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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적 규제 완화에 은행 성장성 ‘삐걱’…PF 편중 지적 [금융 잡는 이재명 정부]

기사입력 : 2026-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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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RW 해소 없어 정책펀드 쏠림 심화
주담대 묶어도 집값 급등, 실수요층 피해

편향적 규제 완화에 은행 성장성 ‘삐걱’…PF 편중 지적 [금융 잡는 이재명 정부]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정부가 은행권의 생산적금융 대전환 동참을 위해 일부 규제를 합리화하는 등의 당근책을 쓰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 전해지는 온기는 크지 않은 모습이다.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목적 펀드 위험가중치 완화 등의 정책이 잇따라 발표됐음에도 대부분의 투자가 대기업에 쏠리며 산업현장과 은행 모두의 체감이 기대 이하의 양상을 나타내는 실정이다.

여기에 오히려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 조이기에 더 힘이 실리면서, 은행의 수익성과 밸류업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책펀드 RW 완화, 대형PF 편중

정부는 앞서 생산적 금융을 독려하기 위한 지원책을 잇달아 내놨다.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목적 펀드에 대해서는 위험가중치 100% 특례 요건을 명확히 했고, 은행의 주식 보유 위험가중치도 원칙적으로 400%에서 250%로 낮췄다. 보험권에도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프로그램 투자 시 위험계수를 낮춰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러한 노력이 결과도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6월 19일까지 은행채 발행액은 123조5500억원으로, 전년 동기 83조1820억원 대비 약 48.5%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다만 실제 자금흐름은 아직 중소기업의 일상적 자금난을 풀어주는 방식이라기보다 대형 프로젝트와 정책펀드 중심에 가깝다는 한계가 있다. 올해 1분기 5대 은행의 대기업대출은 5%대 증가율을 보인 반면,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은 0.94%에 그쳤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4대 시중은행의 대기업대출은 5.9% 늘었지만 중소기업대출은 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생산적 금융이라는 방향성 아래 기업여신은 늘고 있지만, 실제 증가분은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대기업과 우량 차주에 먼저 쏠리는 모습이다.

국민성장펀드의 초기 승인 사례만 보더라도 신안우이 해상풍력, 평택 AI반도체 생산기지, AI반도체 기업 직접투자 등 대규모 인프라·첨단산업 프로젝트가 전면에 배치됐다.

이 중 평택 AI반도체 생산기지에 2000억원 규모 협력업체 상생 프로그램이 붙기는 했지만, 이는 대기업 또는 대형 프로젝트를 중심에 두고 협력업체로 자금 온기를 확산시키는 구조다. 중소기업이 은행 창구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직접 금융지원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은행 입장에서도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의 위험부담을 곧바로 떠안기는 쉽지 않다. 은행은 예금을 받아 대출로 운용하는 업권인 만큼 안정성과 건전성 관리가 핵심이다. 주담대는 담보가 확실하고 손실률이 낮지만, 중소기업·벤처기업 여신은 경기 변동과 업황 악화에 민감하다.

특히 담보와 재무제표가 충분하지 않은 성장기업은 기술력과 미래 현금흐름을 평가해야 하는데, 현재 은행권의 신용평가모형과 데이터만으로는 리스크를 정교하게 산정하기 어렵다. 결국 위험가중치 부담은 그대로 둔 채 ‘위험을 나누라’고 요구하면, 은행은 고위험 중소기업보다 우량 대기업 대출이나 정부가 손실을 일부 흡수하는 정책펀드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생산적 금융이 실제 중소기업 금융으로 연결되려면 정책펀드 출자 특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석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위험자본 공급”이라며 “위험을 과도하게 강조하면 오히려 금융회사의 위험 추구 행위를 억누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여준 PwC컨설팅 상무 역시 “현재 신성장 부문 등 위험성이 높은 영역에 대한 은행권 RWA 배분이 낮은 수준”이라며, “생산적금융을 활성화하려면 자본규제 체계를 점검하되 잠재 리스크 요인을 사전에 식별하고 적절한 통제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업계에서는 중소기업 대출의 위험가중치, 보증 연계, 기술평가모형, 부실 발생 시 책임소재를 함께 설계해야 은행이 자본비율 훼손 없이 자금을 공급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주담대는 조이고, 정책펀드·주식투자 규제만 완화하며, 중소기업 여신의 신용위험은 은행이 그대로 떠안는 구조라면 생산적 금융은 현장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프로젝트와 정책성 투자에 먼저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담대 조이기 효과 ‘미미’

또 다른 문제는 생산적금융 분야로의 자금 이동과 반대로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은행의 기존 우량자산 확보 루트가 막히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은행권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을 기존 15%에서 20%로 높였다. 부동산 부문으로 흐르는 자금을 줄이고 생산적 금융으로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같은 주담대를 취급해도 더 많은 자본을 쌓아야 하는 구조가 됐다.

