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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연구원 “국민연금 개혁, 독일의 ‘리스터 연금’ 사례 참조해야”

기사입력 : 2023-06-24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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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지원하는 개인연금제도 도입 검토 필요”

“향후 연금 수급액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우려↑”

“사적연금 부문 강화 통해 공적연금 보완해야”

“리스터 연금, 소득 낮을수록 가입률 높아”

독일 리스터 연금의 가입자 수(계약건수) 추이./자료출처=독일 노동 사회부이미지 확대보기
독일 리스터 연금의 가입자 수(계약건수) 추이./자료출처=독일 노동 사회부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한국금융연구원(KIF‧원장 박종규) 국민연금 개혁 방안으로 독일의 ‘리스터 연금’(Riester pension) 사례를 참조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국민연금 개혁에 있어 ‘사적연금 부문 강화’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단 제언이다.

이석호 KIF 선임연구위원은 23일 ‘공적연금 보완을 위한 국가지원 개인연금제도 검토’ 보고서를 통해 “독일의 리스터 연금 사례를 참조해 국가가 지원하는 개인연금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현행 제도인 ‘보험료율 9%‧소득대체율 40%’가 그대로 유지될 시 재정수지는 2041년 적자 전환한다. 적립 기금은 2055년 소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로 인해 최근엔 ‘보험료율 인상’과 ‘연금 수급액 축소 또는 수급 시기 지연’ 방안이 논의 테이블에 올라온 상태다. 국민연금의 장기적 재정 안정화 및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소위 ‘더 내고 덜 받는’ 방안이 주요 의제로 떠오른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장기적 재정 안정화와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게 연금 수급액이 축소되는 등의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사적연금 부문 강화를 통해 이를 보완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참고 사례로 언급한 리스터 연금은 독일의 연금개혁 과정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국가지원 개인연금제도’를 지칭한다. 기존 공적연금의 급여 수준 하락분을 보완하기 위해 공적연금 가입자가 개인연금에 가입할 경우, 정부가 일정 금액을 보조해 준다.

독일은 1990년 이후 공적연금 재정난이 심각해짐에 따라 2001년 연금개혁을 통해 공적연금의 재정 안정화를 추진했다. 우리나라 상황과 마찬가지로 기존 공적연금의 급여 삭감분을 보충해 줄 필요가 있었고, 이러한 과정에서 ‘리스터 연금’이 출현하게 됐다.

리스터 연금제도에 적용되는 개인연금은 연방 금융감독청이 심사하고 인증한 연금상품이어야 한다. 가입 대상은 기본적으로 공적연금 가입자‧배우자로 제한하고 있다.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가입자 소득에 비례해 이뤄진다. 지난 2008년 이후 최소 기여율은 연간 소득의 4%다. 정부 보조금은 정액으로 지급돼 저소득층의 경우, 비교적 부담이 적다.

정부 보조금은 기타 보조금과 자녀 보조금이 있다. 2001년 제도를 도입한 뒤 점진적으로 인상됨에 따라 2018년부터는 각각 연 174유로(부부일 경우 348유로), 185유로(자녀 1인당)가 지급된다. 아울러 2008년 이후부터는 출산 장려 등의 차원에서 신규 출생 자녀에겐 보조금 300유로가 지급되고 있다.

현재 리스터 연금 가입자 수는 1600만명대다. 도입 첫해인 2001년엔 140만명에 불과했는데, 보조금 상향 조정 등에 힘입어 시행 17년 만인 2017년 약 12배가량 증가한 1660만명을 기록했다. 당시 정점을 찍은 뒤 지금도 그 규모를 유지 중이다. 이는 총 가입 대상자 수 대비 45%에 해당하는 수치로 파악된다.

이석호 선임연구위원은 “리스터 연금은 인증된 개인연금형 상품”이라며 “은행, 보험사, 투자회사 등이 취급하고 있는데 보험사를 통한 가입 비중이 가장 높고 그다음 투자회사(뮤추얼 펀드), 은행 등의 순”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의 가처분소득별 사적연금 가입률 비교 및 자녀 수별 사적연금 가입률 비교./자료출처=한국금융연구원(원장 박종규)이미지 확대보기
독일의 가처분소득별 사적연금 가입률 비교 및 자녀 수별 사적연금 가입률 비교./자료출처=한국금융연구원(원장 박종규)

리스터 연금의 또 다른 특징은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가입률이 다른 연금보다 높다’는 점이다.

직역연금 등 다른 사적연금과 비교했을 때 가입률이 월 소득 999유로 이하에서는 5배, 1000~1999유로에서는 2배가량 높았다. 경제 협력 개발 기구(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자료를 보더라도 리스터 연금은 10분위 중 소득 1분위와 2분위 가입률이 각각 13.6%, 23.3%를 기록하는 등 다른 사적연금에 비해 3배, 2배가량 높은 것이 확인된다.

또한 자녀 수가 많은 가구가 상대적으로 높은 가입률을 보였다.

3자녀 이상 가구 가입률이 무자녀 가구보다 2.5배 더 높게 나타났으며, 3자녀 이상 가구의 기타 사적연금 가입률에 비해서도 4배 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공적연금 사각지대가 광범위한 상황임을 비춰볼 때 리스터 연금이 유용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민연금연구원(원장 권문일)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2월 말 기준 18~59세 인구 3088만명 가운데 40.9%가 공적연금 적용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그중 27.6%는 적용 제외자이며, 10%는 납부예외자, 3.3%는 장기 체납자다. 이들은 노후에 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받더라도 금액이 적어 생활고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이석호 선임연구위원은 리스터형 연금제도 시행에 관해 “적지 않은 재정 지출을 수반하게 되겠지만, 재정을 투입해서라도 현세대의 노후 소득이 증가하게 되면 미래세대 재정 부담이 완화될 것”이라며 “만약 현세대의 노후 소득 보장 관련 자원을 현재 재정 부담으로 하지 않고 미래(사회보장지출)로 연기한다면 암묵적으로 누적된 재정 비용이 미래세대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특히 리스터형 연금의 경우 소득이 낮을수록 가입 유인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데 미래 시점에서 궁극적으로 공적부조를 받을 가능성이 큰 저소득층의 경우, 다양한 정책 방안을 통해 사적연금 가입을 독려하면 미래의 재정 지출 요인이 감소하는 효용이 존재할 것”이라 덧붙였다.

현금 형태의 직접적인 복지지출과 달리 저소득층 등이 노후생활에 스스로 대비해 연금에 가입하도록 독려‧유인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국가가 지원하는 형태이므로 적절히 설계‧시행된다면 제도의 장기적인 지속성 및 효과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

이석호 선임연구위원은 지원 대상 연금상품으론 현행 정책성 연금상품이자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이 모두 취급하고 있는 ‘연금저축’을 꼽았다. 아울러 공사연금 연계‧보완 효과 취지를 살리는 차원에서 가입 대상은 공적연금 가입자‧배우자로 한정하는 게 타당할 것이라 여겼다.

이어서 그는 “국가지원 개인연금 상품의 경우, 주된 가입 대상이 저소득층이나 서민층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점에서 수수료 경감, 소비자 보호 등과 관련된 포용적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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