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 2027년 신임 대표 후보로 가장 유력한 인물은 이병만 부사장이다. 1958년생인 이병만 부사장은 1986년 유한양행에 입사한 뒤 40여 년간 근속한 정통 '유한맨'이다. 이 부사장은 2015년 상무로 승진한 이후 영업, 홍보, 약품사업본부 등 여러 부문을 두루 이끌었다. 2022년 하반기부터는 경영관리본부장으로서 회사의 살림을 맡고 있다. 유한양행은 공식적인 최고재무책임자(CFO) 직책은 없으나, 이 부사장이 사실상 CFO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CFO 격인 그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성공적인 연구개발(R&D) 투자다. 내년 창립 100주년을 앞둔 유한양행은 '글로벌 50대 제약사 진입'을 목표로 수년째 R&D 투자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 부사장도 이런 기조에 따라 R&D 부문과 유기적으로 협업해 외부투자에 나서고 있다. 물론 외부투자는 조욱제 사장을 비롯해 R&D 부문 등과의 논의를 거쳐야 하지만, 최종 집행은 경영관리본부의 몫이다.
실제 이 부사장이 경영관리본부장을 맡은 뒤 유한양행의 R&D 투자 보폭은 크게 늘었다. 그가 CFO로서 첫발을 뗀 2022년 4분기에 두 건(스파인바이오파마, 에이인비)의 신규투자와 한 건(지놈오피니언)의 추가투자를 단행했다. 주로 연구 협력을 진행 중인 기업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구체적으로 스파인바이오파마에 26억 원, 에이인비에 10억 원을 출자했고 지놈오피니언엔 30억 원을 투입했다. 경기침체 등 불확실성이 높은 경제 상황 속에서도 투자 확대 기조는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유한양행이 경영에 참여하는 바이오 기업 중 대표적인 곳은 프로젠, 이뮨온시아 등이 있다. 현재 프로젠은 비만약 임상 2상을 진행 중이고, 면역항암제 개발 전문기업이자 유한양행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뮨온시아는 올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병만 부사장은 올해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한양행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매년 1건 이상 R&D 기술수출, 2개 이상 신규 임상 파이프라인 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목표를 이뤄줄 수단이 투자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회사의 실적 증대에 기여했던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도 기술도입 투자의 결과물이다. 렉라자 성과를 등에 업은 유한양행은 지난해 국내 제약사 처음으로 매출 2조 원을 돌파했다. '투자의 맛'을 제대로 본 만큼,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투자 확대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에이프릴바이오 지분 전량을 처분해 221억 원 규모의 차익을 보기도 했지만 이익 감소는 막지 못했다. 이익이 떨어진 와중에도 유한양행은 지난해 대상 배당 총액으로 375억 원을 썼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전년 321억 원에서 더 늘어났다. 올해 이익 확대를 위해 투자 전략을 손봐야 하는 이 부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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