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발빠르게 추진하는 사업구조 개편 중심엔 첨단소재 사업이 있다.
그는 한국3M 평사원으로 입사해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수석부회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적 인물이다. LG그룹 수장이 된 구광모 회장이 직접 영입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구 회장이 내세우는 “고객을 위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적합한 인사로 평가된다.
실제 신 부회장은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 ‘화학·첨단소재 산업 협의체’ 의장에 한국 기업인 최초로 선임되며 업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신 부회장은 지난해 발표자로 초청받은 다보스포럼에서 “기후변화 대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인류 공통 과제이자 시장의 기준”이라고 역설했다. 친환경이 기업경영 최우선 화두로 떠오름에 따라 환경오염 주범으로 지목받은 석유화학 중심 사업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LG화학 실적에서 이런 변화가 잘 나타나고 있다.
그간 이 회사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석유화학 사업 이익 규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래 동력으로 육성한 배터리(현 LG에너지솔루션)·배터리소재는 엄청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현재 LG화학 첨단소재 사업은 매출 대부분이 배터리 양극재에 집중됐다. 하지만 신 부회장은 지난해 선포한 3대 신성장동력(배터리소재·친환경소재·바이오) 투자계획에서 친환경 소재를 따로 분류해 집중 육성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친환경 소재는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관련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삼일PwC경영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폐플라스틱 시장은 2022년 454억달러(59조5400억여원)에서 오는 2027년 638억달러(83조6700억여원)로 40.5%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LG화학은 시장에서 폐기되는 석유화학 기반 플라스틱 제품을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재활용 기술 개발과 화석 원료를 대체하는 바이오 원료 발굴이라는 투 트랙 전략을 펼친다.
재활용 기술과 관련해서는 3100억원을 투자해 충남 당진에 열분해유 공장을 만들고 있다. 열분해유는 기존에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을 가열해 다시 원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내년 연간 2만톤 규모로 가동에 들어갈 예정인데 추가 증설도 검토하고 있다.
바이오 원료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PBAT, 바이오매스 플라스틱 PLA를 선택해 생산설비 구축에 나섰다.
PBAT는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이지만 자연에서 빠르게 분해된다는 특징이 있다. 일반 플라스틱이 수백년이 걸리는데 비해 6개월 가량이면 썩는다. 쓰레기 봉투, 포장용 테이프 필름 등 쉽게 버려지는 일상용품에 활용된다. 2100억원을 투입해 충남 서산에 연 5만톤 규모로 짓고 있는 PBAT 공장을 이르면 내년초 가동할 예정이다.
PLA는 처음부터 바이오 원료로 만든 플라스틱이다. 옥수수, 사탕수수에서 원료를 추출한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도 기존 플라스틱 4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지속가능한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제조 비용이 비싸고 내열성이 약해 제품화 과정에서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PBAT 등과 섞어 제품화하는 방향으로 개발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미국 일리노이에 연 7만5000톤 규모 PLA 공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오는 2026년 가동이 목표다.
이를 위해 미국 거대 곡물기업 ADM와 합작법인을 세웠다. 이 같은 투자를 통해 LG화학은 2022년 1조9000억원 수준인 친환경소재 매출을 2026년 4조원, 2030년 8조원으로 4년 마다 2배 가량 확대할 계획이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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