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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우리은행, ‘홍콩H지수 ELS 손실 우려’ 희비 엇갈린 이유는 ['홍콩 ELS' 비상등]

기사입력 : 2023-1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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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2019년 DLF 사태 비켜나…높은 파생 한도에 도리어 발목
우리,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분 249억 그쳐…“선제적 판매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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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홍콩H지수 급락으로 이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주가연계증권(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잔액이 가장 많은 KB국민은행과 반대로 물량이 가장 적어 이번 우려에서 한 발짝 비켜나 있는 우리은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내년 상반기 중 만기 도래 물량은 총 8조4100억원이다. 이중 국민은행의 만기 도래분이 4조7726억원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이어 농협은행(1조4833억원), 신한은행(1조3766억원), 하나은행(7526억원), 우리은행(249억원) 순이다.

은행권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를 사모·공모를 통해 주가연계펀드(ELF)와 주가연계신탁(ELT) 형태로 판매했다. 문제는 홍콩H지수가 급락하면서 이 지수에 연계된 ELS의 만기가 대거 도래하는 내년 대규모 손실이 확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홍콩H지수 연계 ELS가 대거 판매된 지난 2021년 이후 홍콩H지수는 40%가량 급락한 상태다. ELS 만기는 통상 3년이다.

홍콩H지수의 지난달 27일 종가는 6025.22로 2021년 1월 3일 종가(1만722.99)와 비교하면 43.8% 하락했다. 2021년 초 1만2000선을 넘어섰던 홍콩H지수는 같은 해 말 8000대까지 떨어진 뒤 현재 6000대에서 횡보 중이다. 지난해 10월 말에는 5000대가 무너지기도 했다.

홍콩H지수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5대 은행의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분 8조원 중 40%에 해당하는 3조원 이상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국민은행에서만 2조원대 손실이 전망된다.

DLF·라임 사태 피한 KB…ELS 판매 늘렸다가 ‘손실 폭탄’ 위기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20조5000억원 규모로, 15조8860억원 규모가 은행에서 팔려나갔다.

이중 국민은행의 판매 잔액이 7조8458억원이다. 신한은행 2조3701억원, 하나은행 2조1782억원, 농협은행 2조1310억원, 우리은행 413억원 등 4개 은행 판매 규모 합산 수치보다 국민은행 한 곳의 판매분이 더 많다.

압도적인 판매 규모로 국민은행이 이번 손실 우려 사태의 ‘주인공’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국민은행은 주요 은행에서 불완전판매 등으로 논란이 된 각종 사모펀드 및 파생상품 이슈에서 홀로 자유로웠다. 업계에서는 이 점이 오히려 ELS 판매 확대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앞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2019년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F를 총 7950억원 규모로 판매했다. 이후 같은해 하반기 글로벌 채권 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영국·독일 채권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DLS와 이에 투자한 DLF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금융당국은 해당 사태를 계기로 2020년부터 은행권에 고위험 파생상품 총량규제를 도입해2019년 11월 말 기준 파생상품 판매 잔액 이내로만 취급할 수 있도록 제한했다. 국민은행에서는 당시 DLF 대신 ELS 취급에 주력해 판매 잔액이 13조원에 달했고, 경쟁 은행에 비해 2~3배 많은 13조원의 판매한도가 설정됐다.

이후 라임, 디스커버리 등 각종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각 은행 내부에서는 고위험 상품 판매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2021년은 은행 예금 금리가 1%대로 낮은 시기였던 만큼 연수익률 3~4%의 기대 수익률을 내건 ELS에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국민은행이 ELS 상품 판매를 대거 늘릴 수 있었던 배경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 다른 은행에 비해 국민은행은 파생상품 판매한도가 상대적으로 컸다”며 “사모펀드 사태 등에서 자유로웠던 만큼 ELS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민은행은 원금 손실이 상대적으로 큰 녹인(Knock-in·원금 손실 발생 구간)형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했다. 불완전판매 이슈에 연루됐던 타 은행들은 ELS를 팔더라도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낮은 노녹인형 상품을 주로 팔았다.

녹인형은 계약 기간 중 기초자산 지수가 ‘녹인 기준선(50%)’ 아래로 떨어져 녹인이 발생한 경우 만기 시점에 지수가 ‘최종 기준선(70%)’을 넘어야 약정된 원금과 약정 이자를 받을 수 있다. 노녹인형은 계약 기간 지수가 얼마나 내려가는지 상관없이 만기 때 지수가 가입 시보다 65% 수준 이상이면 원금과 이자가 주어진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0일부터 국민은행에 대해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홍콩H지수 ELS 판매 현황과 민원 대응, 판매 결정 과정, 불완전판매 요소 등을 점검하고 있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이 ELS 판매를 늘릴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있었는지와 녹인형 상품을 집중적으로 팔았던 배경 등도 들여다보는 중이다.

이복현닫기이복현기사 모아보기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9일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몰려서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어볼 수 있다”며 “설명 여부를 떠나서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변동성 확대에 리스크 우려···우리은행, 2019년부터 판매 축소
우리은행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가운데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잔액은 249억원으로 5대 은행 중 가장 적다. 판매 잔액(6월 말 기준 413억원)에 비례해 만기 도래분도 많지 않다.

우리은행의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이 적은 이유는 해당 상품 판매를 선제적으로 중단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9년부터 홍콩H지수 ELS 판매 규모를 줄여왔다. 홍콩 민주화 시위로 홍콩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홍콩H지수 연계 ELS 관련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당시 우리은행 리스크 부서는 중국 및 홍콩 주식시장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홍콩H지수 변동성 확대를 우려해 해당 지역 투자상품 신규 출시를 보류하거나 비중을 축소하도록 투자상품 부서에 전달했다.

투자상품부서는 해당 의견을 적극 수용해 홍콩H지수 편입 ELS 비중을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만기 배리어 수준을 낮춰 손실을 예방했다는 게 우리은행 측 설명이다.

홍콩H지수가 2016년 당시 몇 개월새 49.3% 폭락하는 등 변동성이 큰 상품인 데다 관련 상품 원금 손실 위기가 발생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이후에도 우리은행은 홍콩H지수 ELS 취급에 보수적으로 접근했다. DLF 및 사모펀드 사태 등으로 리스크가 높은 파생 상품을 제한적으로 판매할 필요도 있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부터 홍콩H지수 ELS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홍콩H지수 편입 ELS 판매 금액이 400억원 규모로 극히 적다”며 “사모펀드 사태 이후 투자자 중심으로 상품 선정, 판매 및 사후관리, 투자자 보호 등 투자상품 판매 프로세스를 개선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판매 상품 선정 시 리스크 사전 협의를 의무화하고 고난도 상품 선정은 이사회 승인 사항으로 정하는 등 프로세스를 강화했다. 아울러 투자자별, 상품 위험 등급별 판매한도를 별도로 설정해 운용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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