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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수)

사전 청약 취소되고, 입주 밀리고…희망고문에 우는 주택 수요자들

기사입력 : 2024-07-0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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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인천 이어 파주에서도 사업취소…공중으로 날아간 사전청약 당첨
남양건설 법정관리에 창원 공공아파트 입주 지연, 화순 임대주택도 입주 연기

서울 아파트 모습. / 사진=픽사베이이미지 확대보기
서울 아파트 모습. / 사진=픽사베이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주거취약계층을 위해 계획됐던 공공임대주택 및 사전청약 아파트 등이 곳곳에서 입주연기·사업취소에 부딪히며 희망고문으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원자재값 상승 등의 공사비 상승 이슈로 공사를 포기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나면서다.

경기도 파주 운정3지구 3·4블록에 공급될 예정이던 주상복합 사업이 사전청약을 받은 지 2년 만에 취소됐다. 시행사인 DS네트웍스는 지난 28일 당첨자들에게 문자로 사업 취소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시행사는 총 804가구를 사전청약을 받았던 바 있다.

총 944가구 규모로 계획된 이 단지는 2022년 6월 사전청약을 받을 당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운정역에서 약 200m 떨어진 초역세권 단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공사비 급등으로 사업 여건이 악화하면서, 시행사는 시공사도 구하지 못한 것은 물론 LH에 토지비도 납부하지 못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월에도 심우건설이 인천 서구 가정2지구에 공급할 예정이었던 '우미 린' 아파트가 2022년 사전청약을 받은 뒤 사업을 전면 취소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사업취소는 아니지만 입주가 연기되며 예비 입주자들이 피해를 보는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은 전남 화순군의 '만원 임대주택' 사업이 내부 수리 문제로 입주가 연기됐다.

화순군은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내달부터 리모델링(내부 수리)을 시작해 완료되는 대로 입주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부 수리는 8월 말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당초 입주 예정일인 7월 중순보다 1달 반가량 입주가 지연된다. 다만 기존의 부동산 계약이 종료돼 입주 연기가 어려운 예정자의 경우 예정대로 입주할 수 있도록 하되 내부 수리는 그 이후에 이뤄질 수 있다.

경남 창원시 현동 공공아파트 건립사업 역시 시공사인 남양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기약없이 입주가 미뤄지고 있다. 당초 이 아파트는 지난 2월 입주 예정이었지만 입주 시기가 5월로 한 차례 연기됐다가 최근 8월로 다시 연기됐는데, 이번에 3차 연기가 결정돼 안내공문이 발송됐다.

2010년 4월에도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남양건설은 6년 4개월 만인 2016년 8월 회생 절차를 종결했지만, 다시 자금난을 겪으면서 지난 11일 광주지법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경남개발공사에 따르면 광주지법은 지난달 21일 남양건설 자산을 동결 조치하는 포괄적 금지 명령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자산이 묶이면서 남양건설 측은 경남개발공사에 아파트 공사 진행이 어렵다고 통보한 상황이다.

경기 군포대야미 A2 블록 신혼희망타운은 '패닉 바잉' 시기였던 2021년 10월 952가구를 대상으로 사전청약을 받았다. 내 집 마련의 꿈에 부풀어 있던 사전청약 당첨자들이 본청약이 2027년 상반기로 3년 미뤄진다는 통보를 받은 것은 예정된 본청약일을 불과 2주 앞두고서였다. 아파트가 들어설 부지에 특고압 전력선이 지나는 송전탑이 있는데, 송전 선로를 땅에 묻거나 다른 부지로 옮기는 공사에 시간이 걸린다는 게 이유였다.

사전청약이 도입된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공공에서 진행한 사전청약 물량은 99개 단지 5만2000가구 규모다. 이 중 13개 단지 6915가구만 본청약이 완료됐으며, 13개 단지 중에서도 사전청약 때 예고한 본청약 시기를 지킨 곳은 양주회천 A24 단지(825가구)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이런 과정에서 당첨자들이 이탈하면서 공공 사전청약 당첨자의 본청약 계약률은 54%에 그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이나 사전청약 제도는 주거 취약계층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정부는 공공임대의 질을 높이고 주거복지 안전망을 두텁게 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지만, 이런 사업들은 사업비 문제에 가로막혀 좀처럼 성과로 이어지지 못하는 모습이다.

익명을 희망한 중견 건설사 한 관계자는 “공공임대주택은 사업비 조달도 일반 주택사업보다 어려운 마당에 정부가 책정한 공공 공사비가 워낙 빠듯해서 거의 사업을 진행하는 메리트가 없는 수준”이라며, “심지어 이번처럼 공사가 지연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욕은 건설사와 시행사들만 먹고 정부는 쏙 빠져나가는 식인데, 이제는 돈도 안되고 명예도 안되는 사업을 수주하려는 건설사가 과연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같은 문제가 이어지자 지난 5월 정부는 민간에 이어 공공분양 아파트에서도 사전청약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단 사전청약 신규 시행을 중단한 뒤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을 고쳐 사전청약 제도를 아예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이정희 국토부 공공주택추진단장은 "지난 정부 때처럼 청약 수요가 높아져도 다시 사전청약 제도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주택 수요를 흡수하는 긍정적 효과보다 본청약 지연으로 사전청약 당첨자가 보는 피해가 커 이 제도 자체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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