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닫기윤석열기사 모아보기정부가 출범 직후 규제지역 해제와 임대등록 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완화·대출 허용 등 대대적인 부동산규제 완화를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은 좀처럼 응답하지 않고 있다.
대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해 윤석열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해제가 ‘부동산 경착륙(급격한 하락)’을 막고 연착륙(완만한 하락)을 유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의 ‘반등’을 부르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봤다.
가장 큰 원인은 3%대 고금리가 유지되는 가운데, 지난해까지 이어진 ‘영끌’ 릴레이로 인해 가계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점이다.
26일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를 분석해 계산한 결과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주택담보대출 보유차주의 평균 DSR은 60.6%로 3년 6개월 만에 다시 60% 선을 돌파했다. DSR은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의 비율을 뜻하는 지표다. 평균 주담대 보유 가구의 버는 돈의 60% 이상이 빚 상환에 쓰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어 올해 1월에는 총대출액 2억원 초과시(2단계), 다시 7월부터는 총대출액 1억원 초과시(3단계) DSR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2019년 1분기(60.2%)까지 60%가 넘었던 주담대 차주 평균 DSR은 2분기 58.9%로 떨어진 뒤 2020년 1분기에는 55.2%까지 하락했다.
이후 55% 안팎을 나타내다가 한국은행 금리 인상이 시작된 지난해 3분기 57.1%에서 4분기 57.8%, 올해 1분기 58.7%, 2분기 59.4% 등으로 꾸준히 상승한 데 이어 3분기에는 3년 6개월 만에 60%를 돌파했다.
당국이 40%대 규제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근본적인 이유는 금리인상이다.
그러나 제도 자체의 허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예를 들어 맞벌이 부부가 남편 명의로 대출을 받을 때 남편 소득만으로는 DSR 40%를 맞출 수 없더라도 아내 소득을 합산해 DSR 40% 이하면 여전히 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해 ‘영끌’의 범위가 넓어진다. 게다가 아내는 다른 은행에서 본인 명의로 또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이처럼 가계대출에 대한 경고등이 강하게 켜지자, 한국은행은 최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전세자금대출이 일부 갭투자 자금으로 활용되면서 주택가격 상승 및 주택시장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해 온 점 등에 비춰 볼 때 대출 목적에 따라 DSR 규제 등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전세자금대출에도 DSR 적용이 필요하다는 경고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무리 다주택자에 대한 제한을 풀어준다 한들, 섣불리 추가적인 부동산 투자에 나설 매수자들이 나타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예상보다 빠른 인구감소 속도, 가까운 미래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아져
가계대출에 이은 두 번째 이유로는 ‘인구 감소’라는 고질적인 사회구조적 문제가 꼽힌다.
인구 감소에 대한 우려는 수 십 년 전부터 반복돼온 담론이지만, 그것이 실제로 실현된 것은 불과 지난해부터였다. 꾸준히 우상향을 그리던 대한민국 인구수는 2020년 5183.6만명을 정점으로 2021년 5174.5만명, 2022년 현재 5162.8만명으로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통상적으로 부동산 등 주택의 수요층이 되는 세대는 10~20대가 아닌 30대 이상이다. 본격적으로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던 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의 Z세대들이 사회에 진출하게 되는 시점이 저출산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하락과 직결되는 시기라는 의미다.
2022년 3분기 기준 대한민국 출산율은 0.8명 아래로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으며, 인구는 35개월 연속으로 감소 중이다. 생산가능 인구와 실거주 수요가 점차 줄어들면 기성세대의 부동산을 받아줄 수요층 자체가 줄어들어 매물이 수요자보다 많아지는 공급과잉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3기신도시를 비롯한 꾸준한 신축 공급 시그널을 내고 있어 기존 매물들의 소화는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인구수와 부동산 수요 증가를 위해 이민청 신설 등이 논의되고는 있지만 사실상 언 발에 오줌누기 격이고, 그들의 유입을 고정적인 생산가능 인구 증가로 보기는 어렵다”며, “정부 예상보다도 인구감소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있는 상황이고, 결혼적령기 청년층의 가치관 변화로 혼인율과 출산율이 낮아지고 있어 인구구조에 대한 전망은 더욱 어둡다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 ‘정권 바뀌면 또 범죄자 취급?’ 다주택자 불신 키운 오락가락 정부정책
세 번째는 ‘심리적’인 요인이다. 전임인 문재인정부 시절에도 정부는 임대등록자에 대한 혜택을 제공해 그들로 하여금 주택공급에 기여하게 만들고자 했지만,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한채 대책을 철회하며 혜택을 축소했다. 정부를 믿고 임대사업에 나서려던 다주택자들은 ‘졸지에 집값 폭등 원인으로 꼽혔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던 바 있다.
당시 한 임대사업자는 “2017년까지만 해도 임대사업을 장려하는 것처럼 하더니 이제와서 우리를 악의 축으로 몰고 있다”며, “정부 방침이 엿장수 마음처럼 바뀌니 우리는 하루아침에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다주택 범법자가 될 판”이라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이번 기회에 임대사업등록을 해 혜택을 받으려 해도, 정권이 바뀌면 언제 그랬냐는 듯 혜택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부동산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정책에 도대체 일관성이란 게 없이 항상 오락가락하니 믿을 수가 없다’, ‘아무리 혜택을 줘도 집값에 전셋값까지 폭락하고 있는 상황에 굳이 다주택자가 될 이유가 없다’며 불만 섞인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한 전문가는 “앞으로 어떤 부동산시장이 펼쳐질지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작년과 같은 폭등장과 고점이 돌아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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