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은 앞서 음료(생수), 간편대용식, 바이오를 3대 신사업으로 설정한 바 있다. 신사업은 오너 3세 담서원 경영관리담당 상무 담당이다. 이 때문에 이번 딜에 담 상무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번 인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및 구주 매입을 통해 진행됐다. 오리온은 5500억원을 투입해 지분 25% 이상을 차지하며 레고켐바이오 최대주주로 부상한다.
그간 M&A에 소극적이었던 오리온이 바이오에 이렇게 엄청난 자금을 투입한 배경은 뭘까.
오리온은 지난 2020년 중국 국영 제약업체 산동루캉하오리요우와 손잡고 대장암 체외진단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900억원 규모 결핵백신 공장 준공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서는 하이센스바이오와 오리온바이오로직스 합작법인을 세웠다. 난치성 치과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2상에도 들어갔다.
최근에는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 2조원 규모 기술이전 협약을 맺기도 했다. 레고켐바이오 기술이전 계약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13건이며, 그 규모만 8조7000억원에 달한다.
레고켐바이오는 독자 연구개발한 차세대 ADC 기술로 신약도 개발해왔다. ADC 분야에서만 총 4개 파이프라인이 임상 단계에 있으며, 5년 내 추가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 5개 확보를 목표로 한다. ADC 항암제는 암세포 특정 항원에 반응하는 항체와 항암 치료 약물을 결합한 것으로, 암세포만 사멸시킨다. 정상 세포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어 부작용을 줄인다.
그중 레고켐바이오가 개발하고 있는 ‘LCB14’는 임상 3상에 들어가면서 상용화 전망도 밝은 편이다.
오리온의 안정적 재무구조도 주요 배경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오리온 현금성 자산은 1조1255억원에 달한다. 총차입금은 1029억원로 부채비율은 23.8%에 불과하다. 사실상 무차입 경영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오리온 담철곤 회장 장남 담서원 상무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1989년생인 담 상무는 미국 뉴욕대 커뮤니케이션학과를 졸업하고, 베이징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2020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근무하다 2021년 7월 오리온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했다. 입사 후 1년 5개월 만인 2023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경영관리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담 상무는 오리온 중장기적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한다.
공교롭게도 그가 오리온에 입사한 시점은 그룹이 바이오산업에 본격 뛰어들던 때였다. 오리온의 레고켐바이오 인수는 담 상무 경영 시험대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바이오산업은 과감한 R&D 투자가 오랜 시간 이뤄져야 하는 오너 주도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당장 문제는 오리온 주가 하락이다. 오리온은 레고켐바이오 인수 발표 후 첫 거래일 주가가 무려 17%나 폭락했다. 11만원대 달했던 주가는 현재 9만원 안팎을 넘나드는 상황이다. 제과 기업이 바이오산업에 수천억원을 투자하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하지만 오리온은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가 불가피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세계적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 중인 레고켐바이오와 글로벌 신약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며 “레고켐바이오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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