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연계 ELS의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고 불완전판매가 인정됐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금융분쟁에 대비해 배상비율 기준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배상비율 기준안을 만들고 이를 통해 금융회사들이 자율 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은행권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를 사모·공모를 통해 주가연계펀드(ELF)와 주가연계신탁(ELT) 형태로 판매했다. ELS는 주가지수나 개별종목 등 기초자산의 가격이 일정한 범위를 유지하면 약정된 수익을 제공하는 파생상품으로 통상 6개월마다 기초자산 가격을 평가해 일정 가격을 밑돌지 않으면 정해진 수익을 주고 조기 상환된다. 다만 기초자산 가격이 약정한 수준을 밑돌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5대 은행에서 판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내년 상반기 중 만기 도래 물량은 총 8조4100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중 국민은행의 만기 도래분이 4조7726억원으로 가장 많다. 농협은행이 1조4833억원, 신한은행 1조3766억원, 하나은행 7526억원, 우리은행 249억원이며 홍콩H지수 급락으로 이에 연계된 ELS에서 원금 손실이 예상되면서 5대 시중은행 모두 판매를 중단한 상황이다.
홍콩H지수 연계 ELS 분쟁조정에 배상기준안이 적용될 경우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이은 배상기준안이 적용 사례가 된다.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은 홍콩H지수 연계 ELS와 관련해 “고위험, 고난도 상품이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몰려서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어볼 수 있다”며 “설명 여부를 떠나서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 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달 20일 홍콩H지수 연계 ELS 만기가 가장 많이 도래하는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과 증권사 대상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당초 지난 1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던 KB국민은행에 대한 현장점검을 이번주까지 연장했다.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은 “현재 금감원에서 불완전판매 이슈 등 팩트를 보고 있다”며 “그 결과에 따라 제도적 보완 사항이나 소비자보호 관점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등을 조사 결과가 나오면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금감원 조사 결과에 따라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해나갈 것으로 전해졌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불완전 판매”라며 “은행 직원조차 ESL 상품 구조에 대해 이해를 못하는 경우도 상당히 있어 그런 부분이 얼마나 문제가 되는지 이번에 자세히 조사를 할 계획이고 그런 부분이 문제가 된다면 추가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품 구조에 대해서 모르는데 잘못해서 판 경우를 중점으로 불완전 판매인지 확인할 것”이라며 “전문적인 사람들이 추천했다고 물어내라 하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이 기회로 손실 본 것으로 만회하겠다고 하면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김경찬 기자 kkc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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