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24일 2년 만기의 브라질 헤알화표시채권을 약 3800억원(15억 헤알화, 약 2억8000만달러) 규모로 발행했다고 밝혔다. LH는 지난 4월에도 비금융 공기업 최초로 2700억원(10억 헤알화) 규모의 헤알화 표시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이번 발행은 스탠다드차타드가 단독으로 주관했으며, 한국 발행사의 헤알화 2년 만기 발행물 중 역대 최대 규모다. LH는 통화스와프 후 연간 금리가 동일 만기 국내 원화 채권에 비해 0.5%포인트 이상 낮아 금융비용을 45억원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국채는 브라질 중앙정부가 자금조달 또는 정책 집행을 위해 발행하는 채무증서로, 만기는 1년·2년·3년·5년·10년 등 다양하다. 만기가 되면 수익률을 이자처럼 수령할 수 있는 식이며, 표면이율은 약 10%대다.
올해 기준 브라질 기준금리는 지난해보다 소폭 낮아진 상태지만, 이번달 브라질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기준금리 인하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그러나 아직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하지 않은 상태이므로 이에 발맞춘 금리 변동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전망도 있다.
◇ 3기신도시 조성부터 신축 매입임대 공급 확대 등 정책과제 산적, 높은 부채비율 우려
정부가 올해 발표한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에는 LH가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건설사의 보유 토지를 3조원 규모로 매입하는 방안이 포함돼있다. 뿐만 아니라 3기 신도시·공공주택 사업 등 LH가 수행하고 있거나 수행해야 할 주택공급 관련 사업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LH의 부채비율은 218.32%로 여전히 재무 위험 기관으로 분류되고 있다. 2021년 221.30%에 비하면 소폭 개선된 수치기는 하나, 여전히 200%를 넘기는 상태로 안정성과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LH의 지난해 매출액은 13조8840억원, 영업이익은 437억원, 당기순이익은 5158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직전해인 2022년 추이를 살펴보면 매출액은 16조6263억원, 영업이익은 1조8128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4327억원에서 모두 크게 줄었다.
LH는 지난해 매각 용지의 분양대금 연체액이 전년보다 3조원가량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통상 건설사나 시행사가 LH로부터 토지를 분양받으면 수년에 걸쳐 중도금을 납입한다. 그러나 공사비 인상 등으로 공사가 여의찮아 중도금을 상환하기 어려워지자 이를 납입하지 않은 채 연체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LH가 용지를 매각한 뒤 받지 못한 연체액은 2021년 말만 해도 2조원대였으나 2022년 말 3조9000억원, 지난해 말 6조9000억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LH가 용지 매각에 나서도 건설업계가 이를 받아줄 여력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이 같은 부동산 시장 침체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으로 연체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올해 경영평가 한 단계 상승한 ‘C등급(보통)’, 4년 만에 성과급 받는 LH
그나마 고무적인 사실은 LH가 올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와 후속조치’에서 4년 만에 한 단계 상승한 C등급(보통)을 받은 것이다. 이는 이한준 사장이 취임한 이후 처음 있는 일로, 이로 인해 LH는 올해 임직원에게 성과급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이한준 사장이 취임 이후 꾸준히 밀어왔던 조직혁신 노력이 비로소 빛을 봤다는 평이 나온다. 올해 초 LH가 내놓은 혁신안은 5개 부문, 44개 과제가 담긴 대형 혁신안으로, 크게 ▲기술책임 혁신 ▲품질관리 혁신 ▲건설풍토 혁신 ▲인적자원 혁신 ▲디지털DX혁신 등 5개 부문으로 나뉘었다.
특히 기술책임혁신 분야에서는 건설공사 설계도면 및 영상기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LH 퇴직자 소속업체는 용역업체 최대감점을 부여하는 한편 중대 구조적 부실을 유발한 업체는 입찰에서 실격처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겼다. 그간 LH를 비판의 중심에 서게 했던 ‘전관예우’ 문제를 과감하게 혁파하려는 의지가 드러난 부분이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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