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간 이동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대표직이 서로 바뀌는 사례는 보기 드물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더욱 주목된다. 이번 인사를 통해 한화그룹 내 계열사 간 시너지(Synergy‧협력 효과)는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한화투자증권과 한화자산운용 양사 대표이사는 서로 역할을 바꾸게 됐다. 권희백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한화자산운용 신임 대표로, 한두희닫기한두희기사 모아보기 한화자산운용 대표가 한화투자증권 신임 대표로 이동한다.
한화그룹 측은 이번 금융 계열사 대표 인사에 관해 “급변하는 금융시장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전략 방향을 견인할 적임자를 배치하기 위해 단행했다”고 설명했다.
권희백 한화자산운용 대표 내정자에 대해서는 “한화생명보험(대표 여승주닫기여승주기사 모아보기) 투자부문장과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를 역임한 금융전문가”라며 “한화자산운용의 대체투자 부문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유가증권 시장 상황에 대한 적시 대응으로 운용업계 내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두 내정자 모두 한화 금융 계열사 각 영역에서 활약한 바 있어 향후 계열사 간 사업 시너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자간담회에서 가재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상무와 이봉진 한화투자증권(대표 권희백) 방산 전문 투자분석가(Analyst),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 사업본부장이 차례로 설명을 이어가는 등 하나의 상품을 팔기 위해 각 계열사가 연합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현재 한화투자증권은 한화자산운용 자회사로 편입돼 있어 시너지 극대화를 노릴 수 있는 상태다.
한두희 대표가 대표직을 맡은 2021년 7월, 한화자산운용은 한화그룹 비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한화투자증권 지분 26.46%(5676만1908주)를 3201억원에 인수했다. 그 결과 한화자산운용이 보유한 한화투자증권 지분은 19.63%에서 46.08%로 불었다. 이 역시 아시아 최고(Top-tier) 자산운용사로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해외 및 디지털 역량 강화 사업 포문을 열기 위한 발걸음이었다.
당시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 내정자는 “한화투자증권 경영권 확보로 금융상품을 디지털 플랫폼에 실어 글로벌로 나아가는 한국형 디지털 자산운용사의 성공모델이 될 것”이라며 “분산돼 있던 증권과 운용의 역량을 제도적으로 모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같은 해 연말엔 우리은행(은행장 이원덕닫기이원덕기사 모아보기), 한화투자증권, 한화생명과 ‘디지털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한화금융 계열사 3사와 우리은행이 함께 디지털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첫 공동사업으로 이들은 우리은행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우리원(WON) 뱅킹’에 한화투자증권의 주식투자서비스를 탑재해 국내외 상장 주식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결정했다.
이처럼 최근 증권사-운용사 시너지는 곳곳에서 ‘대세’처럼 나타나고 있다.
올해 새로 취임한 금융투자협회 서유석닫기서유석기사 모아보기 협회장도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두루 경험한 ‘첫 자산운용사 대표 출신’이다. 업권 간 경쟁이 아니라 소통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그의 역량이 빛을 발했다.
마찬가지로 올해 하나증권 수장 자리에 오른 강성묵 대표 역시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대표 이후승닫기이후승기사 모아보기) 대표이사 사장을 하다가 온 ‘영업통’이다. 하나은행에서 시작한 강 대표는 은행 영업지원그룹, 경영지원그룹, 중앙영업그룹의 그룹장을 담당했고, 하나UBS자산운용(대표 이원종)에서 리테일 부문 총괄 부사장을 역임했다. 취임사에서 강 대표는 특히 장기 수익 기반을 위해 ‘연금 특화 상품 개발’ 등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제시했다.
이러한 트렌드(Trend‧최신 경향)를 비춰 볼 때 한두희‧권희백 대표 두 내정자의 이력은 눈에 띈다. 둘 다 한화 금융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대표 내정자는 1965년 11월 경기 연천에서 태어나 의정부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한국과학기술원 경영학과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이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파생‧대안운용본부장, 한화투자증권 트레이딩(Trading) 본부장, 한화생명 투자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한 뒤 2021년 7월부터 한화자산운용 대표직을 수행 중이다.
