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210조6275억원으로 집계됐다.
만기가 6개월 이상 1년 미만인 정기예금 잔액도 지난해 9월 164조1384억원, 10월 166조459억원, 11월 178조5465억원 등으로 늘었다.
반면 1년 이상 2년 미만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9월 591조9366억원, 10월 584조6672억원, 11월 579조9천663억원 등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올 하반기 금리 인하 전망이 나오면서 만기가 짧은 정기예금에 자금을 예치해 두고 적절한 투자처를 찾으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상 정기예금은 예치 기간이 길수록 금리가 높게 적용된다. 은행이 장기간 고정된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만큼 고객에게 기간 프리미엄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국민은행의 'KB 스타(Star) 정기예금'의 6개월 만기 최고 금리는 3.60%로, 1년 만기 최고 금리(3.57%)보다 0.03%포인트 높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도 6개월 만기가 3.55%로, 1년 만기(3.50%)보다 0.05%포인트 높다.
장단기 예금금리 역전은 은행채 1년물 금리가 6개월물 금리보다 낮아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날 기준 은행채 1년물(무보증·신용등급 AAA 기준) 금리는 3.600%로 6개월물(3.645%)보다 0.045%포인트 낮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 금리가 장단기 역전 현상을 나타내면서 예금금리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나오면서 장기로 자금을 조달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이기도 하다. 추후 금리가 떨어지면 그만큼 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022년 4분기 은행들이 수신 경쟁을 펼치며 고금리 예금을 대거 유치했던 점도 예금금리 역전 현상의 배경이 된 바 있다.
은행들이 자금을 재유치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만기 시점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분산을 유도하면서 단기 예금 상품 금리를 끌어올린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은행채 금리가 하락하자 최근 은행권에서는 4%대 기본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은행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상품 중 이날 기준 기본 금리(세전)가 가장 높은 상품은 전북은행의 ‘JB 다이렉트예금통장 (만기일시지급식)’으로, 연 3.80%의 금리를 제공한다. 다음으로 수협은행의 ‘헤이(Hey)정기예금’이 3.72%로 뒤를 이었다.
정기예금 금리가 떨어지자 요구불 예금도 주목받고 있다. 요구불예금은 은행 보통예금이나 파킹통장 등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예금이다. 요구불예금 규모가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쌓이고 있다는 의미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요구불예금 잔액은 616조74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598조7041억원) 대비 18조439억원(3.01%) 증가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정기 예·적금 잔액은 913조8633억원에서 895조1589억원으로 18조7044억원 줄었다.
인터넷전문은행 등은 파킹통장 금리 경쟁을 펼치고 있다. 파킹통장은 차를 잠시 주차하는 것처럼 언제든지 돈을 넣고 인출할 수 있는 상품으로,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일반 자유 입출금 예금보다 금리가 높으면서도 적금과 달리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해 여유 자금을 임시로 보관해뒀다가 투자 등에 활용하기 좋다.
카카오뱅크는 이달 초 파킹통장 상품 ‘세이프박스’의 금리를 2.1%로 0.1%포인트 인상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지난해 8월 출시한 ‘생활통장’은 잔액 300만원까지 연 3% 금리를 제공한다. 이 상품은 최근 100만좌를 돌파하기도 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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