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공개시장 위원회(FOMC‧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회의와 빅 테크(Big Tech‧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주요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올해 들어 증시가 10% 안팎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만큼 투자자들이 일단 발을 잠시 뺀 모양새다.
이어서 미국 대형 기업 주식 500개를 포함한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 지수(S&P500·Standard & Poor's 500 index)는 1.30%(52.79포인트) 내린 4017.77을 나타냈으며, 30개 대표 종목 주가를 산술평균한 다우 존스 공업평균 지수(DJIA·Dow Jones Industrial Average)도 0.77%(260.99포인트) 낮아진 3만3717.09를 기록했다.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Russell) 2000 지수의 경우 1.20%(23.00포인트) 하락한 1888.45로 집계됐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67%(78.58포인트) 내린 2866.69에 거래를 마쳤다.
주요 종목을 살펴보면, 우선 테슬라(Tesla‧대표 일론 머스크) 주가가 6% 넘게 급락했다. 테슬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6.32%(11.24달러) 하락한 166.66달러(20만5325원)에 문 닫았다.
지난 26일부터 이틀 연속 10% 넘게 주가가 폭등한 만큼 차익 실현 압박이 강화된 것이라 풀이된다. 거기다 포드 자동차(Ford Motor Company·대표 제임스 D 팔리 주니어)가 가격전쟁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한 것도 테슬라 마진(Margin‧이윤)이 줄어들 가능성을 높이면서 우려를 키웠다.
가격전쟁에 뛰어든 포드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86%(0.38달러) 떨어진 12.89달러(1만5881원)로 마감했다. 아울러 ‘제2의 테슬라’라 불리는 리비안(Rivian·대표 RJ 스카린지)도 무려 9.03%(1.79달러)나 폭락한 18.04달러(2만2204원)에 거래를 마쳤다.
고급 차 전략으로 가격경쟁과 거리를 뒀다는 평가를 받은 루시드(Lucid·대표 피터 롤린슨) 역시 전 거래일보다 8.70%(1.12달러) 폭락한 채 마감하며 전날 기록한 43% 급등세를 멈췄다. 루시드는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지분 추가 매입설과 함께 주가가 폭등세를 보였었다. 아울러 자동차 고향이라 불리는 디트로이트(Detroit)의 맏형, 제너럴모터스(GM·대표 메리 바라) 4.37%(1.66달러) 내린 36.29달러(4만4738원)에 종료했다.
반도체 관련주도 일제히 내림세를 걸었다. 인텔(Intel‧대표 패트릭 겔싱어)이 26일 실적 발표에서 던진 의혹의 불씨가 반도체 종목 전반에 퍼졌다. 인텔은 당시 분기 손실과 함께 저조한 1‧4분기 전망을 언급했었다.
또한 조 바이든(Joe Biden) 행정부가 미국 반도체 기업들과 중국 화웨이(Huawei‧대표 런정페이)의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 때도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주요 반도체 부품 거래와 관련해 화웨이를 ‘거래 제한 목록’(Entity list)에 올린 바 있다.
이날 증시에서 인텔의 경우, 0.75%(0.21달러) 감소한 27.95달러(3만4426원)로 거래를 마치면서 비교적 선방했다. 하지만 다른 반도체 종목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31일 실적 발표를 앞둔 AMD(대표 리사 수)는 3.91%(2.95달러) 급락한 72.45달러(8만9229원), 시가총액 기준으로 반도체 1위인 엔비디아(NVIDIA·대표 젠센 황)는 5.91%(12.03달러) 꺼진 191.62달러(23만5999원)를 나타냈다. 퀄컴(Qualcomm·대표 크리스티아노 아몬)도 1.33%(1.77달러) 낮아진 131.63달러(16만1984원)를 기록했다.
이 밖에 디지털 금융 업체인 소파이 테크놀로지스(SoFi Technologies‧대표 안소니 노토)는 분기 손실이 예상보다 감소했다는 소식에 12% 이상 뛰었고, 백화점 업체인 메이시(Macy's‧대표 제프리 제네트)는 미국 대표 투자은행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대표 데이비드 솔로몬)가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28달러(3만4468원)를 제시했다는 소식과 함께 1.04%(0.24달러) 올랐다.
파산 우려에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베드 배스 앤드 비욘드’(Bed Bath & Beyond Inc.‧대표 마크 J. 트리톤)는 매장 추가 폐쇄 소식에 12% 이상 올랐다.
투자자들은 이번 주 줄줄이 나올 대형 기술주 실적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S&P500지수에 상장된 빅 테크를 비롯해 20%가량 기업이 지난해 성적표를 공개한다.
다음 달 1일엔 메타(Meta‧대표 마크 저커버그), 2일엔 애플(Apple‧대표 팀 쿡)과 아마존(Amazon‧대표 앤드루 제시), 알파벳(Alphabet‧대표 선다피차이), 포드의 실적 발표가 예정된 상태다.
오는 3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FOMC 정례 회의도 증시 등락의 주요 변수다. 이날 내림세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Federal Reserve System)가 금리 인상에 관해 강경한 메시지를 낼 것이란 우려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현재 연준이 이번 FOMC에서 한 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는 ‘베이비 스텝’(Baby step)을 예상하는 중이다. 이는 이전의 0.5%p 인상인 ‘빅 스텝’(Big step)보다 인상 폭이 작다. 투자자들은 각종 지표가 물가 상승률 둔화를 보여주고 있어 연준이 경기 침체를 막고자 금리 인하까지 나설 수 있다고 일부 기대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연방 기금(FF·Fed Funds rate)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오는 2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높일 것이라 보는 비중은 98.1%에 달했다. 한 달 전 70% 정도였음을 비교하면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준 의장의 금리 인상에 관한 입장은 단호한 상태다. 다음 달 1일 FOMC 이후 금리 인상에 관한 입장문을 발표할 파월 의장은 “이번 FOMC에서 0.25%p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만,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도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고 지속해서 밝혀 왔었다. 연준이 이번 주에 금리를 0.25%p 올리면 새로운 기준금리 목표치는 4.50%~4.75%가 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대표 브라이언 모이니헌)의 사비타 서브라마니안(Savita Subramanian) 미국 주식·퀀트(Quantitative‧계량투자) 전략 책임자는 이날 미국 경제‧금융 전문 TV 채널인 CNBC(Consumer News and Business Channel)에 출연해 “S&P 500지수가 아직 약세장의 바닥을 치지 않았다”며 “지수가 최저 3000까지 내릴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은 올해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을 3%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며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결국 시장 예상보다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게 될 것”이라 경고도 날렸다.
미국 뉴욕 맨해튼 섬 남쪽 끝에 있는 금융 밀집 구역 ‘월가’(Wall Street)의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알려져 있는 마이클 윌슨(Michael Wilson)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대표 제프 브로드스키) 수석 전략가도 “몇몇 긍정적 변화에도 좋은 소식들은 이제 가격에 반영됐다고 생각한다”며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연준 결의와 함께 현실이 돌아올 것”이라 짚었다.
한편, 증시 변동성은 커진 상황이다. 이날 공포지수로 취급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Chicago Board Options Exchange) ‘변동성 지수’(VIX‧Volatility Index)는 전장보다 7.73%(1.43포인트) 증가한 19.94를 가리켰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관련기사]
가장 핫한 경제 소식! 한국금융신문의 ‘추천뉴스’를 받아보세요~
데일리 금융경제뉴스 Copyright ⓒ 한국금융신문 & FNTIMES.com
저작권법에 의거 상업적 목적의 무단 전재, 복사, 배포 금지