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공사비가 크게 오르면서 서울의 여러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수주를 위해 과열 경쟁을 벌일 사업장인데도 입찰을 망설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실제로 1000가구 이상 규모에 총 공사비가 5000억원이 넘는 대어급 단지인 서울 송파구 가락프라자 아파트의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두 건설사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진행된 현장설명회에 건설사 6곳이 참여할 정도로 관심이 높지만, 조합 측이 공사비를 평당 780만원으로 제시하면서 입찰을 포기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가락프라자에 고급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내세웠던 현대엔지니어링도 입찰 마감을 앞두고 힐스테이트로 방향을 틀었다.
구로구 보광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3.3㎡당 800만원 대 수준을 제시했지만 경쟁 입찰이 성사되지 않아 대우건설과의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다. 정비사업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2곳 이상의 시공사가 참여하지 않으면 유찰된다. 두 차례 이상 유찰되면 단독 입찰한 시공사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노량진 뉴타운 중 규모가 가장 큰 노량진 1구역도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달 15일 노량진1구역 재개발조합은 시공자 선정 입찰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현설에는 금호건설, 호반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7개사가 참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물산은 조합에 예정 공사비를 인상하지 않으면 입찰에 참여가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조합에서 정한 공사비 예정가격은 3.3㎡당 730만원이다. 이에 삼성물산은 이번 1차 입찰은 공사비 예정가격이 낮아 응찰하지 않고 유찰 후 재공고에서 조합이 공사비 예정가격을 인상하면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이 제시한 공사비는 굉장히 적은 편에 속한다”며 “이번 현장설명회에 참석한 건설사 중 한 곳이 이미 평당 730만원 공사비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해놓으면서 자신 있게 제시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도 “입지 우수성이 있지만, 낮은 공사비로 사업성이 저하된다. 다들 포기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며 “낮은 공사비에도 조합 측에선 고품질을 요구한다. 이에 억지로 입찰을 한다고 하더라도 추후 시공비 인상, 대금 지급 연기 등 리스크를 피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규모 재건축으로 불리는 가로주택정비사업의 인기가 시들어졌다. 대형 건설사는 물론이고 중견 건설사들조차 입찰을 꺼리는 분위기다.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주택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기 전만해도 사업성이 좋은 곳은 건설사들 간 수주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 110번지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은 지난달 시공자 선정에 나섰다. 현장설명회에 코오롱글로벌 단독 참석으로 인해 유찰되고 다시 재공고를 낸 것이다.
급기야 사업이 아예 중단된 곳도 등장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선경3차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은 최근 시공사와 계약을 해지하고 사업을 접기로 했다. 이 사업장은 당초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다가 인근에 있는 동해상가와 대치상가를 포함해서 3568㎡의 부지를 통합 개발하는 가로주택정비사업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급등하는 공사비 부담 등의 문제로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안형준 건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현재 건설사들은 금융부채·부동산시장·조합의 요구 등으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며 “향후 제로에너지 정책 여파 등을 고려하면, 굵직한 사업장 외에는 공사비를 현실에 맞게 입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12월까지 연말 수주 실적이 시기가 끝나면 내년부터는 공사비가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주현태 기자 gun131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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