위험가중치가 높아지면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나고,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유지하기 위한 부담도 커진다. 별도의 자본 확충이 없다면 은행은 대출 공급을 줄이거나 수익성이 높은 자산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수밖에 없다.

은행권은 그간 주담대를 안정적인 이자이익 기반이자 우량 담보자산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가계부채 관리와 부동산 쏠림 억제를 이유로 대출 총량 규제와 자본 부담이 동시에 강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외형 성장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주담대 규제가 집값 안정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택 구매 여력이 현금 부자와 고자산층에 집중된 상황에서 대출 규제는 차입 의존도가 높은 청년·무주택자에게 더 크게 작용한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코스피 등 주식시장 상승으로 만들어진 금융자산과 차익실현 자금은 다시 고스란히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돼 집값 폭등을 불렀다. 이재명 정부 취임 후 1년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14.7%로,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4대 은행의 주담대성 대출 성장세는 뚜렷하게 둔화됐다. 금융권 집계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담대성 대출 잔액은 2024년 1분기 439조1000억원에서 2025년 1분기 476조3000억원으로 8.5% 늘었지만, 2026년 1분기에는 494조6000억원으로 증가율이 3.8%에 그쳤다.

같은 기간 4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도 2025년 1분기 3.95~4.18% 수준에서 2026년 1분기 4.40~4.74% 수준으로 높아졌다. 대출잔액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차주가 체감하는 금리 부담은 오히려 커진 셈이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의 주담대성 대출 증가율은 2025년 1분기 9.7%에서 2026년 1분기 0.7%로 크게 낮아졌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9.0%에서 6.8%로, 하나은행은 7.5%에서 3.9%로, 우리은행은 7.6%에서 4.9%로 둔화됐다. 주담대가 여전히 은행 가계여신의 핵심 축이지만, 더 이상 과거처럼 외형 성장을 견인하기는 어려워진 셈이다. 집값이 폭등한 동시에 실수요 계층들의 대출길이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이중고가 형성된 국면이다.

특히 10억원 이하 주택을 찾는 실수요자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고가 주택 투자수요와 달리 이들은 자기자본보다 주담대 의존도가 높은데, 대출 한도와 심사 기준이 강화되면서 매수 가능 가격대 자체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집값은 오른 상태에서 대출 가능액만 줄어들자,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 중저가 주택을 노리던 청년·신혼부부·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대출 규제가 투기수요보다 실수요자의 구매력을 먼저 약화시키는 역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안정성 잃은 은행 성장 고민

은행권이 우려하는 부분은 단순히 가계대출이 줄었다는 데 있지 않다. 주담대는 담보가 확실하고 상대적으로 손실률이 낮아 은행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이자수익원이었다. 반면 기업대출은 경기 변동과 업황 악화에 민감하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호 여신은 고금리·내수 부진·원가 부담이 장기화될 경우 연체율이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밸류업 지표도 부담요소다. 1분기 4대 금융지주의 밸류업 지표를 보면 은행권의 고민이 드러난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RWA는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KB금융의 RWA는 347조9000억원에서 366조원으로 5.2% 늘었고, 신한금융은 345조원에서 365조원으로 5.8%, 하나금융은 283조1000억원에서 301조1000억원으로 6.4% 증가했다. 우리금융도 233조2000억원에서 241조2000억원으로 3.4% 늘었다.

반면 CET1 흐름은 엇갈렸다. KB금융의 CET1비율은 13.70%에서 13.63%로, 신한금융은 13.26%에서 13.19%로, 하나금융은 13.24%에서 13.09%로 각각 소폭 하락했다. 우리금융은 12.40%에서 13.60%로 개선됐지만, 같은 기간 ROE는 7.27%에서 6.53%로 낮아졌다. 자본비율을 끌어올렸다고 해서 곧바로 수익성과 자본효율성이 함께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ROE만 놓고 보면 KB금융은 13.94%로 4대 금융 중 가장 높았고, 신한금융 11.91%, 하나금융 10.91%, 우리금융 6.53% 순이었다.

그러나 RWA 증가 속에서 KB·신한·하나금융의 CET1비율이 하락한 점은 부담이다. 기업여신 확대와 정책금융 참여가 늘어날수록 위험가중자산이 커지고, 이는 주주환원 확대의 전제인 자본비율 관리와 충돌할 수 있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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