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이날 1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는 2년물(600억원)과 3년물(400억원)로 구성됐으며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한다.
현재 호텔롯데 신용등급은 ‘AA-, 안정적’이다. 우량등급(AA급 이상)에 속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발행물량 규모는 상당히 작은 편이다. 그럼에도 대규모 주관사단을 꾸린 것은 호텔롯데를 비롯한 롯데그룹 전반 불확실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의미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지라시’로 촉발된 유동성 위기설 이후 자산매각, 담보 제공 등을 통해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호텔롯데 역시 롯데렌탈 지분(35.0%) 매각 관련 우선협상대로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를 선정하는 등 빠르게 움직였다.
호텔롯데 신용등급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AA0에서 AA-로 강등됐다. 유동성 대응 능력은 충분했으나 현금흐름이 악화돼 신용도를 끌어내린 것이다. 호텔롯데는 팬데믹 당시보다 사정은 나아졌지만 불안한 수익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작년 3분기말 기준 영업손실 285억원, 당기순손실 1301억원을 기록했다.
호텔롯데, 공모채 도전…시장 반응 엿보기?
호텔롯데는 공모채, 사모채, 기업어음(CP) 등 다양한 조달수단을 총동원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는 물론 올해도 여러 창구를 활용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여타 대기업 그룹 계열사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을 공모 시장을 찾는 경우는 드문 편이다. 특히 리스크가 부각되는 시기에는 공모 시장에서 아예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가장 상징적인 부분은 롯데렌탈 매각이다. 자산재평가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현금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유동성 우려를 직접적으로 불식시킬 수 있다. 본업인 호텔, 면세 등에서 수익성이 아직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한 가운데 자산매각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뜻이다.
공모가 아닌 사모 혹은 장기CP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면 그 자체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될 우려도 있다. 연초 회사채 공모 시장은 수요가 많아 발행사 입장에서 유리하다. 이러한 상황을 피하는 자체가 불필요한 의구심을 증폭시킬 수 있다.
또 중요한 것은 호텔롯데의 그룹 내 입지다. 호텔롯데는 그룹 계열 통합신용도에 영향을 미친다. 현재 롯데케미칼(롯데건설 리스크 관련)의 신용도 문제는 모회사인 롯데지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신용등급에 관여하지 않는다.
이는 호텔롯데가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한 그룹 신용도 문제를 완충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호텔롯데가 직접적인 접점이 없는 롯데케미칼에 유상증자 형태로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신용평가사들이 호텔롯데의 롯데렌탈 매각자금 활용을 주목하는 이유다. 호텔롯데 차입금 감축에 쓰일 수도 있지만 여타 방법으로 그룹 크레딧을 우호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데 투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공모 규모 대비 대규모 주관사단을 꾸려 미매각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라며 “수요예측 흥행 시 그룹 유동성에 대한 각종 의혹도 상당폭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모 회사채 발행은 롯데그룹 구조조정에 대한 시장 반응을 테스트하는 성격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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