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터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 경색 위기는 벗어났지만, 미국의 통화 긴축 장기화 전망 등 올해도 금융시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회사채·단기자금시장 변동성에 대해 긴장감을 늦추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회의 내용 핵심은 ‘부동산 PF 연착륙’이었다. 구체적으로 ▲회사채·단기금융시장 동향 ▲향후 부동산 PF 대응 방향 ▲‘부동산 PF 대주단 협약’ 개정 방향 ▲민간사업 재구조화 지원방안 등의 의견이 오갔다.
PF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사회간접자본 등 특정 사업 사업성과 장래의 현금흐름을 보고 자금을 투자하는 금융기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부동산시장이 호황을 타면서 관련 PF 규모가 크게 불어난 가운데 최근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냉각하면서 금융사로 부실 위험이 전가될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부동산 PF 대출 규모는 2019년 말 94조원에서 지난해 9월 141조원으로 증가했다.
회사채·단기금융시장 점검 결과는 긍정적이지만…
다행히 회사채·단기금융시장 점검 결과는 긍정적으로 나왔다.
참석자들은 “회사채·단기금융시장이 작년 하반기 경색 국면에서 벗어나 개선세가 확연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회사채 스프레드(Spread·격차)가 지난해 11월 말 이후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국고채 3년물 대비 회사채(AA-) 3년물 금리차는 2022년 11월 말 1.77%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올해 1월 31일엔 0.99%까지 내렸다. 이달 2일 기준으론 0.67%까지 낮아진 상태다.
올해 1~2월 중 일반회사채는 만기도래액(만기가 다가오는 채권 금액)을 웃도는 수준으로 발행되고 있다. 만기 물량을 흡수할 만큼 신규 발행 수요가 원활하게 소화되는 모습이다. 일반회사채 순 발행 규모는 올해 1월엔 4조원, 2월엔 4조3000억원이었다. 수요 예측 참여율은 1월이 7.2배, 2월이 5.5배로 집계됐다.
단기금융시장에서도 유동성 호조 등에 따라 기업어음(CP·Commercial Paper) 금리 역시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9일 5.54%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CP 금리는 올해 1월 31일 4.52%, 3월 2일 4.02%를 기록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Project Financing)-자산 유동화 기업어음(ABCP·Asset-Backed Commercial Paper)도 연말보다는 금리가 떨어지고 있지만, A2 등급 이하 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자금 단기화도 심화하는 상황이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군다나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나타내고 물가 지표도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긴축 장기화가 전망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중국 갈등 지속 등도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금융당국은 회사채 단기자금시장 변동성에 대해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지속해서 모니터링(Monitoring·감시) 대응을 강화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특히 부동산 PF 모니터링 단위를 금융사뿐 아니라 사업장 단위로 확대해 사업장별 대출 사업 현황 등을 통합점검하기로 했다. 가령 주택인지 상업시설인지 사업유형을 따지고 PF 대출 현황을 확인하는 식이다.
당국은 특정 사업장에서 부실 우려 징후가 발생하면 금융사가 즉시 금감원에 공유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한 국토부(장관 원희룡닫기원희룡기사 모아보기) 등 관계 기관과 협업·공유해 주요 사업장에 대한 밀착 모니터링 관리를 지속한다. 주요 모니터링 결과에 대해선 기재부·금융위·한은·금감원 주최의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 등을 통해 기관 간 공유하고 공조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회사채·단기자금시장 안정세가 유지될 수 있도록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활용한 정책 지원도 지속·확대하려 한다.
앞서 정부는 부동산 PF 발 금융 불안을 완화하고자 회사채·CP 매입 등을 통해 건설사·증권사 유동성을 지원하는 ‘50조원+알파(α) 프로그램’을 가동해왔다.
현재 ▲채권시장안정펀드 14조6000억원 ▲산업은행(회장 강석훈닫기강석훈기사 모아보기)·IBK기업은행(행장 김성태닫기김성태기사 모아보기) 회사채 및 CP 매입 7조1000억원 ▲채권담보부 증권(P-CBO·Primary 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 4조7000억원 ▲부동산 PF 사업자 보증 12조1000억원 등 40조원 이상의 충분한 지원 여력이 있는 상태다. 지난달 28일 기준 12조5900억원 집행했다.
참석자들은 부동산 PF 시장이 과거 위기와 비교할 때 아직은 금융시장 전체가 부실화 위험에 처한 시스템 리스크라 보기는 어렵지만, 업종과 지역 등 국지적으로 리스크가 있다고 봤다.
그간 정부가 추진한 △단기금융시장 안정화 △양호한 사업장에 대한 정상적 자금 공급 유도 △부동산 규제의 조기 정상화 등을 통해 부동산시장 내 불안심리가 완화되곤 있지만, 부동산 PF 부실은 경제·금융 등 여러 부문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크고 회복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에 선제적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함께한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해 규제지역 내 1주택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Loan to Value Ratio) 완화, 다주택자·임대 사업자 주택 담보대출 허용 등 규제 완화 정책을 시행했었다.
