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발간한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고찰과 제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만기 10~15년 중기 고정금리 주담대 활성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실효성 강화, 스트레스 DSR 도입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정책 제언을 제기했다.
최근 금리 상승으로 주담대 차주의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금융회사가 공급하는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만기 30년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가 취급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장기 고정금리 주담대가 통화정책 전달을 약화하거나 금융안정을 저해하거나 주거 이동성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권흥진 연구위원은 “소비자의 경험에 기반한 수요가 주담대 금리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공급 측면의 유인과 구조를 개선시키는 정책 개입만으로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사용되는 주담대 금리 구조를 빠르게 변화시키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고정금리 주담대는 변동금리 주담대 대비 금융시스템의 금리리스크 노출을 확대해 금융안정을 저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회사의 유동성이 적절하지 않게 관리되거나 금리 급변기에 순자산이 크게 타격을 입는 경우 뱅크런 등 금융불안이 야기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하락해 전반적인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거시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도 있다. 소득과 소비가 감소하는 불경기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변동금리 주담대 차주는 상환부담이 줄어들어 소비 여력이 개선되지만 고정금리 주담대 차주는 이러한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
권흥진 연구위원은 “현재와 같이 경기가 둔화된 상황에서 금리가 상승할 경우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고정금리 주담대는 통화정책 전달을 약화하고 금융안정을 저해하며 주거 이동성을 낮추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최대한 긴 안목 하에 정책방향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권흥진 연구위원은 주담대 금리구조는 공급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경험에 기반한 수요에 크게 영향을 받아 30년 이상 고정금리 주담대를 적극적으로 취급하도록 유인하는 것보다 10~15년 등 중기 고정금리 주담대부터 적극적으로 취급하도록 유인하거나 차주들이 5년 고정금리 주담대를 주기적으로 차환해 금리가 고정되는 기간이 길어질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유인하는 방안을 우선 고려하는 것이 현실적이다고 밝혔다.
또한 변동금리 주담대가 야기하는 차주의 현금흐름 리스크를 단기간 내 활성화가 어려운 고정금리 주담대가 아니라 변동금리 주담대 관련 제도와 관행의 변화로 보완할 수 있도록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차주 단위 DSR 산정 예외 적용을 최소화하고 DSR 산정 시 금리 상승을 고려한 스트레스 DSR을 도입하는 등 관련 규제를 정비하고 금융회사의 영업 관행을 고쳐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금융안정의 관점에서는 금리리스크에 대한 노출 정도를 시의적절하게 파악하고 필요시 추가적인 유동성 및 자본규제를 부과할 수 있도록 건전성 규제를 정비하고 이동성 약화에 대해서는 기존 고정금리 주담대 보유자가 고금리 상황에서 이사하는 유인을 높이기 위해 보유한 주담대를 다른 부동산으로 이전할 수 있는 모기지 이전 제도를 도입, 주담대 공급자의 영업 관행을 점검하고 필요시 법규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권흥진 연구위원은 “주담대 금리구조와 관련된 논의를 변동금리 대 고정금리로 국한하지 말고 재정정책과의 조화와 변동·고정금리보다 더 우월할 수 있는 금융 측면의 솔루션에 대한 논의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며 “주택가격지수 등 주택시장 상황에 따라 상환조건을 변화시키는 주택가격지수 연계 모기지 등도 주담대를 활용한 지나친 레버리지 투자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김경찬 기자 kkch@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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