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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09(목)

IPO 또 '불발' 최우형號 케이뱅크···'올해 안에 승부 내야'

기사입력 : 2025-01-0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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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 진행 중인 IPO 연기 발표…두 번째 상장 철회
앞서 상장 발목 잡은 몸값 고평가 논란·업비트 의존도 해결 중요 과제 될 듯

케이뱅크 IPO 추진 일지./ 자료 = 케이뱅크이미지 확대보기
케이뱅크 IPO 추진 일지./ 자료 = 케이뱅크
[한국금융신문 홍지인 기자] 케이뱅크가 또다시 기업공개(IPO) 연기를 발표했다. 2023년에 이어 두 번째 상장 철회다. 케이뱅크는 기업가치를 높이고 국내 주식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다시 IPO를 시도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앞서 IPO 추진 당시 문제로 제기된 몸값 고평가 논란과 업비트 의존도 해결이 중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전일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기 위해 현재 진행 중인 IPO를 연기하고 향후 재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케이뱅크는 2022년 상장을 준비하다 2023년 2월 투자심리 위축 등을 고려해 상장을 연기했고, 지난해 6월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다.

케이뱅크는 상장 배경에 대해 “대규모 자본 확충을 통해 대출의 유형과 규모를 확대하고 ▲리테일 ▲SME/SOHO ▲플랫폼 등 세 가지 부문에 투자함으로써 성장 속도를 끌어올리고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전했다.

작년 8월 코스피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케이뱅크는 같은 해 9월 증권신고서를 내고 상장을 준비했다. 공모 규모는 8200만주, 주당 공모 희망가격은 9,500~1만 2,000원이었다. 희망 공모가 범위 상단 기준 총 공모액은 9840억원, 시가총액은 약 5조 3,000억원에 달해 2024년 IPO 시장 최대어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10월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낮은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상장으로 1조원 이상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IPO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은 최종 공모가를 희망 범위(9,500원~1만 2,000원) 하단인 8,500원으로 낮추는 안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케이뱅크는 금융위원회에 공모 계획을 철회하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결과에서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수요를 확인하지 못해 공모를 철회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케이뱅크가 과감하게 상장 철회를 선택한 이유는 기업가치 감소와 그로 인한 재무적 투자자의 회수 금액 축소인 것으로 분석된다. 케이뱅크가 최종 공모가를 8,500원으로 확정했다면 공모액은 7,790억 ~ 9,840억 원에서 5,576억 원으로 감소한다. 기업가치도 3조 9,586억~ 5조 3,000억 원에서 3조 4,722억 원으로 줄어든다. 재무적 투자자(FI)가 구주 매출로 회수할 수 있는 금액 역시 3,895억 ~ 4,920억 원에서 2,788억 원으로 줄어든다.

케이뱅크는 당시 공모 구조를 개선해 2025년 초 상장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어제 발표를 통해 IPO는 또다시 무기한 연기됐다. 이로써 케이뱅크가 상장을 미룬 건 지난해 2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가 됐다.

복합적인 이유 작용한 두 번째 상장 철회
케이뱅크 최우형 은행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케이뱅크 IPO 기자간담회에서 케이뱅크의 상장 후 사업계획과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케이뱅크이미지 확대보기
케이뱅크 최우형 은행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케이뱅크 IPO 기자간담회에서 케이뱅크의 상장 후 사업계획과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케이뱅크
케이뱅크의 첫 번째 상장 철회 이유는 국내 주식시장 악화였다. 2022년 당시 기준금리 인상과 주식시장 침체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상장을 연기했다.

두 번째 IPO 연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다. 먼저 높은 구주매출 비율과 상장 첫날 유통 가능 주식 수에 대한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물량) 우려로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해 IPO 추진 당시 케이뱅크 공모는 신주 모집 4100만주와 구주 매출 4100주로 구성됐다. 구주매출 물량은 ▲베인앤캐피탈 1231만주 ▲MBK파트너스(KHAN SS L.P.) 1231만주 ▲MG새마을금고(카니예 유한회사) 868만주 ▲제이에스신한파트너스769만주 등이다. 2021년 케이뱅크의 대규모 유상증자 때 참여했던 FI들이 구주 매출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예정이었다.

