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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세대교체 ‘대세’…KB·신한·우리·농협금융 새 리더십 맞이 [2023 금융지주 결산-①]

기사입력 : 2023-12-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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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각사이미지 확대보기
(왼쪽부터)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사진=각사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올해 국내 주요 금융지주에서는 새 리더십 바람이 불었다. 신한·우리·NH농협금융지주에 이어 KB금융지주에서도 9년 만에 새 회장을 선임하며 최고경영자(CEO)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주인 없는 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금융회사 CEO 장기 집권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금융지주에서는 수장 교체가 핵심 이슈 중 하나로 꼽힌다. 주요 금융지주에서 신규 CEO를 선임하며 새 리더십을 맞았다. 양종희닫기양종희기사 모아보기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21일 취임해 3년 임기를 시작했다. 앞서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9월 초 양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회추위는 양 회장이 은행과 지주,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쌓은 전문성과 그룹 비은행 성장을 이끈 경험을 바탕으로 KB금융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KB금융은 지난달 17일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양 회장을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KB금융 회장이 바뀐 건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전 회장이 취임한 지난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윤 전 회장은 지난 8월 차기 회장 1차 후보자 명단(쇼트리스트) 발표 전 용퇴 의사를 밝혔다. 윤 전 회장은 KB 내분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고 조직을 안정화한 데 이어 적극적인 인수합병(M&A)과 실적 개선으로 KB금융을 리딩금융그룹으로 도약시키며 3차례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KB금융은 4연임을 허용하고 있고, 윤 전 회장은 KB금융 경영승계규정상 회장 선임 나이 제한도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일찌감치 윤 전 회장의 4연임 도전 가능성을 낮게 점쳐왔다. 다른 금융지주에서 CEO 세대교체로 변화를 꾀한 데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회장 장기 집권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는 점이 걸림돌로 지목됐다.

윤 전 회장은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용퇴 결정 시기에 대해 “3연임을 확정한 2020년 9월 당시 (용퇴에 대한) 결심을 내리고 있었다”며 “진퇴(進退)를 미리 결정하고 시기가 오면 실행해야 한다고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고 밝혔다.

앞서 주요 금융지주에서는 잇달아 수장 교체가 이뤄졌다. 올해 초 5대 금융지주 중 3곳의 수장이 모두 바뀌었다. 3연임이 유력했던 조용병닫기조용병기사 모아보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현 은행연합회장)은 작년 말 사모펀드 불완전 사태 등의 책임을 지고 연임 대신 용퇴를 결정했다. 조 전 회장의 후임으로는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 회장(당시 신한은행장)이 선임돼 올 3월 취임했다.

우리금융지주도 지난 2월 초 손태승닫기손태승기사 모아보기 전 회장의 후임으로 금융위원장을 지낸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현 회장을 추천했다. 손 전 회장은 라임펀드 사태 관련 금융당국 중징계를 받은 뒤 “금융권의 세대교체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연임 도전을 포기했다. 임 회장은 지난 3월부터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농협금융지주에서는 올해 초 이석준닫기이석준기사 모아보기 회장이 취임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12월 손병환닫기손병환기사 모아보기 전 회장의 후임으로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이 회장을 선임했다. 지방금융지주인 BNK금융지주도 지난 1월 빈대인닫기빈대인기사 모아보기 전 부산은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정했다. 전임 김지완닫기김지완기사 모아보기 회장은 작년 11월 초 조기 사임을 결정했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각 금융지주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있는 데다 그룹 후계 구도 등을 고려했을 때 임기가 만료된 회장들의 연임을 유력하게 전망해왔다. 하지만 신한금융을 시작으로 분위기가 바뀌면서 금융권의 장기집권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정부가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원하고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윤 정부 들어 금융당국 수장들은 잇달아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해왔다. 특히 손 전 회장의 연임을 겨냥한 발언이 이어지면서 관치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중징계를 받은 손 전 회장이 소송을 통해 연임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해 “당사자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이를 두고 손 전 회장의 연임에 대한 ‘경고성 발언’이라고 봤다.

이 원장은 같은달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소집해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이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며 “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신한금융과 NH농협금융, 우리금융에 이어 KB금융에서도 기존 회장이 물러나면서 금융권의 연임 관행이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대통령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투명성을 강조하고 금융당국도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서면서 금융지주 CEO들이 우호 세력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통해 임기를 수차례 연장하는 행태는 앞으로 보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말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은행은 국방보다도 중요한 공공재적 시스템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설립 대신 인허가 형태로 운영 중이고 과거 위기 시 은행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조 조정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공정하고 투명한 은행의 거버넌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 등 4개 분야의 30개 핵심 원칙을 담은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했다. 모범관행은 차기 CEO 선임 시 현직 CEO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에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하도록 명문화하고, 단계별 최소 검토 기간을 두도록 했다. 금감원이 국내 8개 은행지주의 CEO 선임 사례를 살펴본 결과 승계 절차 개시 후 최종 후보 결정까지 기간은 평균 45일, 숏리스트 확정에서 최종 후보 결정까지 기간은 평균 11일에 불과했다.

모범관행은 또 CEO 후보군 관리·육성부터 최종 선정까지를 포괄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승계계획을 마련해 문서화하고, CEO 자격이나 평가 요건은 공개하도록 했다. 적정 규모 CEO 후보군을 상시 관리하고, 최소 연 1회 이상 관리 실태를 점검해 보완하는 한편 부적합 후보는 제외해야 한다. 외부 후보군 포함 시에는 자격요건이나 추천 경로, 절차 등을 명확히 하고, 평가 방법이나 시기가 이들에게 불리하지 않은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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