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민 사장은 지난달 13일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를 찾았다. 이곳에는 한진의 현지 법인(ELS·Eurasia Logistics Service)이 있으며, 조 사장은 직원들을 격려함과 동시에 물류 상황을 점검했다. 우즈베키스탄법인은 지난 2010년 설립 후 매해 매출과 물동량이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항공과 철도를 활용한 포워딩 사업을 추진해 중앙아시아와 유럽, 중동 지역의 물류를 하나로 담아냈다. 조 사장은 노삼석 사장과 함께 현장을 방문했다. 두 사장은 우즈베키스탄 외에도 독일, 체코, 노르웨이, 몽골, 이탈리아 등 올 한 해에만 유럽과 아시아 전역을 누볐다.
최근 한진은 22개 국가, 42곳의 거점 확대를 목표로 글로벌 물류 시장에 한껏 힘을 주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직구 시장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동 전쟁으로 항공·해상 운임도 상승하면서 포워딩 물류를 찾는 해외 고객사가 늘었다.
한진의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은 2575억 원으로, 전년(1673억 원) 대비 53.9% 불어났다. 이 기간 해외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8배 커지면서 56억 원에 이르렀다. 한진은 올해 3분기에도 해외 사업 호조에 힘입어 누적 매출 2조2111억 원(잠정)을 기록, 전년(2조588억 원) 대비 7.4% 성장했다.
한진은 올 들어 태국 법인을 신규 설립했으며, 방글라데시와 모로코 그리고 헝가리 등 대륙을 넘나들며 법인 확대에 나섰다. 쿠팡이 택배 운송사업자 자격을 취득하면서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나가면서 1위 주자인 CJ대한통운과 격전을 벌이는 것과 무관치 않다.
한진 오너 일가 3세인 조현민 사장이 노삼석 사장과 함께 해외로 보폭을 넓히는 이유다. 조 사장은 앞서 지난 2018년 갑질 논란에 휘말린 후 경영에서 물러났다. 2019년 9월 조 사장은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전무로 복귀했고, 이듬해 한진 마케팅 사업을 총괄하게 된다.
2020년 12월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한진칼 전무직을 내려놓고 한진의 미래 사업 발굴에 전력투구했다. 지난해 3월 한진 사장직에 앉으면서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조 사장은 2019년부터 5년여째 한진을 이끌어 온 노 사장과 함께 공동대표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조 사장은 지난 2022년 6월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한진의 ‘비전 2025’를 직접 발표했다. 그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보인 것은 경영 복귀 후 4년 만이다. 당시 조 사장은 “물류를 섹시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본인이 한진에서 마케팅을 담당해온 만큼 마케팅으로 역량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조 사장은 한진 창립 80주년인 2025년까지 1조1000억 원을 투자, 연 매출 4조5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직전 연도인 2021년 한진의 연 매출은 2조5041억 원이었다. 한진은 지난해 연 매출 2조8075억 원을 기록, 조금씩 성장세를 그려나가고 있다.
조 사장은 ‘아시아 대표 스마트 솔루션 물류 기업’이 되겠다는 구상을 펼쳐 보였다. 구체적인 투자 부문은 물류·인프라 조성에 8000억 원, 해외 사업에 1500억 원, 플랫폼·IT·자동화 등에 1500억 원이다. 조 사장은 본인의 역할을 ‘조미료’로 특정했다. 막연하고 어렵게만 다가오던 물류를 쉽고 재미있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온 말이 ‘섹시한 물류’였다. 조 사장은 당대 유행했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한진 로지버스 아일랜드’를 개설해 한진의 미래지향적 물류를 선보였다. 지난해 4월에는 디지털플랫폼 사업본부를 새롭게 꾸렸다.
한진 자사주 매입을 통해 책임 경영에도 힘을 보탰다. 조 사장은 지난해 1월 4572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후 1년여가 흐른 지난 6월 18일 2500주를, 19일 6000주를, 20일 1706주를 사흘에 걸쳐 사들였다. 이 기간 조 사장은 2억 원을 투입해 1만206주를 확보했다. 조 사장의 주식도 1만9587로 늘어났고, 지분율은 이전 0.06%에서 0.13%로 소폭 뛰었다.
국내사업 또한 소홀히 하지 않았다. 조 사장은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당일배송을 확대했다. 네이버쇼핑과 지난 2022년 12월부터 도착배송을 시작했으며, 최근 미국 직구 시장과 중국 C커머스 시장이 커지면서는 휴일배송을 도입했다. 특화 물류에서는 2차 전지 분야의 핵심 원료로 떠오르는 ‘리튬염(LiPF6)’의 생산 설비 운송에 나섰다.
한진은 의약품·화장품 등 화학 제품 제조사인 피지티와 계약을 맺고, 리튬염 운송을 시작했다. 물량 규모만 총 33개의 제조설비 모듈로, 약 1830톤(t)에 이른다. 운송 과정은 중국 난퉁시 모리마츠 조선소에서 제조설비를 선적하고, 이를 군산항에서 하역한다. 군산항에서는 육상 운송을 통해 피지티가 있는 군산 공장으로 이동한다. 한진은 리튬염 제조설비 운송 전 과정을 맡았다.
이 밖에 조 사장은 지난 8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동반성장위원회 등과 함께 소상공인의 해외 진출을 돕기로 뜻을 모았다. 한진은 협약에서 ▲소상공인의 국내외 물류 활성화를 위한 상생 협력 체계 구축 ▲프로그램 운영 및 국제화물 운송 담당으로 국내 통관 및 배송 체계 구축 ▲해외 물류기지를 활용한 물류 서비스 지원 체계 마련 ▲해외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한 해외 지원 프로그램 구축 등의 역할을 맡았다.
인재 확보를 위한 투자와 M&A(인수·합병)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IT와 물류에 특화한 인재 육성을 위해 학교 재단과 계약학과를 준비하고 있다. M&A와 관련해선 규모를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닌 사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언제든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직원 대상으로는 ‘아침밥 먹기 운동’ 캠페인을 펼치거나, 화재 발생 시 대피할 수 있도록 한 비상 대응 훈련을 전개했다. 소상공인 고객사 37만 곳에는 시장 평균 가격보다 저렴한 ‘반값 택배 서비스’를 선보였다.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수확기에 어려움을 겪는 농가에는 직접 팔을 걷어붙이며 일손을 도왔다. 최근에는 ‘한국WWF(세계자연기금)’과 탄소 감축, 불법 야생동물 거래 방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조 사장은 과거 기자간담회에서 “한진은 임직원의 열정과 노력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저는 조미료 정도 효과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대표부터 택배기사까지 편한 업무 환경을 만들어 젊은 인재들이 한진으로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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