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돕는 정책금융상품 ‘청년도약계좌’ 출시를 앞두고 주요 시중은행이 막판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일 사전 금리를 공시한 뒤 우대금리만 2%에 달하는 데다 달성 조건도 까다롭다는 비판이 잇따르면서다. 14일 최종 금리가 공시되는 가운데 5대 은행은 기본금리를 높이는 대신 우대금리를 낮춰 가입자가 6%대 금리를 쉽게 달성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청년도약계좌 기본금리를 4.0%포인트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은행이 앞서 지난 8일 사전 공시한 기본 금리는 연 3.50%과 비교하면 0.5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5대 은행은 당초 기본 금리 3.50%에 소득 우대금리 0.50%와 은행별 우대금리 2.00%를 합쳐 최고 금리를 6.00%로 책정했다. 이들 은행 중 다수는 기본 금리를 높이는 동시에 은행별 우대금리는 사전 공시한 2.00%에서 1.50%로 낮춰 최고 금리 수준을 6.00%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일부 은행은 은행별 우대금리 2.00%포인트는 유지하고 기본 금리만 0.50%포인트 올려 최고 금리를 6.00%에서 6.50%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기업은행은 사전 공시 당시 기본 금리와 소득·은행별 우대금리를 더해 최고 6.50% 금리를 제시한 바 있다.
은행들은 과도한 우대금리 조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당초 5대 은행은 급여이체 통장 사용, 카드 결제 실적, 마케팅정보 제공 동의, 만기까지 가입 유지 등을 은행별 우대금리 조건에 항목별로 0.10∼1.00%포인트를 설정했다. 특히 이중 카드 사용 실적의 경우 현실적으로 충족이 어려운 요건을 내걸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금리 수준 등을 두고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이견을 보이면서 최종 금리 공시 일정은 12일에서 14일로 연기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 금리를 자율에 맡겼는데 공시 직전 내용을 받아보니 우대금리가 천편일률적으로 비슷비슷했고, 달성하기 힘든 조건을 내세워 실제로는 별로 받지 못하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우대금리를 줄이고, 기본금리를 높이라고 요청했다. 또 지나치게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을 완화해 많은 가입자가 6%대 금리를 쉽게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김주현닫기김주현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도 전날 협약식에서 “은행들이 우리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에게 안정적인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것은 가장 의미 있는 사회공헌의 하나”라며 “청년도약계좌 안착을 위한 은행장들의 관심과 노력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은행권에서는 현재 은행 주요 예·적금 금리가 3∼4%에 불과한 상황에서 가입 후 첫 3년은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청년도약계좌의 금리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하면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시장금리가 더 떨어지면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예적금 금리가 3~4%, 대출 금리가 4% 초반인데, 6%의 금리의 청년도약계좌는 역마진이 불가피한 상품”이라며 “시장금리가 하락기에 손실은 더 커질 수 있는데 은행이 그 손실을 다 떠안게 되는 것이라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최고 연 6.5%의 금리를 제시한 특정 은행으로 가입자가 몰리면 해당 은행은 최대 수천억원 규모의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은행들은 청년도약계좌 판매 한도를 설정해 가입자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금융당국에 전달했다. 개별 은행이 가입자를 일정 수준 받으면 판매를 종료할 수 있는 ‘가입자 수 상한 기준’을 두는 방안을 요청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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