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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준 LH 사장, 무너진 실적 개선·조직 혁신…‘공염불ʼ 그칠라

기사입력 : 2024-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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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말 구원등판한 이한준, 1년 넘게 혁신 부진
1년새 영업익 97% 하락, 재무건전성 부실도 여전

△ 1951년생 / 한양고등학교 /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 1979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 부설 지역개발연구소 / 1982년 국토개발연구원 / 1994년 대한교통학회 상임이사 / 2004년 교통개발연구원 부원장 / 2008년 경기도시공사 사장 / 2022년 11월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미지 확대보기
△ 1951년생 / 한양고등학교 /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 1979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 부설 지역개발연구소 / 1982년 국토개발연구원 / 1994년 대한교통학회 상임이사 / 2004년 교통개발연구원 부원장 / 2008년 경기도시공사 사장 / 2022년 11월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개선할 부분은 과감하게 혁신해 보다 좋은 정책으로 국민들께 보답하자.” 지난 2022년 11월, 내우외환에 시달리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새로운 수장으로 등판한 이한준 사장의 취임 일성이었다.

LH는 전임이던 김현준 사장이 정권 교체 후 1년 4개월만에 퇴임하면서 약 3개월여간의 수장 공백을 겪었다. 당시 LH는 광명시흥신도시 등 3기신도시 지역에 대한 일부 직원의 사전투기 논란이 터지며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문재인정부가 시행하던 공공주도 주택공급은 완전히 동력을 잃었고, LH는 주택공급 사업을 진행하기에도 아까울 시간에 내부혁신으로 골머리를 앓으며 주택정책 골든타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이한준 사장은 40여년간 공공과 민간, 학계에서 전문경영인과 학자로 활약한 도시·주택 및 교통 전문가로 통하는 인물이다. 취임 당시 이한준 사장은 ▲270만호 주택공급 목표 달성 등 LH 본연의 역할 성공적 수행 ▲재무건전성 제고 ▲고객의 수요에 부응한 고품질 공공주택 공급 ▲미래 주거환경 변화에 대응한 지속가능한 LH 구축 등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이한준 사장이 취임한지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당초 내세웠던 포부 중 제대로 지켜진 것은 거의 없는 상태다.

오히려 지난해에는 LH가 시행과 감리 등을 맡은 인천의 한 임대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하며 ‘전관예우 논란’까지 불거져 LH는 더욱 큰 위기에 처했다. 이제야 첫 삽을 뜬 3기신도시는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및 분양가 상승 우려에 직면했고, 극도의 부동산침체 영향으로 매각용지 분양대금이 연체되며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8%나 쪼그라들었다. 재무건전성 역시 지난해 반기 기준 219.79%로 재무위험 기관 신세를 졸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동산 침체 속 1년 사이 영업이익 98% 증발…재무위험 기관 신세도 여전
업계에 따르면 LH의 지난해 매출액은 13조8840억원, 영업이익은 437억원, 당기순이익은 5158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직전해인 2022년 추이를 살펴보면 매출액은 16조6263억원, 영업이익은 1조8128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4327억원에서 모두 크게 줄었다.

LH는 지난해 매각 용지의 분양대금 연체액이 전년보다 3조원가량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통상 건설사나 시행사가 LH로부터 토지를 분양받으면 수년에 걸쳐 중도금을 납입한다. 그러나 공사비 인상 등으로 공사가 여의찮아 중도금을 상환하기 어려워지자 이를 납입하지 않은 채 연체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LH가 용지를 매각한 뒤 받지 못한 연체액은 2021년 말만 해도 2조원대였으나 2022년 말 3조9천억원, 지난해 말 6조9000억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LH가 용지 매각에 나서도 건설업계가 이를 받아줄 여력이 없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심지어 이 같은 부동산 시장 침체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으로 연체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시장 부양책과 관련, LH가 수행해야 할 역할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올해 발표한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에는 LH가 유동성 확보가 필요한 건설사의 보유 토지를 3조원 규모로 매입하는 방안이 포함돼있다. 뿐만 아니라 3기 신도시·공공주택 사업 등 LH가 수행하고 있거나 수행해야 할 주택공급 관련 사업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이미 지난해 반기 기준 LH의 부채비율은 219.79%로 재무 위험 기관으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도 LH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LH의 재무제표는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건설업계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미국발 고금리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건설경기나 부동산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LH와 민간 건설사들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이뤄야 하는데, 현재는 누구 하나가 상대를 도울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양측 모두가 진퇴양난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반복된 전관 카르텔 논란 속 ‘고품질 임대주택’ 짓겠다는 약속도 유명무실
이한준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과감한 혁신을 강조했다. 취임 한 달째인 2022년 12월, 이한준 사장은 ‘청렴 서약식’을 열고 ▲투명하고 공정한 공기업으로의 체질 개선 ▲성과 중심 인사체계 개편 등 경영 효율성 제고 ▲수요자 중심 본연의 역할 수행 등의 기본방향을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LH는 전관예우 차단을 위한 수의계약 제도 개선 및 투기 관련 내부 통제장치 강화 방안을 밝혔다. 부동산 거래 조사 대상을 현재 임직원 본인에서 직원, 배우자, 직원의 직계존비속으로 변경하는 내용도 담았다. 또 임대주택에 들어가는 마감재를 민간 분양주택 수준으로 향상시키고, 매년 1000억원의 예산을 별도 편성해 임대주택의 편의성을 크게 높이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러나 이 같은 혁신안은 또 다시 공허한 구호에 그쳤다. 이 같은 혁신안이 나온지 6개월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현장은 LH가 발주청으로 들어가 있는 곳으로, 원래대로라면 지난해 10월 완공을 앞두고 있었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해당 사고가 ▲설계·감리·시공 등 부실에 따른 전단보강근 미설치 ▲붕괴구간 콘크리트 강도 부족 등 품질관리 미흡 ▲공사 과정에서 추가되는 하중을 적게 고려한 것 등이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사고 이후 진행된 무량판 구조 지하주차장이 적용된 공공 아파트 자체 전수조사에서도 LH는 철근 누락 아파트 단지 5곳을 '누락 정도가 경미하다'고 자체 판단해 발표에서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LH는 당초 전수조사를 실시한 91개 아파트 단지 중 15곳에서 문제가 있다고 발표했으나, 실제 철근 누락 등 문제가 있는 아파트 단지는 20곳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단지에서 누락된 철근은 5개 미만이고, 즉시 보강이 완료돼 안전에 우려가 없다는 것이 LH 측 설명이다.

