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정 총괄사장은 지난 9월 7년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외부 행사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의 등장에 무슨 일인고 하니,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2023(Frieze Seoul 2023)’ VIP 행사장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정 총괄사장은 호스트 자격으로 참석해 직접 손님을 맞아 큰 관심을 모았고, 이 때문에 신세계 ‘아트 리테일’도 더욱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정 총괄사장의 남다른 ‘미술 사랑’은 3대에 걸쳐 이어졌다. 할아버지인 고(故)이병철닫기이병철기사 모아보기 삼성 창업회장과 어머니인 이명희닫기이명희기사 모아보기 신세계 회장의 영향이 컸다. 특히 이명희 회장이 신세계를 ‘아트 백화점’으로 선보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정 총괄사장도 이에 대한 영향으로 ‘아트 리테일’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화여대 응용미술학과를 나와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학교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2007년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본관 리모델링 당시 인테리어와 광고, 디자인부문에 힘을 보태며 예술 감각을 뽐내기도 했다. 특히 그 해 이명희 회장은 350억원을 들여 세계적인 유명 미술품을 백화점 곳곳에 설치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유통업계 트렌드가 변화하자 신세계백화점의 ‘아트 리테일’은 더 탄력을 받고 있다. 단순 쇼핑을 넘어 백화점에서 고객 체류시간을 늘리는 게 우선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미술’이라는 특기를 살려 고객이 반복적으로 작품을 만나 백화점에 대한 특별한 경험과 기억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강남점의 경우 박윤경 작가의 설치 회화 미술을 고객들의 발길이 닿는 공간에 선보이고 있다. 신관 명품 매장(2층), 럭셔리 주얼리·워치 매장(3층), 멘즈럭셔리 매장(6층), 식당가(11층) 등 고객 동선을 미술 전시 장소로 활용한 것이다. 특히 이 전시는 1~2개월 가량 짧은 기간 진행하는 전시와 다르게 내년 2월까지 6개월 가량 긴 기간 선보인다.
신세계백화점은 전국에 역량 있는 청년 미술작가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국내 미술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자 신세계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신진작가들에게 관심을 돌린 것이다. 특히 광주, 대구, 부산 등지의 유망한 미술 작가들을 발굴·후원해 기존에 볼 수 없던 ‘새로움’으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자 하는 의도도 있다.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는 오는 31일까지 지난해 광주신세계미술제 대상 수상자인 정경자 작가의 개인전을 열고 있으며, 대구신세계갤러리에서는 다음달 20일까지 ‘젊은대구작가들’ 전시를 열고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5명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부산문화재단과 부산 청년예술가 3인전 ‘관계에 대하여’를 이달 20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펼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매장 전체가 하나의 갤러리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를 시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문화 예술 콘텐츠를 고객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이는 ‘아트 리테일’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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