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평소 기후위기에 관심이 있는 지인들을 불렀다. 브리또부터 강정, 텐더, 유니짜장면, 떡볶이, 주먹밥 등 종류도 다양했다. 공통점은 고기 없이 식물성 원료로만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고기가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 같은 음식에서 고기가 없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워했다. 고기 없는 브리또에서 불고기 맛이, 두부로 만든 텐더에서 닭가슴살 맛이 났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했다”(MBC TV 드라마 ‘대장금’)라는 옛말도 과거형이 됐다. 비건 채식 등의 가치 소비도 음식의 맛을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먼저 잔치국수는 두유액 면발에 버섯을 원액으로 한 식물성로스팅육수가 녹아들어 담백함을 배가시켰다. 콩국수를 먹는 듯한 맛이었다. 칼로리도 140kcal에 그쳐 다이어트에 제격이었다. 유니짜장면은 직화로 볶은 진한 짜장 소스와 잘게 다진 콩고기가 더해졌다. 소스와 중화면은 모두 식물성 재료로 만들었으며,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이었다. 두부텐더는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으로 닭고기를 먹는 듯했다. 대두 100%로 만든 고단백결두부를 원료로 했다. 튀김옷도 옥수수 전분으로 식물성이었다. 큐브강정도 두부텐더처럼 고단백결두부로 만들었으며, 바비큐 소스까지 더해져 매콤했다. 런천미트도 콩에서 추출한 ‘식물성조직단백’을 가공해 만들었다. 일반 스팸과는 다르게 구수한 향이 났고, 짭조름한 맛과 달리 부드럽고 담백했다. 브리또는 풀무원이 개발한 식물성 체더치즈에 콩으로 만든 고기가 조합을 이뤘다. 대체육인지 모르고 먹었다면 고기로 알 정도였다. 비빔 주먹밥은 가마솥 밥에 식물성 대체육과 채소를 섞어 만들었다. 채소는 부추, 당근, 대파, 양파, 마늘, 애호박, 표고버섯 등으로 꽉 채웠다. 편의점 삼각김밥처럼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야채가 오독오독 씹혀 다양한 식감을 자아냈다. 떡볶이의 경우 사과, 파인애플로 만든 식물성 떡볶이 소스에 다시마 엑기스가 들어가 매콤하면서도 새콤했다. 특히 쌀가루로 만든 떡은 혀에 달라붙을 정도로 쫀득했다.
이날 기자가 초청한 지인들은 두부텐더와 런천미트, 불고기 브리또를 최고로 꼽았다. 식물성 단백질에서 고기 맛이 강렬하게 나는 것이 새삼 놀라우면서도 누구나 비건 채식에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봤다. 반면 유니짜장면이나 큐브강정은 특유의 소스 맛이 강해 낯설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정부시 신곡동에 거주하는 김도연씨(31)는 “육류에서 다량의 탄소가 발생한다는 뉴스를 접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식단을 찾는 데 관심이 많았다”라며 “비건 채식이 밀키트로 다양하게 출시돼 작게나마 실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영관씨(31)도 “콩이나 버섯에서 고기 맛이 비슷하게 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면서도 “소스 일부에서는 과일 향이 지나치게 강해 음식 본연의 맛을 해치는 느낌이다”라고 평했다.
풀무원은 지난해 8월 지속가능식품 전문 브랜드 ‘지구식단’을 론칭했다. 나의 건강과 지구의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 식문화를 개선하겠다는데 방점을 찍었다. 지구식단은 식물성 지향 식품인 ‘식물성 지구식단’과 동물복지 식품 브랜드인 ‘동물복지 지구식단’으로 나뉘었다. ‘식물성 지구식단’은 최소첨가물에 식물성 원료만으로 맛과 식감을 채웠다. ‘동물복지 지구식단’은 최소첨가물에 엄격한 동물복지 기준을 준수한 원료만을 사용한다. 만두, 밥, 면, 떡 등 다양한 식물성 간편식을 잇달아 선보였으며, 론칭 1년 만에 매출 430억원을 달성했다. 풀무원은 지구식단 연매출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2026년까지 지속가능식품을 식품 전체 매출의 65%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손원태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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