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발란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자체 재무 점검 과정에서 정산금 과다 지급, 과소 지급 등 축적돼 온 시스템상의 문제를 발견했다.
그러면서 재정산 작업은 26일까지 마치고, 늦어도 28일까지는 파트너사별 확정 정산 금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한다고 했다.
발란이 정확한 지급날짜 등을 밝혔음에도 판매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티메프 역시 지난해 시스템상의 문제라고 밝혔지만 결국 경영상의 문제인 점이 밝혀진 전례가 있어서다. 이에 판매자들은 서울 강남구 발란 본사를 찾아 정산 요구를 하거나 피해자 단체 채팅방을 만드는 등 지난해 발생한 ‘티메프 사태’ 당시와 유사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발란이 기업회생을 준비 중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발란 기업회생절차 준비 증거 파일’이라는 글이 게재되면서 불거졌다. 발란 관계자는 “확인 중”이라고 답했다.
앞서 발란은 지난 2월 28일 실리콘투로부터 총 15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장밋빛 미래를 기대했다. 특히 몇 년간 명품 플랫폼에 대한 투자가 전무한 상황에서 발란이 유일하게 투자를 유치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산 지연에 기업회생 의혹까지 일면서 발안은 한 달이 채 안 된 사이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사실 명품 플랫폼의 ‘위기’는 꽤 오래 지속돼왔다. 펜데믹 시절 명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급성장했지만,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지난해 3월 한화갤러리아 출신의 이우창 대표가 설립한 캐치패션이 문을 닫았고, 그해 8월 명품 편집숍 한스타일도 운영을 종료했다. 이어 12월에는 이랜드글로벌의 명품 플랫폼 ‘럭셔리 갤러리’가, 올 초에는 명품 프리 오더 플랫폼 ‘디코드’가 모습을 감췄다.
어려움 속에서도 명품 플랫폼의 대표 3사인 발란과 머스트잇, 트렌비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번 발란의 미정산 사태로 업계 위기는 더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3사 중 1위로 꼽히는 발란은 현재 재무 상황이 좋지 않다. 2024년 감사보고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발란의 외부감사인인 삼도회계법인은 2023년 감사보고서에서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81억8400만 원 초과하고 있고 누적 결손금은 784억8300만 원”이라며 “총 부채는 총자산을 77억3200만 원을 초과했다.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대해 불확실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발란을 포함해 상위 3사 모두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2023년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발란은 99억 원, 머스트잇은 78억 원, 트렌비는 32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들은 적자 폭을 줄여나가고 있지만 의미 있는 개선까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3사가 2024년 역시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발란과 머스트잇, 트렌비 등의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카드 결제 금액은 3758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9245억 원) 대비 59% 감소한 수치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긴 힘들 것 같다”며 “지난해 티메프 사태로 기저에 셀러들의 불안감이 깔린 데다 경기 침체로 명품 수요도 줄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산 지연 이슈까지 생겨 업계 위기감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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