이번에 부실시공이 드러난 15개 LH 공공아파트 단지 중 감리업체 대다수는 LH 퇴직 직원이 재취업한 전관 업체였다. 설계 또한 대부분 LH 전직 임직원이 몸담은 업체가 맡았다. 이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전관 영입 업체의 설계, 감리 단계에서 생긴 문제 때문이라며 이들 업체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다.

앞서 경실련은 2015∼2020년 LH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 건설사업관리용역 경쟁입찰 290건에 대한 수주 현황 분석 결과 LH 전관 영입업체 47곳이 용역의 55.4%(297건), 계약 금액의 69.4%(6582억원)를 수주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LH에서 퇴직하고 재취업한 곳에 '몰아주기'가 있었다는 주장이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LH 퇴직자가 통상 설계사무소를 차리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발주처의 눈치를 봐야하는 입장에서, 전관이 있는 사무소가 설계를 마음대로 바꾸더라도 시공사 입장에선 어떠한 의견을 내지 못하고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며 “이번 사태에서 억울한 건설사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조직이 비대해지고 조직 내부의 소통 부재와 단절된 상황"을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된 원인으로 지목하고, "내부 자력만으로 혁신이 어렵다는 판단에 이르러 경찰과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에 조사를 요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에도 이한준 사장은 또 한 차례 조직의 권한과 규모를 축소하겠다는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여론은 차가웠다. 지난해 9월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기자회견을 열고 “LH 임직원 재산등록제는 관리가 미흡하고, 부동산 매매 신고제는 자진신고로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으로 경실련은 LH·인사혁신처·국토교통부 등에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결과를 근거로 LH 임직원의 재산 등록, 임직원 대상 부동산 거래 정기 조사, 부동산 보유·매수 신고 등의 내용을 담은 이른바 ‘LH 5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국토부는 LH 임직원에 대한 부동산 거래 정기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고,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에도 2021년 조사 결과만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시 나온 대대적 혁신안, “기존 내용 총망라 불과” 지적도
혁신안이 좀처럼 나아가지 못하고 답보상태를 유지하는 와중에, 올해 초 LH는 또 한 번의 대대적인 혁신안을 발표했다.

올해 1월 발표된 혁신안은 5개 부문, 44개 과제가 담긴 대형 혁신안으로, 크게 ▲기술책임 혁신 ▲품질관리 혁신 ▲건설풍토 혁신 ▲인적자원 혁신 ▲디지털DX혁신 등 5개 부문으로 나뉘었다.

기술책임혁신은 건설공사 설계도면 및 영상기록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LH 퇴직자 소속업체는 용역업체 최대감점을 부여하는 한편 중대 구조적 부실을 유발한 업체는 입찰에서 실격처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품질관리 혁신은 품질관리부서를 신설해 직접점검을 기존대비 150% 강화하고, 구조전문가가 포함된 현장관리 전담조직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기안전점검 대상과 횟수 역시 대폭 늘리고, 그간 임의규정이었던 품질적정성 검수도 의무규정으로 강화한다.

건설풍토 혁신을 위해서는 표준공사기간 고도화 및 자재가격 현실화, 저가 하도급 심사기준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총 공사비의 20%를 원도급사가 직접 시공하도록 시범 추진하며, 공동도급(컨소시엄) 구성 개수도 5개에서 4개로 축소해 개별 하청이 아닌 원청 시공사들의 책임소재도 늘리기로 했다.

인적자원 혁신을 위해 공사참여 대상 현장 전문가들의 양성 종합교육을 실시하고, 시공사의 현장대리인 품질교육도 연 1회 이상으로 의무화할 예정이다.

디지털DX혁신을 위해서는 스마트건설처를 신설한다. 이를 통해 건설산업 디지털화를 본격 추진, 부실시공 문제를 없애고 주택 품질을 높인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3차원 가상 공간에 설계·시공 정보를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건축정보모델(BIM) 기반 플랫폼 구축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스마트 통합관제 시스템 운영 ▲설계도면 및 영상기록 일반 공개 등을 추진한다.

그러나 이번 혁신안을 두고서도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이번에 나온 5개 부문 44개 혁신방안은 그간 발표됐던 혁신안의 볼륨 중 가장 크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동안 나왔던 내용을 총망라한 것일 뿐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보이지 않는다”며, “조직개편 및 축소, 이전 등의 이슈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관예우 카르텔 문제까지 터지면서 LH도 어디부터 대응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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