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 부실 도마…은행장·지방금융 회장 줄소환 예상
3일 국회 정무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오는 11일과 17일 각각 국정감사를 받는다.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국감은 24일 진행된다. 금융위와 금감원 종합감사는 27일 열릴 예정이다.금융당국은 지난 8월 초 국민은행 증권대행부서 소속 직원들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증권선물위원장 긴급조치(패스트 트랙)로 검찰에 통보했다. 대형 은행 직원들의 조직적인 미공개정보 이용 불공정거래 혐의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추정 부당이익 규모는 총 127억원이다.
BNK금융지주는 자회사인 경남은행에서 지난 7월 30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경남은행에서 약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해 온 투자금융부 직원 이모씨는 2009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본인이 관리하던 17개 PF 사업장에서 총 2988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DGB금융지주의 자회사 대구은행에서는 직원들이 고객 동의 없이 증권 계좌 1000여개를 불법 개설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내부통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각 금융사 CEO에 대한 국감 증인 소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규모 횡령 사건과 불법 계좌 개설 사고가 불거진 지방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들은 국감에 출석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역시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 KB금융지주 회장, 진옥동닫기진옥동기사 모아보기 신한금융지주 회장, 함영주닫기함영주기사 모아보기 하나금융지주 회장, 임종룡닫기임종룡기사 모아보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이석준닫기이석준기사 모아보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오는 9~15일 열리는 IMF·WB 연차총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들 회장은 연차총회 일정 이후 유럽·중동 현지에서 투자자 및 주주들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한다. 오는 11일, 17일 금융당국 국감에 금융지주 회장들의 출석이 어려워진 만큼 작년처럼 은행장들이 대신 참석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장들은 지난해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내부통제 부실 관련 금융사고에 대해 사과하고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 다만 금융당국 종합감사 때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소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잇단 금융사고 대책 마련 촉구…금융판 중대재해법 처리 급물살
금융당국이 금융회사에 강력한 내부통제를 주문하고 있고 주요 금융지주가 제도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반복되는 도덕적 해이와 금융사고에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 규모는 580억7630억원이다. 지난해(826억8200만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지난 2017년부터 올 7월까지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 규모는 1816억590만원에 달했다. 2017년 89억8870만원에 그쳤던 횡령 액수는 2021년 156억4860만원으로 급등한 뒤 매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업권별 횡령 금액은 은행이 1509억8010만원으로 전체의 83.1%를 차지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초 우리은행 직원의 대규모 횡령 사고 이후 같은해 11월 은행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준법 감시부서 인력 및 전문성 확충, 장기근무자 비율 제한, 명령 휴가 및 직무분리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은행연합회는 이 방안을 모범규준에 반영했다. 금감원은 올 3월 말까지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은행 내규에 반영하고 상반기까지 관련 전산시스템을 마련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도 금융사들의 자율적인 내부통제 기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지배구조법 개정안 조기 입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임원 및 대표이사 등에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시 역할 강화, 책무구조도 마련 및 제출 의무 도입, 내부통제 등 관리 의무 위반 시 제재 조치 및 감면 근거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가계부채 급증 질타 예상…고금리 이어져 영끌족 비상
최근 다시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대응 방안도 정무위 국감에서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올해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해 온 금융위의 책임과 관련 대책에 대해 집중적인 질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간한 ‘2023 국정감사 이슈분석 보고서’에서 올해 금융위 첫 이슈로 ‘가계부채 위험과 대처 방안’을 제시했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75조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9000억원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가 폭은 2021년 7월(9조7000억원) 이후 2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가계대출 증가는 주택담보대출이 이끌었다. 8월 주담대 잔액은 전월보다 7조원 늘어난 827조8000억원으로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했다. 증가폭(7조원)은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부채 급증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지목하면서 이달 들어 은행별로 연령 제한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기준 조정 등의 조치가 시행됐지만, 증가 추세가 쉽사리 잡히지 않는 모양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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