대표직을 맡은 뒤 꾸준히 상장지수펀드(ETF·Exchange Traded Fund) 부문 사업을 강화했다. ETF 운용팀을 ETF 사업본부로 지위를 격상시켰고, 하위 조직으론 ETF 운용·ETF 컨설팅·ETF 상품 팀을 배치했다. 수장으론 ETF 전문가 김성훈 본부장을 앉혔다. ETF 운용부터 상품 판매까지 한 조직 안에서 원활한 소통을 통해 이뤄지도록 조직을 재배치한 것이다.
성과는 최근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최초’ 타이틀(Title‧칭호)을 붙이고 나온 13개 ETF 상품 등 14개 ETF를 신규 상장하더니 최근 ETF 운용 규모에서 NH아문디자산운용(대표 임동순)과 키움투자자산운용(대표 김성훈)을 근소한 차로 이겼다. 7위에서 5위로 올라간 것이다. 업계에서 국내 ETF 시장 규모가 5년 안에 200조원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한 대표의 성과는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권희백 한화자산운용 대표 내정자의 경우, 한화그룹 내에서 한 계열사를 가장 오래 맡아온 장수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로 평가받는다. 1963년 11월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 경영 대학원(Wisconsin-Madison)에서 경영학 석사과정(MBA·Master of Business Administration)을 마친 그는 1998년 한화증권에 입사했다.
그 뒤 한화증권 자산운용본부장, 기획관리본부장, 한화생명 투자부문장, 한화투자증권 경영관리총괄 등을 역임한 뒤 2017년 3월 한화투자증권 대표에 올랐다. 이후 2019년 3월과 2021년 3월 두 번 연임에 성공하면서 장수 CEO 반열에 올랐다.
취임 당시 한화투자증권은 2015년 하반기부터 발생한 주가 연계 증권(ELS·Equity-Linked Securities) 관련 운용손실로 2년 연속 순손실을 보고 있었다. 권 사장은 실적 개선을 위한 구원투수로 투입돼 ELS 운용 규모를 줄이고 자산운용 시스템을 정비하는 것과 함께 인력을 개편하는 등 위험관리 강화에 힘썼다.
주식매매 회전율 제한 완화 등 리테일(Retail·개인 금융) 부문에서 각종 제한 규정을 완화해 사업 경쟁력을 높여 취임한 해부터 한화투자증권을 매년 순이익을 달성하는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최근 발표한 지난해 실적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9% 감소하는 등 좋지 않지만, 이는 불확실성이 증가한 외부 환경 요인이 커서 해명의 여지가 있다.
한편, 한화손해보험 강성수 대표는 한화저축은행 신임 대표로 이동하며 한화손해보험 신임 대표이사에는 한화생명의 나채범 부사장이 내정됐다.
이번에 내정된 대표이사들은 각 사 일정에 따라 주주총회와 이사회 등을 거쳐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한두희 한화투자증권 신임 대표 내정자 프로필>
◇ 인적 사항
▲1989년 한국과학기술원 경영과학 석사 졸업
▲1987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83년 의정부고등학교 졸업
▲1965년 11월 경기 연천 출생
◇ 경력 사항
▲2023년 1월 31일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내정
▲2021년 7월 ~ 한화자산운용 대표이사
▲한화생명 투자사업본부장
▲한화투자증권 트레이딩(Trading) 본부장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파생‧대안운용본부장
<권희백 한화자산운용 신임 대표 내정자 프로필>
◇ 인적 사항
▲2002년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 캠퍼스(Wisconsin-Madison) 경영학 석사
▲1988년 서강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1982년 장충고등학교 졸업
▲1963년 11월 서울 출생
◇ 경력 사항
▲2023년 1월 31일 한화자산운용 대표이사 내정
▲2017년 7월 ~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
▲한화생명 투자사업본부장
▲한화투자증권 기획관리본부장
▲한화투자증권 리스크관리본부장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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