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옵티머스 사태, 영풍제지 사태, 이화그룹 사태 등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무엇보다도 내부통제 미흡에 대한 책임론이 크게 점화되고 있다.
국내 자기자본 10위권 내 대형 증권사 가운데 미래에셋증권, 메리츠증권, 한국투자증권에서 이미 ‘장수 CEO’ 세대교체 인사의 신호탄을 쐈다.
KB증권, NH투자증권의 경우 CEO 인사에서 금융당국 제재 관련 변수가 잠재돼 있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은 그룹 전체 인사 구도에 따라 사장단의 진퇴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여의도 찬바람 부나…‘63년생 토끼띠’ CEO 대거 인사 영향권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23년 12월 말부터 2024년 3월까지 연말 연초 CEO 임기가 만료되는 국내 주요 증권사는 이미 인사가 이뤄진 곳을 제외하고도 12곳가량이나 된다. 특히 박정림닫기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0년 11월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내부통제기준마련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박정림 사장에게 문책경고 중징계 제재 조치안을 결정했다.
또 금감원은 지난 2021년 3월 옵티머스 펀드 판매 관련 내부통제기준마련 의무 위반 등으로 정영채 사장에게도 문책경고 중징계 제재 조치안을 의결했다.
한동안 제재 수위가 낮아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으나, 올해 금감원에서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등 3대 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해 추가 검사를 실시했고,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문제에 대한 시선도 좋지 않아 부담 요인이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최근 박 사장에 대해서는 기존 제재 수위보다 한 단계 높은 직무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KB증권에 사전통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사모펀드 판매 증권사 CEO에 대한 중징계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 정례회의는 오는 11월 29일 열린다.
지주사 새 수장 취임도 영향 요소다. 양종희닫기


NH투자증권의 사령탑을 맡아 온 정영채 사장의 진퇴 여부도 주목된다. 정영채 사장은 2018년부터 연임을 거쳐 장수 CEO로 신임 받아왔다. 하지만, 역시 금융위 제재 확정 여부가 중요 판단요소가 될 수 있다. 아울러 농협중앙회가 NH투자증권의 지주사인 농협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보유한 단일주주라는 점에서 의중이 반영될 수 있는 구조라는 점도 변수다.
신한금융지주 계열의 김상태닫기

삼성증권 인사의 경우 통상적으로 매년 12월 첫 주 삼성그룹 인사에서 삼성금융 계열사 발표때 함께 나온다. 장석훈 사장은 2018년 4월 발생한 이른바 '유령주식 배당사고' 수습을 위해 같은 해 7월 대표이사직무대행 직을 거쳐 2019년 3월 삼성증권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꾸준히 균형성장 토대를 쌓았다는 평을 받는다.
삼성그룹 내에서 전례가 없을 정도로 삼성증권을 다년간 이끌고 있다는 점은 오히려 변수다. 또 그룹에서 60세 이상 임원은 후선으로 물러나는 암묵적 ‘60세룰’이 존재한다는 점도 고려사항이다. 그럼에도 장 대표는 해외 대체투자, 부동산 PF 등 최근 증권업계가 비상등을 켠 IB 사업에서 비교적 보수적 기조로 리스크 관리에 선방했다는 점에서 유임 가능성이 열려 있다.
위기에 장수 바꾼다?…세대교체 쏘아올린 증권사들
증권가 세대교체 바람을 타고 60년대생 후반 '새 얼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미래에셋그룹은 최근 2023년 11월 창업멤버가 퇴진하고 2기 전문경영인 체제를 시작하는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창업주인 박현주닫기

미래에셋증권은 최현만닫기


메리츠증권도 14년 만에 대표이사 교체를 단행했다. ‘통합 메리츠’ 첫 인사로 메리츠금융지주는 2023년 11월 장원재 신임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사장(1967년생)을 선임했다.
2010년 2월부터 메리츠증권 수장을 맡아 장수 CEO로 꼽혔던 최희문닫기

장 신임 대표는 메리츠화재 리스크관리 상무, 메리츠화재 위험관리책임자 부사장(CRO) 등을 역임한 리스크 관리 특화 이력이 눈에 띈다.
한국투자증권도 세대교체에 합류했다. 김남구닫기

2019년부터 지난 5년 간 한국투자증권 사령탑을 맡았던 정일문닫기


키움증권도 리스크 관리 책임론에 따라 인사시계가 돌고 있다. '동학개미' 대표 주식거래 창구로 코로나 팬데믹 시기 급성장한 키움증권은 2023년 올해 4월 차액결제거래(CFD) 통로가 악용된 무더기 하한가 사태, 최근 10월 영풍제지 사태 대규모 미수금 발생까지 두 번의 큰 사건으로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1967년생)은 지난 11월 대규모 미수채권 발생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사임 의사를 드러냈다. 다만 현재 키움증권 이사회는 대표이사 거취에 대한 결정을 보류하고, 추후 이사회에서 재논의하기로 한 상태다.
아직 기존 체제를 유지 중이지만 차기 키움증권 사령탑 후보로는 박연채 홀세일총괄본부장 부사장(1964년생), 엄주성 전략기획본부장 부사장(1968년생)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지주 계열에서 김병영 BNK투자증권 대표(1960년생)의 임기도 올해 12월까지다. 김병영 대표 역시 2019년부터 재임한 장수 CEO다. 빈대인 회장 체제 BNK금융지주의 계열사 인사 구도 등을 바탕으로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사장(1964년생)도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홍 사장의 거취는 지주사인 DGB금융지주 차기 회장 인사와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밖에 박봉권 교보증권 대표(1965년생), 전우종 SK증권 대표(1964년생), 곽봉석 DB금융투자 대표(1969년생),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1958년생) 등도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중·후순위 부동산 PF 부실 부담 요인이 실적에 영향을 미친 만큼 성과평가에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증권의 경우 강성묵 부회장(1964년생)의 증권사 대표이사직 임기(2024년 12월 31일)가 남아있지만,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직이 올해 12월 말로 만료되는 만큼 주목되고 있다.
리스크 관리, 증권사 CEO 핵심역량 떠올라
올해 증권업계에서는 증시 불공정 거래, 불건전 영업 관행 등 내부통제 부실이 지적되면서 CEO 책임론이 거세졌다고 할 수 있다. 저금리 부동산 호황기에 공격적으로 늘린 부동산 PF가 부메랑이 되어 IB 충당금을 쌓느라 적자 실적을 내는 증권사들 사례도 여럿 나왔다. 이로 인해 증권사 CEO 인사에서 리스크 관리 역량이 핵심으로 부각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 증권사 내부통제를 정조준하고 있는 만큼 위험관리의 중요성이 어느 때 보다 커지고 있다"며 “연말 정기인사, 조직개편에서 리스크 관리 체계 강화가 주요하게 다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공격적인 성장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던 시기가 지나고, 구멍 없는 내부통제가 현안이 됐다" 며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이 점점 강화되는 추세인 만큼, 증권사마다 인력 보강, 조직 재정비가 어느 정도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 전한신 기자 pocha@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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