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 출산율이 또 한 번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에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출산율로 인해 인구구조 변화 및 주택시장 침체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은 최근 ‘2022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와 '2022년 12월 인구동향'을 발표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년보다 0.03명 줄어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우리나라는 2013년 이후 OECD 국가 가운데 합계출산율 최하위를 10년 넘게 기록하고 있으며,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도 한국 뿐이다.
시도별로는 서울이 0.59명으로 압도적인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부산 0.72명, 인천 0.75명 순으로 모두 낮았다. 가장 높은 세종이 1.12명에 불과했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생 대응 예산으로 약 280조원을 투입했지만 좀처럼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결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부터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든 업무환경, 금전적 이유 등으로 상황이 점점 악화되는 모양새다.
서울의 인구 순유출은 지난해 2월(순유입 3265명) 이후 11개월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전체 서울 순유출 인구는 3만5340명으로 1990년 시작된 순유출이 이어지고 있고, 2015년 이후 서울의 인구는 이미 천만 명 이하로 내려온 상태다.
이처럼 인구 자체가 감소세에 접어들면서, 주택수요 감소로 인한 집값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단기적인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금리였다면, 장기적인 시각으로는 인구감소가 집값 하락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 2020~2021년 사이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發 초저금리 장기화로 인해 3040 주택 수요층들의 수요가 ’당겨진‘ 것도 고려해야 할 변수다. 당시만 해도 ’지금 안 사면 지각비를 내야 한다‘, ’집값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전문가들의 분석 속에서 부동산시장에서도 ’패닉바잉‘이 만연한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나만 뒤처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 이른바 ’포모 증후군‘이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면서 부동산시장은 청약·매매 할 것 없이 엄청난 수요를 끌어모으며 2년 연속 두 자릿수 상승이라는 기록적인 폭등을 보였다.
이 당시 떠오른 ’영끌족‘은 대부분 미래 부동산 수요층에 해당하는 20~30대의 비중이 높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매입 비중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31%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어진 영끌족들이 금리 인상기를 만나면서 시장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미 연준의 0.75%p 기준금리 인상 자이언트 스텝과 이에 발맞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영끌족들의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늘었다. 같은 시기 집값 역시 경기침체 및 고점인식 등이 겹치며 하락기에 접어들면서, 영끌족들의 자산가치가 이중으로 떨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영끌을 통해 외대앞역 인근에 집을 마련한 직장인 A씨는 “이자부담이 지난해 대략 100만원대 초반이었는데, 금리가 오르면서 100만원대 중후반으로 늘어 삶이 팍팍해졌다”며, “시간을 돌린다면 아마 영끌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녀교육·노후대비를 위해 주택을 옮기고 기존 매물을 처분해야 할 4050세대 입장에서는 매물을 받아줘야 할 2030세대의 수요 감소가 뼈아플 수밖에 없다. 특히 2030세대가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는 것을 꺼리면서 기존에 있던 84㎡형 이상 중대형 매물의 매력도 역시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통상적으로 부동산은 높은 가격이라는 리스크를 다음 세대로 전가하고 분산하는 식의 자산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순환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당겨지고 깨지면서 왜곡이 발생한 측면이 있다”며, “현재 2030세대들의 수요는 물론 자라나는 어린이나 10대 청소년의 수도 줄어들고 있어 부동산을 바라보는 연구나 해석 방식 자체에 변화가 불가피해보인다”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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