다만, 시장에선 부동산시장에 대한 불안감뿐 아니라 업계의 도덕적 해이에 우려가 제기되는 바 대책 마련 시 별도의 고려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은 “이번 점검 회의는 시장에 특별한 이상 징후가 있어서가 아니라 현재 잘 돌아가고 있지만, 혹시 나빠질 것을 대비해 미리 준비하는 차원”이라며 “작년엔 상황이 어려웠지만, 그 어려움이 전화위복 돼 금융회사나 건설사들이 자금 확보 등 만반의 준비를 해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만 부동산 PF는 신용 경계감이 상당히 있고, 위험이 있는 경우엔 시장 파급성이 커 사업장을 점검할 예정”이라며 “여전히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어려움이 있기에 정책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 강조했다.
정부, 향후 부동산 PF 불안 가능성에 대비 철저
정부는 향후 부동산 PF 불안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정책 대응 수단을 마련해 차질 없이 집행해나갈 계획이다.
전체 부동산 PF 사업장 단위로 대출 현황과 사업 진행 상황 등을 통합점검하고, 이상 징후에 대한 신속 보고체계를 구축해 적기에 대응하려 한다. 더불어 사업장별 상황과 특성에 맞춰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먼저 정상 사업장이 차질 없이 끝까지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임시방편 자금 대출이라 할 수 있는 브리지론(PF bridge loan)이 구성되면 확보된 자금으로 땅을 다 매입해서 본 PF 대출에서 갚아야 하는데, 이러한 전환을 원활하게 하고자 주택금융공사(사장 최준우닫기최준우기사 모아보기)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Korea Housing & Urban Guarantee Corporation)가 나선다. 두 기관이 사업자 보증 15조원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중 지난해 10월 24일부터 올해 2월 말까지 2조9000억원은 이미 공급했다.
이에 더해 HUG는 준공 전 미분양 사업장에서 준공에 필요한 사업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준공 전 미분양 대출 보증 5조원도 추가 공급한다.
그뿐 아니라 PF-ABCP 단기를 대출 장기로 전환하는 주금공 보증도 이달 중 1조5000억원 규모로 새로 만든다. ‘PF-ABCP 대출 전환 특례 보증’이다.
A2- 이상 증권사와 A3 이상 건설사의 차환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없애고자 도입됐다. 차환 리스크는 대출이나 채권 연장 시 이자율이 높아져 이자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을 일컫는다.
주금공의 PF-ABCP 대출 전환 특례 보증은 도덕적 해이를 막고자 증권사·건설사에 자금 보충 의무를 부과한다. 건설사에 분양가 인하 등 손실 분담 요구도 이뤄질 전망이다.
권대영 상임위원은 “모든 (건설사 등) 지원 대책은 분양가 할인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손실 분담과 이해 조정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상 사업장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를 위해 신청 범위를 현재 ‘토지매입 완료·분양 이전’에서 ‘토지 95% 이상 매입 또는 분양 이후(손익분기 이상)’로 확대한다.
아울러 사업성 우려 사업장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PF 대주단 협약’도 다음 달 중 가동하기로 했다.
PF 대주단은 채권행사 유예, 신규자금 등 금융 지원을 전제로 시행사·시공사와 사업 정상화를 추진한다. 채권 금융기관 간 공동관리를 통해 부실 PF 사업의 구조 개선을 돕는 역할이라 보면 된다. 프로젝트에 다소 차질을 빚는 사업장의 경우, 대출 만기를 늘리거나 이자를 조정해 주는 등 조치를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하고자 마련한 방안이다.
당국은 올해 초 부동산 경기 하강에 따른 부실 사업장이 늘어날 경우를 대비해 PF 대주단 협의체 재가동을 검토해왔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부동산 경기가 급하강하자 은행권을 중심으로 PF 대주단 협의회를 가동해 건설사 및 사업장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한 바 있다.
대주단 협약 방향도 개정했다.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및 중앙회 등도 포함하도록 협약 가입 대상을 확대했으며 이해관계가 더 복잡한 단일 업권만 참여한 사업장에서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도록 내용별 의결 기준 차등화를 결정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오는 8일부터 사업장 정상화 지원 절차 상세화, 실효성 제고 장치 마련 등 개정된 자율 협약을 시행한다. 여신전문 금융회사 등 타 업권도 차차 이러한 방침을 따라갈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민간 자율의 사업 재구조화 지원책도 마련했다. 금융지주와 종합 금융 투자 사업자 등 민간 중심 사업 재구조화 등으로 사업성 우려 사업장의 정상화를 유도하려 한다.
최근 메리츠금융그룹(회장 조정호)이 나서서 롯데그룹(회장 신동빈닫기신동빈기사 모아보기)과 함께 롯데건설(대표 박현철)을 대상으로 1조5000억원 규모 유동성을 공급해 롯데건설의 차환 불안 등을 해소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또 KB금융그룹(회장 윤종규닫기윤종규기사 모아보기)도 미착공 사업장의 건설사 보증물 5000억원에 대한 유동화·매입을 지원하기로 해 모범을 보였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사장 권남주) 등을 통해 민간 자율의 사업 재구조화를 상반기 내에 적극적으로 뒷받침할 계획도 갖고 있다.
