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그 중에서 SSG닷컴 기업공개(IPO) 재추진이 최우선과제로 꼽힌다. ‘재무 전문가’로 통하는 만큼 그에게 거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신세계에 인수된 뒤에도 재무역량을 발휘했다. 이 대표는 G마켓 지원본부 본부장 겸 이마트 디지털 신사업 테스크포스(TF) 관리장, 지난해 SSG닷컴 지원본부 본부장을 맡으면서 SSG닷컴과 G마켓 재무, 회계총괄을 담당했다.
이후 올해 3월 신세계그룹은 SSG닷컴 공동 대표에 이인영 부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지난해 10월 정기 임원인사 이후 갑작스럽게 난 인사였는데, 업계에서는 내부 위기 극복을 위한 해결사로 부른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SSG닷컴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적자 규모를 줄였다. 올 상반기 기준 SSG닷컴 영업손실 규모는 3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62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외형확장을 위해 출혈경쟁을 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부터 물류·배송 등 효율화 작업으로 수익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SSG닷컴의 이런 기조는 IPO 재추진을 위한 사진 작업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간 거래액이나 매출 규모였던 이커머스 기업 가치 기준이 수익성 쪽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다.
SSG닷컴은 2021년 10월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IPO 주간사로 선정해 지난해 상반기 IPO 추진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와 함께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서 IPO 추진을 보류했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SSG닷컴은 지난 2018년 10월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너티컨소시엄과 맺은 1조원 규모 투자 약정에 따라 내년까지 상장하거나 5조7000억원 이상 총거래액을 달성해야 한다. 다만 2021년 약정상 총거래액 요건을 충족해 상장 의무는 사라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최근 IPO시장에 다시 훈풍이 불고 있는데다, 내년을 기점으로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SSG닷컴이 IPO 다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이 대표 단일체제로 바뀌면서 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IPO 재추진 작업이 속도를 낼 거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SSG닷컴 관계자는 “주간사와 수시 협의하며 상장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며 “다만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구체적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수익성이 중요한 지표가 되긴 했지만 높은 기업가치를 위해 거래액, 점유율 확대에도 지속적으로 힘을 써야 한다. 지난 2021년 SSG닷컴 기업가치는 약 10조원대로 추산됐지만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기업가치를 그대로 적용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것 역시 이 대표의 해결과제다.
올해 남은 기간 SSG닷컴은 상품력 차별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신선식품 산지 직송과 상품 구색을 확대해 그로서리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패션·명품·뷰티 상품 신뢰도를 높이고 시장 선도 브랜드와 전략적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특히 SSG닷컴은 이커머스 업계 중에서도 명품브랜드에 대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대표 역시 명품 카테고리를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6월 열린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페스티벌’에서 “브랜드 중 온라인을 꺼리는 브랜드가 있지만, 명품 브랜드 선택을 받는 게 SSG닷컴”이라며 명품 경쟁력을 내세웠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샤넬워치가 세계 최초로 국내 이커머스 업체 SSG닷컴에 입점했다. 샤넬이 뷰티 상품군 외 자사 상품을 이커머스에서 판매하는 것은 당시 처음이었다. 이 외에도 전세계 최초로 ‘구찌’ 공식 스토어가 입점했으며 ‘페라가모’ ‘버버리’ ‘몽블랑’ ‘파네라이’ ‘피아제’ ‘듀베티카’ ‘막스마라’ ‘톰포드’ 등을 추가로 들여왔다. 다른 이커머스 업체와 달리 공식 브랜드관을 통해 판매하는 점은 SSG닷컴만의 분명한 경쟁력으로 통한다. 특히 단가가 높은 명품 브랜드 특성상 거래액을 높이는 데 도움 된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대표는 20년 경력 이커머스 전문가이자 재무 전문가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라면서 “그의 경영 능력을 평가받을 시험대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슬기 기자 seulgi@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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