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주주 일가의 개인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일가에 대한 CB/BW(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저가발행, 상장기업과 개인기업간 불공정 합병 비율 등 주주간 이해 충돌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회사법에 이를 규율할 수 있는 일반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김 교수는 국내 상장기업 거버넌스 핵심 문제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규제 및 사익편취 방지 제도를 규율해 온 데 따른 한계점을 지적했다. 그는 소유집중 기업의 핵심 거버넌스 이슈는 하버드 법대의 벱척 교수가 지적했듯이, 지배주주 일가가 해당 상장기업에 대한 지분과는 별도로 외부에 개인회사 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제시했다.
기업들의 규제 회피를 통해 한계점이 드러났다고 봤다.
G20,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거버넌스 기준에서도 내부거래 규율의 원칙은 이해충돌 방지가 핵심이라고 짚었다. 이에 상법 개정을 통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간 이해가 충돌하는 자기 거래 상황에서 미국과 유사한 수준의 완전한 공정성(entire fairness)을 요구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장기업의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간 이해충돌 거래 즉, 지배주주가 쌍방에 이해가 있는 자기거래에 있어서,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반주주의 이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의사결정자 즉, 이사회, 지배주주에 대해 의무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특히 최근 우려하고 있는 주주와 회사간 이해 충돌은 금번 개정의 규율대상이 아니다"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간 부의 이전 우려가 없는 일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인 신규투자, M&A(인수합병), R&D(연구개발) 등은 소송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주주간 이해충돌이 없는 자본배분, 신규투자 등 경영전략적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오히려 경영판단의 원칙(business judgement rule)을 인정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해충돌이 없는 일반적인 경영 상황의 경우, 선관주의 의무(duty of care) 충족시 투자 실패에 대한 책임 면책이 가능하므로, 따라서 남소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시사했다.
이어 나현승 고려대 교수는 '기업지배구조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주주의 권한 강화를 중심으로' 주제발표를 했다.
나 교수는 "지배주주가 계열사 지분을 활용해 절대적 지배권을 행사하고 사익을 편취하는 행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의 원인이다"고 지적하며, "주주의 권한과 정보접근성을 강화하는 한편,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임, 임원보수와 내부거래의 주주통제 강화, 기업 인수 시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등 다양한 정책 대안이 있다"고 제시했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주권 강화를 위한 주주총회 관련 제도 개선 방안' 주제 발표를 했다. 황 연구위원은 "이사가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여 업무를 집행하도록 이사 선임에 대한 주주의 권리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메신저 톡 등을 활용한 주총 정보 알림, 주총 개최일 분산, 소집통지시 감사(사업)보고서 제출, 주주 제안 관련 제도 개선 등을 제안했다.
패널토론은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사회로 진행됐다.
변준호 안다자산운용 대표는 "이사회 멤버 선임 시 집중투표제 및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등을 통하여 전체 주주의 의견이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의 비례적 이익으로 확대 적용하고,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치 제고와 연계하는 등 이사회와 경영진의 대리인 의무 강화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거버넌스 문제 해결을 위해, 이사에게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보호할 의무를 명시하는 것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첫 단추이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김중혁 고려대 교수가 “주주의 권한 강화와 권익 보호를 위한 장치가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일반주주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중요하다"며 "주주중심 거버넌스로의 전환을 포함하여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투자분위기와 문화조성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면 재계에서는 상법 개정 추진 등에 대해 우려했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도입은 그 의미가 모호하여 구체적인 상황에서 이사의 행위기준으로 작동하기 어려우므로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성훈 코스닥협회 연구정책그룹장은 ”제도의 실질적 정착을 위해 기업과 주주의 인식이 합치되는 것이 중요하며, 지배구조 개선 방안 마련시 중소기업의 현실이 고려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축사로 참석한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은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 및 주주의 이익 보호’로 확대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주주로 대상을 확대할 필요성을 시사했다.
다만, 이사의 충실 의무 범위 확대가 배임죄가 적용되는 형사적 이슈로 번짐으로써 경영 환경이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는 한국적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 원장은 "이를 감안하여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경영판단을 한 경우 민형사적으로 면책받을 수 있도록 ‘경영판단원칙’을 명시적으로 제도화한다면 기업경영에도 큰 제약이 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사의 책임제도 개선방안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이날 세미나에 이어 오는 26일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 상장협, 코스닥협 주관으로 상장사 등이 참여하는 세미나가 개최된다.
정선은 한국금융신문 기자 bravebamb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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