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제약·생명과학을 포함한 헬스케어 산업의 M&A 거래 규모는 약 18조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5% 성장했다. 거래 건수는 9% 늘어난 203건을 기록했다.
셀트리온 외 지난해 M&A를 진행한 기업은 유한양행, DXVX(디엑스앤브이엑스) 등이다. 유한양행은 2023년 4월과 11월 각각 300억 원, 270억 원을 들여 국내 바이오 기업 '프로젠'과 미국 제약사 '이뮨온시아'를 사들였다. 유한양행은 두 회사 인수를 계기로 항체 기반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한단 계획이다. 디엑스앤브이엑스도 지난해 4월 152억 원에 에빅스젠 지분 약 63%을 확보, 파이프라인을 늘려나가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비단 지난해뿐 아니라 최근 5년(2020~2024년)간 제약바이오 산업에선 M&A가 왕성하게 이뤄지고 있다. 업계는 규모의 경제를 이뤄 글로벌 경쟁력 확보하려는 포석이 깔렸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보령은 지난 2022년 1월 미국 민간 우주정거장 건설 기업인 '액시엄 스페이스'에 1000만 달러(약 129억 원)를 투자, 지분 0.40%를 확보했다. 같은 해 12월엔 주식 29만5980주를 649억 원에 추가 취득, 지분율을 2.7%로 늘리기도 했다.
HLB는 올해 6월 50억 원을 들여 국내 AI 기업인 '아론티어' 지분을 총 10% 사들였다. 회사는 AI 플랫폼을 신약 개발에 접목해 파이프라인 개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동국제약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화장품 제조사를 인수했다. 4월엔 미용기기 제조 및 유통업체 '위드닉스' 지분 50.9%를 22억 원에, 10월엔 화장품 연구개발 및 수출전문 제조기업인 '리봄화장품' 지분 53.7%를 307억 원에 양수했다. 동국제약은 해당 M&A를 통해 기존 더마뷰티 사업을 확대할 복안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M&A 방식을 두고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부분의 M&A가 국내기업 간 거래로 한정돼 있기 때문. 국내보단 해외 제약바이오 기업이 기술력 면에서는 다양한 만큼 글로벌 제약사와의 M&A 비중을 늘려야 한단 평가다.
M&A 방식도 지분 인수(주식 양수·양도)가 대부분인 점이 한계로 꼽힌다. 지분 인수 방식은 피인수 회사가 별도 법인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아 조직과 운영 방식의 통합이 어려울 수 있다. 주식 양수도 계약은 대상 회사 주주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 협상이 길어지는 등 법적·절차적 리스크가 있다.
아울러 이종 산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먼저 구축해야한단 지적이 나온다. 충분한 준비 없이는 타 산업의 시장에 안착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광동제약이 인수한 비엘헬스케어는 지난해 26억 원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광동제약에 인수된 후인 올 상반기 1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기도 했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최근 제약사들 사이에서 M&A가 크게 늘었지만, 제약바이오 산업에만 익숙한 회사들이 마케팅 등에서 밀려나 실적을 못 내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후발주자인 경우도 많아 산업 특성을 잘 이해하고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나영 한국금융신문 기자 steami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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