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그룹은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김남정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결의했다. 김 회장은 앞서 지난 2014년 동원그룹 부회장에 취임했다. 동원그룹은 지난 2019년 창업주 김재철닫기김재철기사 모아보기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은퇴한 뒤 5년간 회장직이 공석이었다.
1988년 여느 재벌기업 2세들과 달리 동원산업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이어 동원F&B 마케팅전략팀장, 경영지원실장,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미국 스타키스트 최고운영책임자(COO),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 등 그룹 요직을 거쳤다.
김 회장은 참치 회사로 알려진 동원그룹을 식품, 소재, 물류 등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부회장 취임 후 10년간 공격적 신사업 발굴, 인수합병(M&A) 10여 건 등을 추진했다.
김 부회장의 대대적 투자로 동원그룹은 수산·식품·소재·물류 등 4대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지난 2013년 동원그룹 매출은 1조4438억원 정도였는데, 10년 만에 8조9486억원으로 6배 이상 뛰었다. 유동자산도 10년 전 6117억원에서 지난해 3조7707억원으로, 6배 커졌다. 1969년 설립된 동원그룹은 지주사 동원산업 산하에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동원로엑스 등 18개 자회사와 26개 손자회사가 있다. 지난해 기준 자산 총액은 8조9050억원으로, 재계 순위 54위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김 회장이 본격 경영권 강화에 나서는 것으로 보여 눈길을 끈다. 그룹 지주사인 동원산업 자사주 소각이 그것이다. 지난 1월 동원산업은 자기주식 보통주 1046만770주(22.5%)를 소각했다. 규모만 3290억원에 달한다. 이로써 동원산업 발행주식 총수는 4648만2665주에서 3602만1895주로 줄었다. 소각 기준일은 다음 달 2일이다.
자사주 소각이 완료되면 김 회장의 동원산업 지분율은 46.40%(2156만9875주)에서 59.87%로 폭등한다. 그의 아버지 김재철 명예회장 지분율도 16.66%(774만2020주)에서 21.49%로 상승한다. 두 부자 지분율만 단순 합산하면 무려 80%를 넘긴다. 여기에 총수일가 보유 지분을 더하면 최대 88% 이상에 달한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지배주주와 기업 자사주 합계가 발행주식 95% 이상일 경우 자진 상장폐지가 가능하다. 말하자면 김 회장 등이 시장에서 7% 정도 지분만 추가로 확보하면 동원산업 상장폐지가 가능하게 된다는 얘기다.
상장폐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재계 50위권 대기업 지주사가 비상장사라는 점은, 자금 조달이나 시장 신뢰 측면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별도 주주총회 개최 없이 이사회 승인만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점은 매력적이다.
김 회장은 “지난 50년간 동원그룹을 이끌어온 김재철 명예회장 업적과 경영 철학을 계승하겠다”며 “과감한 투자로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고객뿐 아니라 임직원과 관계사,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로부터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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