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가 배달비 무료혜택을 제공한다고 밝히자 외식업주들 커뮤니티가 한바탕 시끌해졌다. 배달비 무료혜택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업주, 소비자들이 동시에 혜택을 받는 게 맞는지에 대한 궁금증들이 커지면서다.
◆쿠팡이츠의 ‘배달비 0원’ 어떻게 가능한가?
쿠팡이츠가 오는 26일부터 시행하는 배달비 무료 혜택은 기존 음식값 10% 할인혜택에서 전환한 것이다. 대신 묶음배달비만 무료이고, 기존 단건배달은 배달비를 받는다.
여기서 무료배달은 쿠팡이 고객 부담 배달비를 전액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전에 제공하던 ‘음식값 10% 할인’처럼 쿠팡이 100% 부담한다.
그야말로 ‘밑지는 장사’를 한다는 것인데 쿠팡이츠는 왜 이러는 걸까? 시장점유율 3위 사업자인 쿠팡이츠 입장에선 소비자들이 쿠팡이츠를 써야할 이유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파격적인 혜택이 최선이라는 게 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최근처럼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배달비 부담을 줄이고, 업주들의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도 도입 목적이라고 밝혔다.
◆ 쿠팡이츠가 진짜 밑지는 장사를 한다고?
그런데 쿠팡이츠가 진짜 밑지는 장사를 한다는 것에 대한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음식점을 운영하는 업주들이다. 스마트요금제를 이용하지 않는 업주들은 무료배달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가입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 쿠팡이츠가 업주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놓은 요금제인데 왜 다들 가입하기 싫어할까.
과거에는 업주들이 배달비 내에서 업주가 고객 부담 배달팁을 설정하는 방식이었다면 스마트요금제는 쿠팡이츠가 책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업주들은 가격결정권을 박탈하는 요금제라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앞서 배달의민족에서 출시한 ‘배민1플러스’도 이런 이유로 업주들의 반발을 샀다.
특히 일부 업주들은 무료배달에 우려의 시선도 보낸다. 한 업주는 “쿠팡이츠가 초반에는 회원 유입을 위해 투자 하겠지만 목표하는 시점에 도달하면 그 이후 부담은 점주나 소비자에게 전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벌써부터 업주들이 음식값을 올리려는 시도도 이런 우려가 반영돼있다.
그러면 ‘쿠팡이츠를 안 쓰거나 스마트요금제에 가입을 안 하면 되지 않냐’라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업주들 입장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쿠팡이츠가 무료혜택을 내세우면 수요가 몰릴텐데 업주들은 외면할 수 없다. 앞서 쿠팡이츠는 음식값 10% 할인으로 MAU(월간 이용자수)를 대폭 끌어올렸다. 할인 시행 이전 100만에서 시행 이후 500만으로 늘어났다.
◆배달업계 “파장 크지 않을 것” vs “2위 올라설 것”
배달업계에서도 쿠팡이츠의 말처럼 소비자를 유인하고 락인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이런 마케팅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배달의민족이 시장점유율 60% 이상인 만큼 3위 사업자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면 이런 파격적인 마케팅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쿠팡이츠의 이런 ‘무료배달’은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돈 아니라고 본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무료배달’이라고 내세우긴 했지만 이전에 운영하던 음식값 10% 할인이나 무료배달비나 가격 차이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달비가 무료라는 것에 ‘혹’할 수도 있지만 잘 만들어진 마케팅의 한 형태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소비자들은 똑똑하다. 가격 비교를 하고 직접 주문을 해보면 어떤 배달플랫폼에서 사용하는 게 더 본인에게 유리할지 알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쿠팡이츠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단건배달을 주로 쓴다. 그런데 쿠팡이츠의 무료배달은 묶음배달에서만 적용이 되기 때문에 큰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을 냈다.
또 다른 배달 관계자는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음식값 10% 할인으로 단기간에 분명한 효과를 봤기 때문에 분명 무료배달 혜택도 큰 효과를 거둘 것이라 본다”라며 “세부적인 내용이 어떻다할지라도 소비자에게 무료배달이라는 워딩이 주는 의미는 파격적이다. 요기요를 넘어 배달의민족까지 충분히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배달 서비스 품질 저하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한 관계자는 “라이더 조직이 제대로 갖추어져있지 않다면 배달 품질이 저하될 것”이라며 “배달대행플랫폼과 협력 관계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목적은 쿠팡 ‘와우회원’ 유도
최근 들어 중국 이커머스 기업인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쿠팡의 경쟁력 강화가 중요해졌다. 국내 유통업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내던 쿠팡이었지만 막강한 가격 경쟁력을 가진 중국기업의 공습에 충성고객 확보에 힘을 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쿠팡이츠가 충성고객 확보에 효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실상 쿠팡이츠는 쿠팡에서 매출을 올리는 사업은 아니다. 하지만 쿠팡이츠의 무료배달은 유료회원수(와우회원)를 늘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앞서 음식값 10% 할인 혜택을 통한 충분한 효과를 본 쿠팡인 만큼 이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C커머스 기세가 무서운 가운데 쿠팡이 충성고객을 잃지 않으려면 쿠팡이츠 등 연계서비스를 강화해야 그 멤버십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며 “과거 쿠팡이츠는 쿠팡에게 아픈 손가락이었지만 10% 할인혜택 전략으로 효과를 본 만큼 무료혜택 등 투자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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