캠코가 조성하는 펀드로 사업장별 PF 채권을 인수해 권리관계 정리, 사업·자금구조 재편 등 사업 정상화를 추진한다. 캠코 자체 재원을 바탕으로 민간자금을 유치해 5개 펀드를 1조원 규모로 조성한 뒤 각각 펀드가 부실 우려 PF 자산을 결집·인수하는 방식이다. 더불어 5대 금융지주·종합 금융 투자 사업자의 사업 재구조화를 결합해 사업성 제고와 선제적 정상화 지원에도 나선다.
부실 사업장은 경·공매를 통해 새로운 사업 추진 주체를 확보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부실 PF 채권이 신속하게 매각·정리될 수 있도록 연합자산관리(유암코·사장 이상돈), 캠코 등 민간과 정책금융기관의 부실채권(NPL·Non Performing Loan) 시장 참여를 확대하기로 했다.
건설사·부동산신탁사로 전이되는 ‘부동산 PF 리스크’ 막는다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리스크가 건설사·부동산신탁사로 전이되지 않도록 막는 데 여력을 쏟기로 했다. 이를 위해 건설사 유동성 공급도 늘리고 부동산신탁사 관리도 강화한다.
건설사에 대해선 미분양·고물가 등 부담을 줄이기 위해 28조4000억원을 지원한다. 작년 말 정책금융기관의 대출·보증 잔액 23조4000억원보다 5조원 증가한 규모다.
구체적으로 보면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이사장 최원목)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중소·중견 건설사에 지원하는 자금이 지난해 대비 3조원 늘었다. 총 18조8000억원이다.
기존 대출·보증의 만기 연장과 기업은행의 신규대출을 2조4000억원, 신용보증기금의 신규 보증 공급을 2000억원 추가했다. 신규 발행 P-CBO 내 중소·중견 건설사물 편입 비중도 지난해 10.6%에서 올해 12% 이상으로 3000억원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 PF 사업장에 대한 대출 확대, PF-ABCP 매입 등에 쓰는 비용도 지난해 대비 2조원 증가했다. 총 9조6000억원이다.
금융당국은 부동산신탁사에 대해서도 관리 방안을 다 각도로 준비 중이다. 시공사 부실 등 공정 지연 사유 발생 시 신속하게 사업장 공정 재개와 준공 완료에 임하기 위해서다.
건설협회 등에 협조를 구해 신속한 시공사 교체 등 사업장 공정 지연 최소화를 위한 ‘대체 시공사 풀(POOL)’을 구축하려 한다. 또한 준공 관련 협조 필요사항들에 있어 개별 사업장별로 주요 대주단-부동산신탁사 간 합의·조정할 수 있도록 체계도 마련할 계획이다.
책임준공 확약형 관리형 토지 신탁과 관련해 향후 리스크 관리를 지속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 도입도 추진한다.
이러한 지원 배경엔 전국적으로 많아진 미분양 아파트가 있다.
KB부동산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9월 1만3000호까지 줄었던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2022년 12월 말 약 6만8000호로 1년 새 5배가량 급증했다. 이는 과거 적체 시기와 비교할 때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가파른 속도의 증가세라 할 수 있다.
정부는 부동산 PF 및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기존 프로그램들을 탄력적으로 차질 없이 집행해나가면서 이번에 발표한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려 한다.
이와 함께 시장 여건 등을 고려해 금융 규제 유예 조치 연장 여부 등에 관해서도 조속히 검토·결정하겠단 입장이다.
현재 유예 중인 ▲은행권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Liquidity Coverage Ratio) 규제 정상화 ▲은행·저축은행 예대율 규제 한시 완화 ▲여신전문 금융회사 원화 유동성 비율 규제 완화 ▲증권사 자사 보증 PF-ABCP 매입 시 영업용 순자본 비율(NCR·Net Capital Ratio) 위험 값 완화 등은 상반기 중 종료할 예정이다.
더불어 부동산 PF의 다양한 참여자들 자구노력을 유도하는 동시에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장치도 마련한다.
부동산 PF 부실에 대비해 금융사의 충분한 대손 충당금 적립 등 손실 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하기로 했으며 건전성 규제, 성과급 체계 등 제도 개선방안을 강구해 근본적으로 PF 시장의 과도한 위험 추구를 방지하고자 한다.
권대영 상임위원은 “시장안정은 시장 참가자들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인 만큼, 정부가 준비한 대책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시장 참가자들이 각자 제 역할을 충실히 한다면 안정적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러한 측면에서 앞으로 현장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부동산 PF 분야 시장 전문가 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등 시장 참여자들과 긴밀하게 인식을 공유해나갈 예정”이라 밝혔다. 이어 “부동산 PF의 다양한 참여자들 자구노력과 함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점검 회의에 참석한 이들 중 일부는 금융당국에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과 함께 필요한 경우, 정부 지원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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