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9일 막을 내린 SK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SK 경영진들은 '질적 성장'이라는 목표 아래 수익성 중심의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최태원닫기최태원기사 모아보기 SK 회장은 "지금 미국에서는 AI(인공지능) 말곤 할 얘기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AI·반도체를 제외한 배터리·에너지·바이오 등 다른 분야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대규모 투자를 자제하고 사업재편 작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SK의 확장 정책은 거느리고 있는 계열사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준대기업그룹) 계열회사 현황과 변동내역'에 따르면, SK그룹에는 219개 계열사가 소속됐다. 조사 대상인 88개 그룹 가운데 가장 많다. 삼성그룹(63개)·현대차그룹(70개)보다 3배 이상 많다. 100개 이상 회사가 소속된 그룹도 카카오그룹(147개)과 SK가 함께 유이했다. '무분별한 확장'으로 비판받는 카카오도 1년 전에 비해 19개 회사가 순감소 됐다. 반면 SK는 21개 계열사가 늘었다. 여기에 비상장사·특수목적법인을 모두 포함하면 7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SK 리밸런싱을 조율하고 있는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이름도 다 알지 못하고 관리도 안 된다"며 사업 시너지 등을 고려한 자회사 감축을 주문했다.
재계 관계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확립되지 않은 개념 아래 사업성을 따지지 않고 성과가 드러나기 쉬운 유망분야에 앞다퉈 진출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중복투자가 이뤄진 분야는 모빌리티다.
'AI 투자'를 천명한 SK스퀘어와 SK네트웍스도 교통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SK스퀘어는 최근 CEO를 교체했다. 11번가·SK쉴더스 등 신사업 성과가 부진하자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다. SK스퀘어는 AI 반도체 투자를 통해 자회사 SK하이닉스를 지원하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SK네트웍스는 최성환 체제 아래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등 캐시카우를 매각하고 렌탈·호텔 등 보유사업에 AI를 접목시킨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밖에도 에너지 분야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디스커버리의 SK케미칼이 겹치는 영역이 다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우선 SK E&S와 합병을 성사시킨 이후 사업 정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비효율적이라고 판단되는 신사업은 과감히 포기하는 효율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추진했던 폐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했다.
SK디스커버리는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곳으로 지분구조상 언제든 계열분리가 가능하며 사실상 독자 경영을 하고 있다.
다만 최 부회장이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서 SK 리밸런싱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SK㈜·SK이노베이션과 사업 시너지 등을 고려해 서로간 '몸집 줄이기' 조율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최 부회장이 그룹 경영에 참여한 이후 바이오 분야에 대한 교통정리 수순에 들어간 모습이다.
SK 바이오 사업은 SK㈜ 산하의 SK바이오팜과 SK팜테코, SK디스커버리 계열의 SK케미칼과 SK바이오사이언스 등으로 구분된다. SK바이오팜은 신약 개발을, SK디스커버리 계열은 백신·혈액제제 사업에 집중해 서로 영역이 겹치지 않는다.
문제는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이다. SK팜테코는 국내 CDMO SK바이오텍을 중심으로 M&A(인수합병)를 통해 편입한 미국·유럽 법인을 통합해 지난 2019년 출범했다.
그런데 SK바이오사이언스도 CDMO 사업 확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3000억원을 투자해 독일 CDMO인 IDT 바이오로지카를 사들인 것이다. 비슷한 시기 SK팜테코는 미국 공장 매각 소식이 나왔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은 SK팜테코와 사업 중복 우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사업 시너지를 더 강조했다. 그는 "최적화 작업이라는 점에서 SK 리밸런싱과 같은 흐름"이라며 "팜테코측과도 긴밀히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곽호룡 한국금융신문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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