구주 매출은 상장 과정에서 기존 주주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파는 것을 말한다. 공모 자금이 회사로 유입되지 않고 기존 주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총공모주식이 8200만 주에 달하는 현재 공모구조로는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상장 첫날 유통 가능 물량이 37.3%에 달해 오버행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준형 케이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난해 10월 열린 IPO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구주매출이 적정 규모가 되지 않으면 나머지 물량이 다 오버행 될 수 있어 현 수준이 적정하다고 생각한다"며 "유통 가능 물량 역시 카카오페이나 크래프톤의 경우 40%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많은 수준은 아니며 적정 물량이 유통돼야 시장에서 공정한 주가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고평가 논란도 악재로 작용했다. 앞서 케이뱅크는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 그룹으로 카카오뱅크와 일본 SBI 스미신넷뱅크, 미국 뱅코프를 선정하고 이들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 평균치인 2.56배를 상반기 말 기준 자본총계(1조9556억원)에 적용한 뒤 공모자금 유입액을 더해 적정 시가총액을 5조4049억원으로 산정했다

케이뱅크가 적용한 PBR은 카카오뱅크(1.62배)보다 높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 케이뱅크의 당기순이익은 854억원으로 카카오뱅크(2314억원)의 3분의1 수준이다. 자본총계 역시 카카오뱅크(6조2895억원)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업비트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이에 따른 뱅크런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케이뱅크의 높은 업비트 단일예금 비중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케이뱅크의 올해 상반기 기준 고객 예수금 21조원 중에서 4조원이 업비트 단일 고객 예금으로, 20% 수준”이라며 “케이뱅크가 올 상반기 854억원의 이익을 냈는데 업비트 예치금 이자가 867억원으로 반기 수익을 다 줘야 한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감원장은 “꾸준히 케이뱅크의 업비트 의존도를 줄이려고 권유·지도해 왔다”면서도 “은행의 건전성이라든가 운영상 리스크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중요한 리스크 요소인 건 맞다. IPO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적정한 공시 이슈, 은행 건전성 및 운영 이슈 등은 매우 중요한 만큼 다 열심히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케이뱅크는 2020년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으면서 고객 및 수신 잔액을 확보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다는 입장이다.

최우형닫기최우형기사 모아보기 케이뱅크 행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케이뱅크의 전체 수신 규모 22조원 중 업비트 예치금은 3조1000억~3조2000억원 정도로, 업비트 예치금 비중이 2021년 12월 53%에서 올 6월 17%로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업비트 예치금 이자율이 연 0.1%에서 2.1%로 올라 수익성 저하가 우려된다는 지적에도 “이자율이 오른 부분은 다른 사업을 통해 감당할 수 있고 다른 비즈니스와 협력 관계도 계속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의 거래 중단시 뱅크런 가능성도 극히 제한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 행장은 “업비트 예치금은 대출 재원으로 한푼도 쓰지 않는다”며 “별도의 펀드로 관리하고 있고 MMF, 국공채 등 고유동성의 안정적인 운영처로만 정확하게 매칭시켜 운용하고 있어 뱅크런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속타는 최우형 행장···이준혁 CFO "내실 다져 IPO 재시도"
케이뱅크 본점 전경 /사진제공=케이뱅크이미지 확대보기
케이뱅크 본점 전경 /사진제공=케이뱅크
이어지는 IPO 실패로 속이 타는 건 최우형 행장이다.

이번 연기로 올해 말까지인 임기 내에 최대 숙원 사업 '상장'을 이루기가 더 어려워져서다.

한국거래소가 정한 케이뱅크의 상장예비심사 유효기간은 올해 2월 28일까지다. 다음 달 안에 상장 절차를 다시 진행하지 않으면 상장예비심사부터 다시 받아야 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재무적 투자자와의 약속도 부담이다. 케이뱅크 대주주 비씨카드가 지난 2021년 케이뱅크를 2026년 7월까지 상장하는 조건으로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투자를 받았기 때문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최 행장 임기 만료 후 내년에 상장을 재추진하기에는 FI와 약정한 기한이 빠듯하다"며 "올해 안에 승부를 보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이뱅크는 외형 성장과 수익성 제고에 주력함으로써 지속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주식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조속히 IPO에 다시 나설 계획이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12월 말 고객은 1274만명으로 지난 한 해만 320만여 명이 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무 실적 역시 지난해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 1224억원을 기록, 연간 최대 실적을 거뒀던 2022년 한 해 실적(836억원)을 넘어서며 외형 성장과 수익 개선을 모두 이뤄냈다.

지난해 3분기 말 케이뱅크의 BIS총자본비율은 14.42%로 규제비율(24년 말 기준 11.5%)을 크게 웃도는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특히 안전자산 비중 확대, 당기순이익 성장으로 BIS총자본비율이 23년 말(13.18%) 이후 세 분기 연속 상승하며 개선세를 보여 상장 연기에 따른 영업 차질은 없다.

현재 케이뱅크의 IPO는 CFO인 이준혁 전략실장이 이끌고 있다. KT에서 그룹경영실 그룹전략팀장 상무, 전략투자실 전락투자2팀장을 역임한 전략통인 만큼, 다음 IPO 성공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증시 부진으로 올바른 기업가치를 평가 받기 어렵게 됨에 따라 상장 연기를 결정했다”며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성 제고에 주력하며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조속히 IPO 재추진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홍지인 한국금융신문 기자 helen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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