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신문 박슬기 기자] 11번가가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판매자 ‘서버 이용료’ 제도를 도입하는 데 이어 비효율 사업을 정리하는 등 분주하다. SK스퀘어의 콜옵션(우선매수청구권) 행사 포기로 주도권을 쥔 재무적투자자(FI)가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자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는 내달 1일부터 ‘서버 이용료’ 제도를 도입한다. 창사 이래 처음이다. 서버이용료는 전월 구매 확정액 기준으로 500만원 이상인 경우 1일에 서버 이용료 7만7000원을 11번가에 내야한다. 서버이용료는 ID별로 부과하며, 각 계정의 전월 구매확정액이 500만원 이상인 경우에 부과된다.
11번가 관계자는 “판매자들에게 더 안정적이고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도입했다”며 “판매자들의 매출확대와 성장에 도움 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버이용료는 일종의 ‘자릿세’ 개념이다. 쿠팡과 위메프, 티몬 등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은 소셜커머스 시절부터 서버 이용료를 부과해왔다. 11번가 입장에서는 다소 뒤늦은 도입이다. 그간 다른 업체들이 서버 이용료 도입으로 수익성 개선 효과를 본 만큼 11번가도 이런 의도가 아니냐는 게 업계 해석이다.
2020년부터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11번가는 지속적으로 강도 높은 ‘몸집 줄이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일 14년간 운영하던 ‘티켓 11번가’ 서비스를 종료했고, 지난해 11월에는 ‘홈앤카’ 서비스를 종료했다. 수익성이 적은 비효율 사업들을 정리에 나선 것이다. 이 시기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상반기엔 오픈마켓 사업 부문 손익분기점을 달성하는 성과도 냈다. 데이터 기반으로 가격 할인 구조를 변경하는 등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고 신규 광고상품 개발 등을 통해서다. 이에 힘입어 안정은 11번가 사장은 2025년 흑자전환 달성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11번가의 누적 영업손실은 910억원으로, 전년보다 14.1%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규모가 크다. 당기순손실은 전년(756억원)보다 늘어난 85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SK스퀘어는 11번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강제매각이 불가피해졌다. 11번가는 막판까지 조금이라도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수익성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11번가의 기업가치는 5년 전 2조 7500억원에서 현재 1조3000억원대로 뚝 떨어졌다.
현재 SK스퀘어가 콜옵션 행사를 포기하면서 주도권을 쥔 재무적투자자(FI)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은 11번가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1월 중순 이후 매각 대상자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SK스퀘어가 큐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기 전인 지난해 9월 알리바바와 아마존 등이 11번가 인수에 관심을 드러낸 적 있다. 하지만 아마존은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니즈가 없고, 알리바바는 알리익시프레스로 한국시장에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인수에 대한 의사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만큼 11번가를 인수할 유력 대상자는 또 다시 큐텐이 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매수자가 나와야하는 게 관건인데 그러기 위해선 실적 개선에 신경을 써야할 수 밖에 없다”며 “당장 흑자전환이 되긴 힘들지만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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