 격인 TDF를 포함한 하이브리드(혼합형) 펀드가 1조4000억 달러를 차지했다.
따라서 연금 자금이야말로 장기적으로 보면 '복리의 마법'을 실현하기에 적절하다.
대규모 은퇴자금이 블랙록, 뱅가드 등 글로벌 자산운용사 펀드를 통해 미국 상장 기업 주식에 투자하면서 연금 가입자들이 증시 활성화 수혜를 온전히 받게 된다.
개별 주식 대비 리스크를 낮추고 안정성을 더한 자산배분펀드를 통한 연금 투자는 생업으로 인해 투자 공부를 할 시간이 없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간편한 선택지가 되고 있다.
미국 노동부(U.S. Department of Labor)에 따르면, 미국 401(k)의 2008~2022년 기간동안 기하평균(geometric mean) 수익률은 3.4%로 집계됐다.
401(k)는 일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24.9%) 등 대형 사건 때 마이너스(-) 수익률에 그치며 평균을 대폭 깎아 먹기도 했지만, 이후 2009년 18.8%, 2010년 12%, 2012년 11.2%, 2013년 18.3%, 2017년 15.8%, 2019년 20.1%, 2020년 14.1%, 그리고 2021년 14.9% 등 여러 해에 걸쳐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 퇴직연금의 경우 원리금보장형에 지나치게 치중하면서 만성적 수익률 부진 상태를 보이고 있다.
DC형/개인 IRP 퇴직연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의욕적으로 도입한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의 경우에도, ‘투자형 연금’을 이끄는 데 있어서 한계점을 보인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말 사전지정운용제도의 안정형 상품 적립금 규모는 전체(40조670억원)의 88%에 달하는 35조3386억원으로 집계됐다. 안정형 등급의 1년 기간 운용 수익률도 3.3% 수준으로 높지 않았다.
“연금, 양질의 수급 주체 역할”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적립금 장기추계와 자본시장 영향'(2024년 11월) 리포트에서 “현재 400조원을 웃도는 퇴직연금 적립금은 주식 비중이 보수적인 자산 구성으로 추정된다”며 “실적배당 상품의 비효율적 자산 구성은 원리금보장상품 편중이라는 과도한 위험회피 성향과 함께 퇴직연금 장기수익률 하락의 직접적 원인이 되며, 우리나라의 경우 연금자산 증대가 자국의 자본시장 발전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이유다”고 설명했다. 남 연구위원은 "연금자산의 성공적 운용은 자국의 건전한 자본시장 발전을 전제로 한다"며 "자본시장을 지탱하는 양질의 수급 주체로서 다층 연금 체계에서 공/사적 연금의 상호보완적 관계가 재조명 돼야 할 시점이다"고 주장했다.
연금 수익률을 높이는 게 모든 문제 해결의 키(key)가 될 수 있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의 증가 요인과 시사점'(2024년 9월) 리포트에서 "퇴직연금 적립금이 쌓여감에 따라 운용 수익률의 영향은 점차 증가할 것이다"며 "따라서 퇴직연금 자산운용 수익률은 매우 중요하고, 이 수익률을 결정하는 자산운용 체계는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원구 연구위원은 "DC형 및 IRP형 퇴직연금의 운용은 가입자 개인의 투자 의사결정에 의존하고 있는데, 모든 가입자들이 투자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게 아니며 전문성이 있는 투자자라도 자산 규모 한계 등으로 제대로 된 분산 투자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홍 연구위원은 "TDF는 가입자의 개인적 한계를 넘는 방법의 하나가 될 수 있고, ETF(상장지수펀드)에 대한 투자도 개인의 자산 규모에 영향을 받지 않고 분산 투자를 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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