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지난달 26일 기말배당금을 보통주 1주당 6000원, 우선주 1주당 6100원으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보통주 기준으로 중간배당 1000원을 합치면 주당 7000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 배당이다. 현대차 보통주 주당 배당금은 2020년 3000원, 2021년 5000원 수준이었다.
기아는 2022년 배당금을 보통주 주당 3500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기아는 2020년 이전까지 주당 1000원 수준이던 배당금을 2021년 3000원으로 상향했다. 당시 기아는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발표하며 앞으로 배당금을 순이익의 25~30%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현대차는 자동차부문 잉여현금흐름(FCF) 30~50%를 배당하고 있다. 각종 투자금을 집행한 뒤 배당하는 현대차와 달리, 기아는 실적이 오르면 주주들에게 더욱 직접적으로 이익이 환원되는 구조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CFO) 부사장은 “기아 주식이 다른 회사에 비해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고, 기업가치를 올리고 주가를 부양하고자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중간배당을 포함해 주당 4000원을 배당했다. 예년과 같은 규모다. 실질적으로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차이가 없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주주가치를 고려한 정책이 반영됐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배당정책을 FCF의 20~40%에서 배당성향 20~30%로 변경했다. 기존 정책을 유지했으면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 경기침체 등에 따라 지난해 배당 규모를 크게 줄일 수밖에 없었다.
또 현대모비스는 올해 1500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전량 소각한다. 현대모비스는 자사주 매입 규모 등을 3년 단위로 진행하고 있었는데, 미국 투자 등 앞으로 들어갈 투자를 고려해 연간 단위로 운영하기로 했다. 회사는 지난해 3132억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하고, 보유 중인 625억원 주식을 소각한 바 있다.
이 같은 현대차그룹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은 호실적을 거둔 것이 배경이 됐다. 특히 현대차·기아 완성차기업은 반도체 공급난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판매량이 줄었음에도 SUV·고급차 비중을 늘려 수익성을 오히려 끌어올렸다.
현대차 작년 영업이익은 9조8198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로는 119.6% 증가한 수치다. 같은해 기아 영업이익도 7조2331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남겼다.
적극적 배당 확대 배경에는 그룹 장악력 확대가 필요한 정의선 회장이 본격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다.
정의선 회장은 2020년 10월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현대차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다만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주요 계열사 지분은 현대모비스 0.32%, 현대차 2.62%, 기아 1.74% 등으로 낮은 수준이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현대모비스 7.19%, 현대차 6.33%, 현대제철 11.81% 등을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이 앞으로 그룹을 안정적으로 경영하려면 지분 승계가 불가피한데, 이를 위한 상속세 등 자금 마련이 필요하다.
지분 승계 외에도 지배구조 개편이 요구된다. 현대차그룹은 크게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각각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졌다. 적은 지분으로도 계열사 전반에 과도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어 정부로부터 해소 압박을 받고 있다. 이를 위해 정 회장 일가는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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