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은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을 열고 향후 금융정책 추진 방향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상환능력이 취약한 이들에게 부채를 늘리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취약계층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자금 지원 외 재기 지원을 위한 복합 상담을 병행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소액신용대출을 해보니까 사회복지, 취업과 연결하고 채무조정도 해주는 시스템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부채를 안 지고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쪽으로 연결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고 그런 차원에서 앞으로 상담 등을 지자체나 사회복지기관과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오는 9월 말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 및 상환유예 조치 종료를 앞두고 금융권에 ‘빚 폭탄’ 위기설이 돈 것과 관련해서는 “이자 상환 유예 같은 경우에는 상당히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이것도 일시적으로 갚는 게 아니라 1년 거치기간을 주고 60개월 내 분할 상환이 가능해 능력에 맞게끔 상환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안 되면 새출발기금으로 채무조정을 통해 회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놨기 때문에 적어도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 때문에 위기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해 PF 대주단 협약, 1조원 규모의 캠코 지원펀드 등을 통한 질서있는 정상화 노력을 지속하고 워크아웃 기업에 대해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캠코 프로그램의 대상·규모를 확대해 부실기업의 조속한 정상화 지원하기로 했다. 상호금융업권의 경우 건전성 규제 일원화 등 건전성 규제를 총체적으로 재정비하고 부실우려기업에 대한 모니터링 및 충당금 적립 지도를 지속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른 제도 보완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디지털 뱅크런 등 기술 발전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모습과 속도로 위용을 높이고 있다”며 “문제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순식간에 유통되고 시장 불안을 일으키고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태로 시장이 급변하면서 어려워지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위는 이에 대응해 시스템 리스크 차단을 위한 신속한 긴급정리 제도 마련, 예보 금융안정계정 도입과 함께 한은 대출제도 개편 협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디지털 뱅크런과 관련해 단기적인 유동성 공급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예상보다 빨리 유동성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또 문제가 됐을 때 예보 등을 통해 좀 더 빨리 효율적으로 대응할 것인가에 제도 개선의 초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과 가상자산에서 불공정거래 등의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도 나선다. 김 위원장은 “자본시장이 불법, 불공정거래 하는 사람만 돈을 벌 수 있어서는 절대 시장경제가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가상자산은 기술적으로 앞으로 발전하고 육성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불공정거래와 소비자보호가 안돼야만 발전할 수 있다면 그 산업은 물음표를 제기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자본시장법·가상자산법이 지난달 국회에서 통과된 것과 관련해 불공정 거래와 금융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후속 조치 추진을 예고했다. 오는 8월 중 자본시장법 하위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연내 가상자산법 하위규정 및 세부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산업 혁신을 위해서는 금융규제 및 제도의 근본적 개선을 통한 ‘글로벌 금융회사 육성’ 정책을 추진한다. 금융위는 금융과 비금융 간 융합을 통한 혁신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금산분리 및 업무 위·수탁규제 정비' 방안을 올 3분기 중 발표할 계획이다. 계열사 간 데이터 활용 및 업무위탁 활성화 등 금융지주회사 규제를 전면 재정비하는 방안도 3분기 중 내놓는다.
김 위원장은 “5대 금융지주사가 우리 금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역할을 조금 더 해줘야 하는데 너무 경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금융지주회사와 계속 여러 가지 대화를 통해서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규제를) 완화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과점 체제 개편을 위해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는 방안과 관련해서는 “조금 더 큰 틀에서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는 경쟁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들어와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은행의 자금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구은행이 알아서 잘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대구은행이 대구에 뿌리 두고 지방 상공인들의 성원을 받아서 큰 은행인데 그것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대구은행의 판단에 맡겨두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대구은행이 영업할 수 있는 여러가지 룸이 커졌고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하는 것은 대구은행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면서 “다른 은행도 요건이 맞으면 당연히 똑같은 조건에 의해서 (시중은행 전환을) 해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DSR 규제의 경우 “원칙을 가능하면 지키려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이미 부채가 전 세계적으로 상당한 수준에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쉽게 부채를 늘려 그 돈을 갖고 소비도 하고 투자도 하면 당연히 경제는 좋아지겠지만 그런 방식으로 쉽게 하는 것보다는 노동이나 교육 등 구조적인 쪽에서 조금 더 유연성을 높여서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고 금융은 경제 성장에 맞춰서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재정을 털어서 호주머니에 100만원씩 넣어주면 인기도 있고 쉽게 가는 것 안다. 그런데 누가 갚을 것이냐”라며 “젊은 사람들이 갚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가는 방법보다는 조금 어렵더라도 구조조정을 통해서 경제가 유연하게 효율적으로 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DSR도 일시적으로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인 생각은 부채를 이용해서 문제를 쉽게 해결하기보다는 부채를 줄이고 다른 방법으로 소득을 늘리는 쪽으로 가겠다는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의 공매도는 전면 재개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공매도 이슈는 기존에 있던 입장과 변한 것은 없다”며 “기존 입장대로 쭉 간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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