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자사주 매입 자체가 주가 부양책이며, '주주환원의 꽃'으로 여겨진다. 일부 주에서는 법 상으로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12일 한국거래소의 '2024년 상반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증시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은 2조3000억원(7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금액기준) 증가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자사주 소각은 7조원(91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1%(금액기준) 급증했다.
주요 기업 별로 보면, 자사주 매입의 경우 기아 5000억원, 쌍용C&E 3350억원, 크래프톤 1992억원 등이 부각됐다.
자사주 소각의 경우, SK이노베이션이 7936억원, 이어 삼성물산 7676억원, 메리츠금융지주 64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상장사 중에서는 특히 대기업 주요 지주사들의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편인데, 특히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여겨졌다. 자사주가 주주가치 제고가 아닌 대주주 지배력을 높이는데 활용된다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상장기업의 자기주식 취득 및 처분 동기와 장기효과' 리포트(2023년 2월)에서 "기업이 취득한 자기주식 중 소각되는 부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자사주가 보유되거나 기업의 재량에 따라 다양한 목적으로 다시 처분된다"며 "자기주식을 기업이 직접 취득하는 방법 이외에 신탁계약이나 자사주펀드를 이용하여 간접적으로 취득하는 것도 가능한데, 직접취득에 비해 규제상 제약 강도가 낮아 주주환원 효과를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2024년 초 자사주 보유 현황, 목적, 처리계획 등에 대한 이사회 승인, 공시 의무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자사주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재계에서 우려를 표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제외됐다.
기업 거버넌스 개선 차원에서 자사주를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024년 논평에서 "자사주는 우리나라 기업 거버넌스에 관한 거의 모든 문제가 얽혀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복잡하다"며 "한국 기업과 자본시장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무시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의 대표적 사례이다"고 지목했다.
실제, 주요 기업들의 주가 상승 동력 중 하나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꼽힌다. 미국 빅테크 기업인 애플의 경우, 2023년 900억 달러에서 2024년 1100억 달러로 자사주 매입을 대폭 확대했다.
국내에서는 효율적 자본 배치를 강조하고 있는 상장사로 메리츠금융지주가 꼽힌다. 특히 자사주 취득신탁 계약을 통해 매입한 자사주는 신탁 종료 후 소각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3년에는 6400억원의 자사주 매입, 4483억원의 현금배당으로 주주환원율이 51.2%를 기록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등 선진국 증시 상장회사들의 경우 자사주 매입 이후 소각을 배당보다 주가부양 및 안정 효과가 큰 주주환원 정책이라고 보고 이를 적극 활용한다"며 "이와 같이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질 때 지배주주의 자사주 남용 가능성을 줄일 수 있으면서 지배구조 개선 효과가 본격화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