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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기 핵심 계열사에 오너 자녀 전진배치 왜?

기사입력 : 2024-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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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코오롱 ‘승계작업’ 가속화
SK·롯데·한화·KG 등 3040대 오너
미래사업 발굴·경영능력 입증 적기

불황기 핵심 계열사에 오너 자녀 전진배치 왜?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곽호룡 기자] 대기업집단 최대주주 일가 자녀들이 그룹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 오르거나 주요 보직으로 승진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향후 경영 승계를 위한 포석이다. 경기불황으로 실적이 꺾인 시점에 오너 투입으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경영능력을 입증하기에도 적기로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으로 출범한 '통합 셀트리온'은 창업주 서정진닫기서정진기사 모아보기 회장 장남 서진석 전 셀트리온 의장을 대표이사로 내세웠다.

셀트리온은 지난 2021년 서정진 회장이 은퇴를 선언하며 기우성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됐다. 지난해 서정진 회장이 경영 일선에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위기 상황에서 '일시적' 복귀라는 점을 강조했다. 셀트리온 새로운 선장으로 내세운 장남 서진석 대표 체제로 승계 작업을 가속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1984년생인 서진석 대표는 2014년 셀트리온 입사 10년 만에 그룹 경영을 책임지게 됐다. 그간 자회사 대표를 거치며 경영 능력을 쌓았지만 이제 40대에 접어든 나이로 가시적 경영성과가 부족하는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셀트리온에 확실한 성과란 주가 부양이다.

현재 셀트리온 주가는 지난 2021년 코로나 고점에서 3분의 2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서 대표는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24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2030년 22개 바이오시밀러를 구축해 매출을 최소 5배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오롱그룹도 셀트리온과 비슷한 승계 절차를 밟고 있다. 마찬가지로 1984년생 젊은 경영인인 코오롱 4세 이규호닫기이규호기사 모아보기 부회장도 지난해 말 인사에서 부회장 승진과 함께 지주사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코오롱은 2018년 3세 이웅열 명예회장의 갑작스런 은퇴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됐다. 그 사이 이규호 부회장은 코오롱글로벌 공유주택 자회사 리베토, 수입차 사업을 담당하는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등 주로 신사업 분야에서 경영능력을 시험받았다.

지주사로 전격 부임한 이규호 부회장은 이제 그룹 전반 전략을 수립하는 중책을 맡게 된 것이다. 마침 코오롱은 주력인 화학, 건설 업황이 동반 부진을 보이고 있다. 그룹 차세대 먹거리를 육성하는 일이 전적으로 승계 후보자에 맡겨진 셈이다. 이웅열 명예회장은 지난 2018년 퇴임 당시 "경영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도 오너가를 전면에 내세워 위기 상황에 책임경영 의지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검단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가 발생하자 10년간 이어온 전문경영인체제를 마치고 허창수닫기허창수기사 모아보기 GS 명예회장 아들 허윤홍 GS건설 미래혁신대표를 새 대표이사로 내세운 것이다.

젊은 오너가 자녀들을 전진 배치하는 것은 대외적으로 기업의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주고 조직 내부적으로는 변화의 필요성과 긴강감을 불어넣는 효과를 낸다.

KG그룹은 곽재선닫기곽재선기사 모아보기 회장 장남 곽정현 사장을 지난해 말 인사에서 승진시킨데 이어, 올해 KG모빌리티 사업전략부문장으로 발령했다.

지난달 열린 신차 액티언 출시행사에서 곽정현 사장은 "남성의 차라는 이미지가 강한 회사를 고객과 구성원 모두의 즐거움을 지키는 모빌리티로" 변신시킬 것이라는 새 브랜드 전략을 직접 선포했다.

한편, 오너가 자녀들 고속 승진은 미래성장동력 발굴과 책임경영 확대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안정적 승계를 위한 밑그림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재 회장 나이가 60~70대로 접어든 기업들이 아직 30~40대에 불과한 자식들에게 그룹 중책을 맡기는 것이다.

롯데그룹 신동빈닫기신동빈기사 모아보기 회장 장남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2022년말 임원을 달고 1년 만이다. 신 전무는 지난 6월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 사내이사에 이름 올렸다. 이어 그는 처음으로 한국 롯데지주 주식 일부도 사들이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 김승연닫기김승연기사 모아보기 회장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미래비전총괄(부사장)도 임원을 달고 3년 만인 지난해 인사에서 부사장까지 올랐다. 김 부사장도 작년부터 최근까지 한화갤러리아 지분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

이로써 한화 승계구도는 장남 김동관닫기김동관기사 모아보기 부회장이 제조·에너지 등 주력 부문을, 차남 김동원 사장은 금융, 김동선 부사장은 유통을 나눠 맡는 그림이 명확해졌다.

SK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회장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부사장은 지난해 말 처음으로 임원을 달았다. 그룹내 최연소 임원이다. 최윤정 부사장은 베이징국제고를 나와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했다. 정규 커리어는 재벌가 자녀들이 많이 거치는 베인엔드컴퍼니 컨설턴트로 시작했다. 이후 SK바이오팜에 입사해 글로벌 진출과 신약개발 등과 관련한 업무를 하고 있다.

SK는 다른 재벌가와 달리 '따로 또 같이'라는 독특한 형제경영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 단계에선 최태원 회장 자녀들이 그룹 총수 자리를 물려받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 최 회장도 승계와 관련해 "계획은 필요하다"면서도 "멀티 헤드 체제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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